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이신형 기자] “독과점으로 서비스 축소한다”, “통합 앞두고 갑질 시작인가”
최근 대한항공의 좌석 개편을 둘러싸고 일부 여론이 쏟아낸 비판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이 가시화된 가운데 터져 나온 논란의 초점은 자연스럽게 ‘독과점’에 맞춰졌다. 서비스 조정의 의미보다 시장 지배력 확대에 대한 불안이 먼저 작동한 셈이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12월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마무리했고 2027년 초 통합 항공사 출범을 예고했다. 아시아나항공 브랜드는 소멸하고 아시아나항공의 LCC 자회사인 에어부산·에어서울도 대한항공 LCC인 진에어로 편입될 계획이다.
다만 국내 유일 메가캐리어(초대형 항공사) 체제가 탄생하며 시장의 기대가 커지는 만큼 시장의 우려도 동시에 커지고 있다. 논란의 기폭제는 최근 통합 과정에서 맞닥뜨린 독과점 우려다. 올해 대한항공은 보잉 777-300ER 기종 11대에 대한 3-4-3 좌석 개편과 프레스티지석 도입 계획을 발표했다.
기존보다 줄어든 좌석 크기에 소비자들은 해당 계획을 ‘통합 대비 서비스 축소’로 해석했고 이는 독과점 논란에 불을 지폈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이 2021년 2000%가 넘는 부채비율로 한계에 직면하며 산업 구조적으로 인수가 불가피했던 점은 시장에서도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다. 다만 이 같은 배경에도 불구하고 통합 과정에서 나타나는 변화들이 소비자들에게는 곧바로 '독점 리스크'로 인식되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다.
사실 좌석개편 자체는 통합과 무관한 사안이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기내 좌석 개선 논의는 19년부터 진행돼왔고 노후 기종 중심으로 좌석 개편이 필요했었다”고 전했다. 또 “팬데믹으로 일정이 중단됐고 이후 재개된 시점이 통합 직전과 겹친 것뿐”이라 전했다. 의도가 아니라 일정 충돌이 만든 오해라는 설명이다.
대한항공은 논란 직후 개편이 끝난 1기 외 모든 좌석개편을 전면 중단했다. 이어 아시아나항공의 통합 마일리지안을 예상을 뛰어넘는 1:1 비율로 제시하며 고객 신뢰 회복에 무게를 실었다. 여러 사건으로 이미지 리스크가 누적돼온 기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대응은 향후 내부적 쇄신 의지를 드러낸 신호로 읽힌다.
항공산업은 본질적으로 ‘고객 경험’이 브랜드의 운명을 좌우하는 업종이다. 소비자는 더 이상 일회성 보상이나 이벤트로 기업의 이미지를 재평가하지 않는다. 부정적 낙인은 쉽게 사라지지 않아 신뢰 회복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통합 이후 국내 유일 대형항공사(FSC)로 서게 될 대한항공이 유사한 논란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떤 산업보다 즉각적이고 투명한 소통, 그리고 명확한 설명이 필수일 것으로 보인다. 결국 브랜드 신뢰는 솔직하고 시원한 대응에서 비롯된다. 대한항공이 외적 성장에 머물지 않고 FSC로서의 정체성과 서비스 철학을 진정성있게 확립하려면 고객과의 소통 전략을 경쟁력의 핵심 축으로 재설계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