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박원일 기자] 우미건설이 공정거래위원회의 대규모 제재와 공공택지 규제 변화라는 이중 압박 속에서 ‘지배구조 슬림화·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지난 3년간 자회사를 대거 정리한 데 이어 공공주택·실버주거 등 새로운 사업 영역 확보에 나서며 체질 개선 작업을 가속하는 모습이다.
우미건설이 올해도 계열사 정리에 속도를 내며 지배구조 재편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8월에는 자회사였던 심우건설을 우미토건에 흡수·합병하며 또 한 차례의 구조조정을 마쳤다. 2022년 11곳이던 건설 자회사는 현재 우미산업개발·우미토건·심우종합건설·명일건설·청파건설 등 5곳만 남았다.
우미건설의 자회사 정리는 2022년 지배구조 재편 직후 본격화됐다. 다안건설·동우개발·산해건설 등 6곳을 우선 정리했고 2023년에는 4개, 지난해 3개를 추가로 정리했다. 여기에 올해 심우건설까지 포함되며 3년 연속 대규모 내부 정리가 이어진 셈이다.
정리 대상은 대부분 직원 수 10명 미만의 소규모 법인이었다. 이들 상당수는 공공택지 확보 과정에서 사용된 ‘벌떼입찰’ 전력과 맞닿아 있다. 과거 우미건설은 수십 개 계열사를 동원해 LH 공공택지 입찰에 참여했다는 의혹을 받았고 실제 2019~2021년 사이 공급된 택지 83곳 중 11곳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22개 계열사가 958회 입찰에 참여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 같은 관행은 결국 정부 규제 강화로 이어졌다. LH는 분양가 상승의 원인으로 지적된 택지 매각 방식을 축소하고 ‘시행 주도 방식’을 강화했다. 택지 확보가 어려워지자 자연스럽게 소규모 자회사의 입지가 줄어들었고 우미건설의 정리 작업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지난달 17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우미건설과 계열사 12곳에 총 483억79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우미건설을 형사 고발했다. 그룹 차원에서 실적이 부족한 계열사에 총 4997억원 규모의 공사 물량을 몰아준 부당지원 행위가 확인됐기 때문이다. 지원을 받은 계열사들은 매출을 빠르게 키우며 공공택지 입찰 자격을 확보했고 일부는 실제 낙찰로 수천억 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후폭풍이 거세지면서 우미건설은 사업 포트폴리오도 신속히 재정비하고 있다. 공공택지 확보 중심의 구조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공공주택 사업과 실버주거 시장으로 영역을 확장하며 새로운 성장 기반을 확보하는 데 집중하는 모습이다.
실제로 지난해 우미건설 매출 2조934억원 중 60% 정도가 분양수익이었지만 LH 택지 축소로 기존 모델 유지가 어려워졌다. 이에 회사는 공공주택 수주 확대로 방향을 전환했다. 올해만 고양창릉·의정부 법조타운 등 5곳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며 전년(2곳) 대비 수주 실적을 크게 끌어올렸다.
또 하나의 성장축은 실버주거 사업이다. 우미건설은 올해 LH의 첫 실버주거 시범사업인 ‘구리갈매실버스테이’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며 노인 주거 분야 진출을 본격화했다. 여기에 2020년부터 도입한 프리콘(Pre-Construction) 방식은 공공주택의 낮은 수익성 한계를 보완하는 수단으로 평가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우미건설이 지배구조 슬림화와 사업 다각화라는 ‘투트랙 전략’을 통해 위기 대응에 나서는 과정으로 보고 있다. 다만 남아 있는 5개 자회사도 규모가 크지 않아 추가 정리 가능성이 여전히 제기된다.
우미건설이 규제 리스크와 구조 변화라는 중대한 변곡점에서 어떤 방식으로 새로운 성장 모델을 정착시킬지 업계의 관심이 모인다.
우미건설 관계자는 “대외적 제재와 제도 변화 국면을 맞고 있기는 하지만 공공택지 낙찰을 통한 자체 분양사업이 회사 주력 사업부문인 것은 변함없다”며 다만 “내년도 사업계획은 현재 작성 중이라 구체적인 사업 방향성이나 세부 사항에서의 변화 여부는 추후에 전달 가능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