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임종현 기자] 정길호 OK저축은행 대표가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이하 임추위)에서 단독 후보로 추천되며 사실상 6연임이 확정됐다. 2016년 7월 대표이사 취임 이후 약 9년간 조직 안정과 수익성 개선을 동시에 이끌어온 리더십이 다시 한번 인정받은 결과다.
정길호 대표는 저축은행 업권에선 장매튜 페퍼저축은행 대표 다음으로 가장 오래 재임 중인 CEO이다. 장매튜 대표는 2013년부터 페퍼저축은행을 이끌고 있다. 앞서 이들보다 장수 CEO로 꼽혔던 대표적인 인물은 코리안리 박종원 전 사장이다. 박종원 전 사장은 1998년부터 15년 가까이 코리안리를 이끌었다. 그렇다면 이들이 공통적으로 보여주는 리더십의 공식은 무엇일까.
첫 번째 키워드는 '현역성'이다. 정 대표와 장 대표 모두 1967년생으로 각각 49세와 46세에 대표 자리에 올랐고 10년 넘게 재임한 지금도 50대 후반의 현역 리더다. 박 전 사장 역시 54세에 취임해 60대까지 경영을 이어갔다.
두 번째 키워드는 '성장'이다. 세 CEO 모두 재임 기간 동안 조직의 체급을 확실히 키웠다는 공통점이 있다. 정 대표 취임 첫해 3조5482억원이던 OK저축은행의 총자산은 올해 3분기 말 12조5956억원으로 증가했다. 이 같은 성장 흐름을 기반으로 업계 2위 자리를 공고히 했다.
실적도 꾸준히 개선돼 왔다. 2016년 92억원에 불과했던 당기순이익은 2017년 780억원으로 급증하며 1년 새 747.8% 증가했다. 이후 2019년 1115억원, 2020년 1851억원, 2021년 2434억원까지 확대되며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했다. 최근 몇 년 새 부동산PF 부실 여파로 2023년 711억원, 2024년 392억원으로 실적이 주춤했으나 올해 3분기 818억원을 기록하며 다시 회복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장 대표와 박 전 사장에게서도 확인되는 특징이다. 2013년 장 대표 취임 당시 페퍼저축은행의 총자산은 4000억원 수준에 불과했지만 중금리대출 확대 전략을 기반으로 외형 성장을 이끌며 업권 상위권에 진입했다. 총자산은 2022년 말 6조2544억원으로 늘며 자산 규모 기준 '빅5'에 포함되기도 했다. 다만 최근 리스크관리 기조가 강화되면서 대출 자산을 줄였고 올 3분기 말 기준 총자산은 2조5618억원을 기록했다.
박 전 사장은 부실 보험사였던 코리안리를 세계 13위 재보험사로 끌어올린 인물로 평가된다. 그는 취임 직후 경영 정상화 방안을 마련하고 전체 인원의 30%를 줄이는 등 과감한 구조조정을 단행해 공적자금 없이 외환위기를 돌파했다. 그 결과 1998년 1조2000억원 수준이던 매출액은 2009년 4조2000억원까지 확대됐다. 순이익도 2009년 기준 784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세 번째는 '조직 신뢰'다. 업권이 흔들리고 실적이 하락하는 시기에도 내부 결속을 유지하고 구성원의 신뢰를 확보했다는 점이 세 CEO의 공통점이다.
정 대표는 2010년 OK금융그룹에 합류한 뒤 6년 동안 꾸준히 직원들과 마주 앉아 소통했다는 후문이다. 이후 2014년 OK저축은행 출범 당시 OK금융 직원들과 저축은행 직원들의 융합을 이끌어 임직원들의 두터운 신망을 얻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대표이사 취임 후에는 임원들의 개인 집무실 대부분을 허물 정도로 임원들과 교류에 적극 팔을 걷어왔다는 일화다.
장 대표는 사내 비정규직 인력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며 고용 안정성을 높였고 이를 통해 구성원과의 신뢰 기반을 강화했다. 페퍼저축은행은 2017년 70명을 시작으로 6년 연속 비정규직 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왔다. 장 대표는 조직 내부 사정을 누구보다 잘 파악하며 '행복한 직장 만들기'를 내세워 임직원의 만족도를 높였다는 평가다.
박 전 사장은 외환위기 이후 패배감이 만연했던 코리안리에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는 조직'이라는 분위기를 다시 세운 사례로 유명하다. 박 전 사장은 전 직원이 참여하는 백두대간 종주 계획을 세워 많은 여정 중 닥친 시련과 어려움에 도전하고 이를 몸소 극복하도록 체험의 기회를 줬다. 이 과정에서 직원들은 화합을 도모하는 한편 정신무장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후문이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장기 연임 CEO의 공통점은 자산 성장과 지속 가능한 경영성과를 만들어냈다. 아직 현업에서 충분히 활동할 수 있는 연령대라는 점도 연임에 힘을 보태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