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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부동산


[광역개발공사 점검-SH] ①‘공공주거’ 책임기관의 ‘한강버스’ 적정성 논란

대여금 13년 유예 검토…공공기관 재정 원칙 논쟁 도마 위
한강버스, 운영 안정성 미확보…재정 투입 타당성 의문

[편집자 주] 전국 광역자치단체 산하 개발공사들은 도시개발과 산업단지 조성 등 지역 성장의 기반을 구축하는 역할을 맡아왔다. 하지만 인구 감소, 재무 부담 확대 등 경영 여건이 변화하면서 사업 모델과 재무 구조 전환을 피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이에 FETV는 행정안전부 지방공기업 평가 결과를 토대로 각 개발공사의 현황과 구조적 과제를 짚어보고자 한다.

 

[FETV=박원일 기자]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는 공공성을 기반으로 서울의 공공주거와 도시정비를 담당한다. 하지만 최근엔 그 역할론이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특히 최근 SH가 오세훈 시장의 역점 사업인 ‘한강버스’에 876억원을 대여하고 상환 시점을 13년 이상 유예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은 커지고 있다.

 

SH는 서울시의 공공주거 정책과 도시정비·재생을 집행하는 대표 공공기관이다. 높은 주거비, 택지 부족, 임대주택 노후화 등 서울 고유의 구조적 문제 속에서 SH의 역할은 타 지방 개발공사보다 훨씬 정책적 성격이 강하다. 행정안전부의 지방공기업 경영평가에서도 지속적으로 ‘공공성’과 ‘재무건전성’ 사이의 균형이 요구되고 있다.

 

 

공공성의 역할로 인해 SH의 사업은 단기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임대·관리·유지보수 등 공공임대의 비용은 계속 발생하지만 수익은 장기적으로 회수된다. 노후 임대주택 재정비, 증가하는 1~2인 가구 맞춤 정책, 복잡한 정비사업 이해관계 조정 모두 공사가 떠안아야 할 과제다. 이처럼 도시·주거 정책의 지속성을 담보하려면 재정 운영에 대한 원칙과 예측 가능성이 전제돼야 한다.

 

문제의 ‘한강버스’는 지난 9월 개통 직후부터 잦은 고장과 운휴를 반복하며 시민 불신을 사고 있는 수상 대중 ‘교통’이다. 운영사인 ㈜한강버스는 SH가 지분 51%를 가진 사실상 공공 주도 민관합작법인이다. 그리고 사업비 가운데 은행대출 500억원을 제외한 876억원은 SH가 출자금 외에 추가로 빌려준 돈이다. 즉, 실질적 위험은 SH가 떠안고 있는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상환 시점이다. SH는 당초 올해 만기였던 495억원과 110억원의 단기대여금을 포함해 총 876억원의 회수 시점을 2038~2045년으로 미루는 안을 이사회 의결에 올릴 계획으로 알려져 있다. 이유는 한강버스가 받았던 은행 대출 500억원의 이자율(5.2%)이 SH 대여금(4.6%)보다 높아 은행부터 먼저 갚아야 한다는 논리다.

 

결국 민간은행 대출을 먼저 보호하고 공공기관 회수는 뒤로 밀린 구조가 됐다. 이 과정에서 재정 안정성 여파 분석보고는 작성조차 하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투입금액은 SH 전체 예산의 1.4% 수준이자만 문제는 금액의 절대적 크기가 아니라 공공기관이 세금성 자금을 다루는 태도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강버스는 개통 이후 엔진 이상, 정비 지연, 운항 중단 등으로 정시성·신뢰성 모두 확보하지 못했다. 그러나 SH는 이 같은 운영 리스크보다 ‘선착장 부대시설 매출 증가’, ‘광고판 설치’, ‘명소화 계획’ 등 장밋빛 전망을 근거로 대여금 상환을 연기했다.

 

서울시의 대중교통 사업이라면 가장 기본은 안전·정시·유지관리 체계의 안정성이다. 그러나 한강버스는 개통 두 달 만에 “교통의 역할을 할 수 있을까?”라는 비판이 제기될 만큼 불안정한 상태다. 그럼에도 SH는 사실상 보증 역할을 수행하며 민간 대출까지 뒷받침했다. 운영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재정 지원 구조가 선결됐다는 점은 정책 우선순위의 적절성을 둘러싼 의문을 남긴다.

 

SH는 앞으로도 공공임대 확대, 정비사업 지원, 노후주거 재생 등 수십 년짜리 숙제를 안고 있다. 이 모든 사업의 신뢰 기반은 원칙 있는 재정 운영이다. 전문가들은 한강버스처럼 “작은 규모”를 이유로 예외가 생기기 시작하면 공공기관은 어느 순간 스스로의 기준을 잃는다고 지적한다. 공공성을 앞세우는 기관일수록 작은 사안이 조직 전체 신뢰를 흔든다는 사실을 SH는 한강버스 논란에서 배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SH공사 관계자와의 통화에서 “한강버스를 교통수단으로 보는 거라면 차라리 서울교통공사에서 담당하는 게 외견상 합리적이지 않은가? SH공사 내부에서 한강버스 사업 추진에 대한 문제 제기 등은 없었나”라는 기자 질문에 대해 “적절한 내부절차를 통해 추진된 사업이며 구체적인 사업 진행 및 운행 재개 여부 등은 사업 주체인 ㈜한강버스에 직접 문의하는 것이 맞다”라는 답변을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