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은 우리나라가 전체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의 비중이 20%를 초과하는 ‘초고령사회’의 원년으로 기록될 것이다. 기대여명의 증가로 고령인구도 동시에 빠르게 늘고 있고 문제는 속도인데 2017년 이후 우리나라 고령인구는 매년 전년대비 4~5%씩 증가하여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전환하는데 겨우 8년이 걸렸다. 고령화 속도가 빠르다는 일본이 11년 걸렸으니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가늠이 될 것이다. 이러한 급속한 변화는 경제나 사회적으로 많은 과제를 낳고 있다. 뿐만 아니라 미래 경제와 금융시장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는 급격한 출생률 저하로 총인구와 생산연령인구(15~64세)가 감소하는 국면에 접어들었다.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1970년 4.53명을 기록한 이후 줄곧 하락세를 보이다가 2024년에 0.75명까지 떨어졌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의 총인구는 2020년 5,184만명을 정점으로 감소세로 전환했고, 생산연령인구도 2022년 3,674만명을 정점으로 줄어들기 시작했다.
이러한 변화는 다양한 측면에서 우리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공급 측면을 보면 생산연령인구의 감소로 노동투입이 줄어들 것이다.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생산연령인구는 2040년 2,903만명까지 축소될 것이며, 이는 정점이었던 2022년에 비하면 약 21% 줄어드는 셈이다. 비숙련 고령인구의 노동시장 참가 비중이 늘어나면 전반적인 노동생산성 하락도 우려된다. 안정적인 근로소득이 줄어들면서 가계의 소비가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인구구조의 변화만으로도 경제의 잠제성장률이 2030년에는 0%대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고, 2045년경부터는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면 인구변화가 금융시장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인구학에서는 인구변화의 핵심사항으로 연령구조, 출생률, 기대여명, 이동을 예로 든다. 이러한 요인들은 경제 환경과 산업구조에 영향을 줄 것이고 나아가 주식이나 채권 등 금융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주식시장의 경우 인구효과로 인해 투자자들의 위험회피성향이 증대되면서 자금의 순유출이 발생할 것이고, 반대로 채권시장에는 자금의 순유입이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은 2035년에 정점을 찍고 감소세로 전환되며, 반면 채권의 경우 시가총액이 2047년까지는 서서히 감소하다가 이후 빠르게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은 고령인구 비중이 늘어나면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심화되는데 따른 결과로 설명한다. 인구구조 변화는 부동산시장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쳐 고령층이 보유 부동산을 본격적으로 유동화(현금 자산화)하려 한다면 부동산가격에는 하락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한편 통계청은 1~2인 가구의 증가로 당분간은 가구 수가 증가하겠지만 인구효과로 2041년경부터는 정점을 찍고 가구 수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가구 수의 감소는 주택가격에 하락 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인구변화에 따른 정책과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우선 정부는 국민들이 체계적인 재산의 세대 간 이전을 촉진하기 위해 충분한 유인책을 부여해야 할 것이다. 고령자 보유 부동산의 소득화가 점진적으로 진행되도록 유동화 관련 제도를 정비함으로써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한 고령자의 현금흐름 부담을 줄여주어야 한다. 나아가 미래에 국가가 짊어져야 할 재정적 부담을 사전에 국민 스스로 준비하도록 해 주어야 할 것이다. 또한 재산의 세대 간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어 이를 완화할 방안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일본의 경우 최근 상속세법 개정을 통해 상속세 부과 기간을 피상속인의 사망 이전 3년에서 7년으로 연장하였는데, 이를 통해 재산의 조기 승계를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다음으로 신탁의 활성화가 필요해 보인다. 신탁은 수탁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수익자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수단이어서 고령화시대에 매우 중요한 금융수단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예를 들면 자신의 노후 간병비 등 필요한 비용을 위해 재산의 일부를 신탁에 맡기는 유언대용신탁이 매우 유용하게 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인구 10명 중 1명이 치매를 앓고 있는데 만약 치매와 같은 정신적 질환을 겪게 된다면 제산이 이를 치료나 간병을 위해 적절히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신뢰할만한 제3자(수탁자)가 존재하고 이를 중심으로 다양한 재무적 설계가 가능하다면 고령화 시대에 매우 유용한 수단이 될 것이다.
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 현상을 두고 ‘정해진 미래’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그만큼 추세를 뒤집기는 어렵다는 점을 말하는 것이다. 현재의 우리나라 인구변화는 장기 저성장 경제로 가는 길을 앞당길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인구변화가 우리의 사회생활에 큰 충격으로 다가오지 않도록 완충재 역할을 해주고 우리경제의 성장엔진이 꺼지지 않도록 재정을 적재적소에 공급해야 할 때이다. 문제는 타이밍으로 보인다.
김형기 연세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