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신동현 기자] 4년 전 SK텔레콤의 ‘AI 기업’ 변신을 선언하고 그 과정을 이끌던 유영상 대표가 최근 물러난다. 지난 10월 30일 SK텔레콤은 신임 대표이사로 정재헌 사장을 선임했다. SK텔레콤은 정 신임 CEO가 공직과 그룹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친 만큼 기본과 원칙을 바탕으로 조직의 내실을 강화하고 대내외 신뢰 회복에 집중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유영상 전 대표는 2021년 취임 직후 ‘AI & 디지털 인프라 서비스 컴퍼니(SKT 2.0)’를 제시하며, 국내 1위 통신사를 넘어 ‘글로벌 AI 컴퍼니’로의 도약을 목표로 삼았다. 이후 SK텔레콤은 ▲AI 인프라 ▲AIX(산업 전반의 AI 전환) ▲AI 서비스 등 세 축으로 구성된 ‘AI 피라미드 전략’을 수립하고, AI 데이터센터(AI DC), GPUaaS, 엣지 AI, 텔코 특화 LLM(거대언어모델) 등 핵심 사업을 추진해왔다.
2022년 선보인 개인화 서비스 ‘에이닷(A.)’은 세계 최초 한국어 기반 LLM을 활용해 2025년 현재 월간 이용자 1000만명을 돌파했다. 기업용 AI컨택센터(AICC) 역시 금융·렌털 업종을 중심으로 매출이 매년 두 배 이상 성장하며 B2B 사업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글로벌 텔코 AI 얼라이언스(GTAA) 출범, AWS·OpenAI와의 협력, 일본 타임트리와의 AI 에이전트 기술 제휴 등도 유 전 대표 체제에서 추진된 성과다. 실제로 2022년 연간 실적에서는 통신 3사 중 유일하게 매출 성장세를 기록하기도 했다.
AI컴퍼니 전환이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업계에서는 유 전 대표가 내년에도 SK텔레콤을 이끌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지난 4월 발생한 대규모 해킹 사태가 변수로 떠올랐다. 이 사건으로 SK텔레콤은 막대한 이미지 손상을 입었고, 위약금과 각종 피해 보상 등으로 실적에도 큰 타격을 받았다. 결국 유 전 대표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되면서, 대표 교체라는 그룹 차원의 결단이 내려진 것으로 보인다.
새롭게 선임된 정재헌 CEO는 법조인 출신으로 2020년 SKT 법무그룹장으로 합류한 이후 SK스퀘어 투자지원센터장, SK텔레콤 대외협력 사장, SK수펙스추구협의회 거버넌스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그룹의 경영 시스템과 내부 통제를 총괄해온 인물로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조직 경영 및 운영에 초점을 맞춘 인사로 보인다.
정 CEO는 해킹으로 흔들린 기업 신뢰를 회복하는 동시에 AI 기업 전환의 고삐를 더욱 조여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는 중책을 맡게 됐다. 그가 SK텔레콤의 미래를 어떻게 이끌어갈지 그 행보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