| [편집자 주] 보건복지부가 2012년 일괄약가인하 시행 후 7년 만에 제네릭(복제약) 약가제도 손질에 나서면서 제약업계에 불똥이 떨어졌다. 업계는 약가인하 시 수익성 저하로 R&D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를 표한다. 때문에 정부는 R&D 비중이 높은 제약사에게 주어지는 우대책을 제시했다. FETV는 제도개편에 따른 각 제약사의 영향 정도와 R&D 경쟁력을 살펴보고자 한다. |
[FETV=김선호 기자] 종근당은 경기도 시흥시 배곧지구에 바이오의약품 복합연구개발단지 조성에 나서는 등 제네릭에서 R&D 기반 사업으로 체질을 전환하고 있는 중이다. 이를 통해 약가제도 개편에 따른 타격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혁신형 제약기업으로의 재진입도 시도할 계획이다.
보건복지부가 올해 11월에 공개한 ‘약가 가산제도 개편안’에 따르면 우선적으로 혁신형 제약기업을 대상으로 우대가 적용된다. 오리지널 대비 제네릭 및 특허만료의약품의 약가 산정률을 현행 53.55%에서 40%대로 조정하되 혁신형 제약기업에게는 가산을 해주는 사항이다.
이외에 국내 매출 500억원 미만이지만 신약 개발을 위한 임상 2상 승인 실적이 3년 간 1건 이상인 경우 약가 산정률 55%의 가산을 부여받는다. 그러나 종근당은 이러한 혁신형 제약기업, 국내 매출 500억원 미만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 가운데 보건복지부가 비혁신형 제약기업에게도 R&D 투자 등을 고려해 우대 사항을 적용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종근당으로서는 혁신형 제약기업에 재진입을 시도하는 동안 R&D 비율을 상승시켜 약가 인하 여파를 최소화하는 것이 최선책으로 꼽힌다.
◇매출 대비 R&D 비용 ‘10% 이상으로’…대규모 단지 조성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종근당의 개별기준 매출 대비 R&D 비용 비율은 2023년 9.14%, 2024년 10.04%, 2025년 3분기 10.04%를 기록했다. 연결기준으로는 2023년 9.06%, 2024년 9.92%, 2025년 3분기 9.99%로 확인됐다.
2024년 6월 기준 혁신형 제약기업 중 일반 제약사 기준 연매출이 1조원을 넘는 곳은 셀트리온, 유한양행, GC녹십자, 한미약품, 대웅제약, 보령 등(LG화학, 삼양홀딩스, SK케미칼 제외)이다. 이들 중 가장 낮은 R&D 비율은 2024년 기준 5.49%를 기록한 보령이다.
순차적으로 대웅제약 18.54%(개별기준), 한미약품 14%(연결기준), 유한양행 13%(연결기준), 셀트리온 12.22%(연결기준), GC녹십자 10.4%(연결기준)다. 종근당이 혁신형 제약기업이었다면 1조원 이상 매출 제약사 중 보령과 GC녹십자 사이에 위치한다.
혁신형 제약기업 중 일반 제약사 28곳 중 매출 대비 R&D 비율을 사업보고서에 기재하지 않은 업체를 제외하면 24개사로 압축된다. 여기서 매출 대비 R&D 비율이 10% 이상인 업체는 11개사다. 종근당으로서는 중간 정도에 위치해 있는 셈이다.
이러한 성적을 거두고 있는 가운데 종근당은 올해 6월 경기 시흥시 배곧지구에 약 2조2000억원의 바이오의약품 복합연구개발단지 조성을 위한 투자양해각서를 경기도 시흥시와 체결했다. 토지매입액, 시설투자, 연구개발비, 인건비 등 운영비 일체가 포함된 수치다.
이를 감안하면 종근당의 매출 대비 R&D 비율은 향후 더욱 상향될 것으로 전망된다. 복합연구개발단지에 투입되는 2조2000억원 중 연구개발비로 책정한 금액을 구체적으로 공시하지는 않았지만 연매출 1조원이 넘는 제약사 중 상위권에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
종근당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5864억원, 995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연구개발로 집행된 비용은 157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 증가했다. 올해 3분기 누적으로는 1265억원이 연구개발비로 지출됐는데 전년 동기 대비 20.5% 늘어났다.
◇연구개발 조직 총 543명, 외부 전문가 영입 등 전열 정비
종근당에 따르면 연구개발 조직은 크게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효종연구소와 본사에 있는 제품개발본부, 신약개발본부로 구성된다. 연구인력은 박사 92명, 석사 307명 등 총 543명이다. 유한양행(455명), GC녹십자(423명), 보령(188명)에 비해 규모가 큰 편이다.
그중 한국유나이티드제약 출신인 이창식 신약연구소장 이사, 삼성바이오에피스 출신 이윤석 바이오연구소장 상무, 동아에스티 출신 원동한 기술연구소소장 이사를 핵심 연구인력으로 인식했다. 올해 추가적으로 외부 출신 임원을 영입했다.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수석부사장이었던 김재순 부사장을 신약사업개발본부장으로 영입한 것이 대표적이다. 앞서 올해 초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부사장이었던 이상윤 상무를 임상과학실장으로 영입한 데 이은 조치다.
김재순 부사장은 한미약품 전략·해외사업개발 담당, 대웅제약 개발본부장을 거쳐 피에이치파마 대표,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부사장을 지냈다. 다수의 기술이전을 이끈 사업개발(BD)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이상윤 상무는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전임의 출신으로 화이자 한국·일본 항암제 메디컬 리드, 삼성바이오에피스와 크리스탈지노믹스 등을 거쳐 브릿지바이오에서 최고의학책임자(CMO)로 임상 전략을 총괄했다.
이러한 연구개발 인력을 바탕으로혁신 신약 개발 중심으로 체질을 개선시켜나갈 계획이다. 이장한 종근당 회장은 2025년 신년사에서도 ‘합성신약을 넘어 ADC와 같은 항체치료제와 세포·유전자치료제(CGT) 분야에서 종근당만의 플랫폼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올해 10월에는 신약개발 전문 자회사 ‘아첼라(Archela)’를 출범시켰다. 아첼라는 신규 파이프라인 발굴부터 임상, 기술수출, 상업화까지 개발 전 단계에 집중하는 구조를 지닌다. 연구소 출신의 이주희 박사가 초대 대표로 선임됐다.
종근당 관계자는 “매출 대비 R&D 비용을 10% 내외로 유지하며 신약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며 “신약개발 범주를 확대하는 한편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는 중으로 이러한 연구 성과 등을 기반으로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을 위한 신청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