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선호 기자] 한미그룹의 주요 계열사 한미약품이 올해 성장이 다소 정체되면서 기업가치 제고 계획으로 제시했던 연평균 성장률을 크게 밑돌았다. 이는 2026년 추가 성장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요인이다. 임상 3상 중인 비만치료제 상용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배경이다.
최근 한미약품은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누적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6% 감소한 1조1146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745억원으로 6% 감소했다. 그동안 사상 최대 매출을 갱신해오다 올해 성장이 정체된 양상이다.
IR자료에 따르면 주요 제품인 ‘로수젯(이상지질혈증 치료제)’ 등 주요 ETC(전문의약품) 품목이 견조한 성장을 이어나갔지만 API(원료의약품) 수출이 부진했다. 실제 의약품 제조·판매업 자회사인 한미정밀화학이 경쟁심화로 올해 3분기에 적자전환했다.
이러한 실적 부진은 2026년에 추가 성장을 이뤄야만 하는 부담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올해 초 공시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에서 2025년부터 2027년까지 연평균 성장률로 15% 이상을 제시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2026년에 15% 이상의 매출 증가율을 기록해야 한다.
한미약품은 매년 매출의 13% 이상의 R&D 투자 비중을 유지하며 25건 이상의 글로벌 신약 R&D 파이프라인을 보유할 수 있었다. 기존 로수젯, 아모잘탄 등 20종 이상의 독자 블록버스터 품목 보유로 전문의약품 원외 처방 1위 업체라는 타이틀도 지니고 있다.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연평균 매출 성장률(CAGR)은 7.5%에 달했다. 2024년 영업이익률은 14.5%를 기록했다. 국내 매출 상위 제약사 평균 영업이익률이 10% 내외인 것을 감안하면 수익성이 높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를 기반으로 2025년부터는 이전 대비 더 높은 연평균 성장률을 기록할 계획이었다. 각 본부의 핵심 전략을 세우고 2033년에 매출 5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한 후 2025년부터 2027년까지 이뤄내야 하는 연평균 매출 성장률(15% 이상)을 계산한 것으로 분석된다.
구체적으로 국내사업본부는 국내 시장점유율 압도적 1위를 점하고 혁신신약 론칭으로 외형을 확장할 전략이다. 신제품개발본부 제제연구소는 신규 용법·용량 등 새로운 적응증을 위한 개발 등으로 신제품을 출시하고 R&D센터는 혁신 신약 파이프라인 구축에 집중한다.
특히 글로벌본부는 한미 브랜드의 세계화, 신약·신제품의 해외시장 역량 강화로 매출을 끌어올려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2033년 목표한 원 중 해외·기타에서 창출해야 하는 매출을 3조원으로 설정했다. 이를 보면 기업가치 제고의 핵심을 글로벌과 신약 개발로 압축할 수 있다.
그러나 기업가치 제고 계획에서 공개한 연평균 성장률 목표가 첫 적용되는 올해에 기대를 밑도는 성적이 도출된 셈이다. 2026년에는 매출 증가율을 향상시킬 수 있는 모멘텀이 있어야 할 것으로 분석된다. 그중 상용화 가능성이 높은 신약 혁신이 ‘비만 치료제’다.
현재 임상 3상을 진행 중인 비만 치료제는 국내 제약사 최초 GLP-1 계열 에페글레나타이드이다. 한미약품은 2025년 10월 임상 3상 데이터를 발표했고 여기서 40주 시점에서 위약 대비 유의미한 체중 감량 효과와 경쟁 약물 대비 우월한 안전성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올해 중에 품목 허가 신청을 완료하고 2026년 하반기 출시를 목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증권업계에서도 올해 아쉬운 실적을 거뒀지만 모멘텀으로 작용할 풍부한 파이프라인을 지니고 있다고 분석했다. 에페글레나타이드의 가치를 1조6624억원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미약품 관계자는 “대외 변수 등 불확실성이 높았기 때문에 다소 둔화된 실적이 도출된 것으로 보이지만 업계 최고 영업이익률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중"이라며 "내년에는 CDMO 사업확장에 따른 효과와 하반기에 계획된 비만 치료제 출시 등으로 실적 개선을 이뤄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