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이신형 기자] 현대제철이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철강 공급과잉이 완화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반덤핑 제재 이후 수입물량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가운데 2026년을 수요 회복의 전환점으로 제시했다.
올해 철강산업은 중국발 공급과잉과 내수 침체가 겹치며 장기 부진이 이어졌다. 정부의 철강 부문 원자재 가격 동향 자료에 따르면 후판, 냉연, 열연 등 주요 판재류 가격은 지난해 상반기 대비 최대 10% 가까이 하락했다. 또 건설·자동차 등 철강산업의 주요 수요처도 안전 사고·수요 감소 등의 요인으로 인해 둔화 흐름을 벗어나지 못했다.
김원배 현대제철 영업본부장은 “9월 반덤핑 잠정관세 부과 이후 수입물량은 월 13만톤 이하로 축소돼 상반기 대비 50% 감소했다”며 “누적재고 영향으로 단기 가격 상승은 제한적이지만 2026년에는 재고 소진과 건설시장 경기 점진적 회복으로 수요가 개선될 것”이라 전했다.
현대제철은 판재 부문에서 냉연 가격이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완성차 신차 라인 확대에 따라 2026년 냉연 수요는 올해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조선용 후판은 중국산 외주화 지속으로 소폭 감소하겠지만 건설용 봉형강은 안전사고 여파로 위축된 뒤 공공주택 공급 확대로 내년 점진적 반등이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특히 현대제철은 이번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내년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27조5000억원으로 올해보다 2조원 확대된 점을 주목했다. 정부 예산 증가와 금리 인하 가능성은 건설 수요 회복의 주요 변수로 꼽힌다. 김원배 부사장은 “2026년은 올해보다 나은 수요 환경이 형성될 것”이라며 “전체적으로 4분기와 내년 모두 완만한 회복세를 전망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실적 방어도 이어졌다. 현대제철의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5조734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93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1% 증가했다. 자회사를 제외한 현대제철 별도 기준으로는 영업이익 471억원을 기록하며 전분기 적자(영업손실 75억원)에서 흑자로 전환했다. 현대제철은 고부가 제품 판매 비중 확대로 철강 수익성이 방어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재무구조도 개선됐다. 3분기 부채비율은 71.1%로 전년 말 대비 8.6%p 하락했고 순차입금은 7조2445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4.5% 감소했다. 김원배 부사장은 “3분기 투자액은 일시적으로 줄었지만 연휴 시기와 납기 일정 영향으로 4분기에 집중 집행될 예정이며 총 투자 규모는 전년 수준”이라고 전했다.
현대제철은 동시에 EU의 탄소국경조정제(CBAM)와 TRQ(수입쿼터) 등 글로벌 통상 규제 대응 체계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원배 부사장은 “EU가 요구하는 탄소 배출량 보고 시스템을 이미 구축했고 탄소비용은 고객사와 협의 중”이라 전했다. 또 "TRQ 제도는 세이프가드를 대체할 조치로 입법 절차가 진행 중이며 내수 확대와 수출지역 다변화로 대응할 계획”이라 밝혔다.
결국 현대제철은 공급조정에 대비해 고부가 가치 중심의 수익성 개선과 차입금 감소 등 투자절제 중심의 방어 전략 속에서 회복 국면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단기적으로는 수입 재고 소진과 내수 수요 유지, 주요 제품 가격 인상에 초점을 두고 있으며 중장기적으로는 탄소중립 대응과 고부가 제품 경쟁력 강화를 통해 다음 경기 사이클에 대비하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글로벌 경기 둔화와 무역장벽 확대 등 외부 변수가 여전히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은 상존한다. 따라서 향후 금리 인하 속도, SOC 예산 집행, 통상규제 변화 등이 철강산업 수요 회복의 지속성을 가를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