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국내 부동산신탁업은 14개사가 경쟁하는 427조원대 시장으로 단순 담보관리에서 개발형·책임준공형 신탁까지 외연을 넓혀 왔다. 그러나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와 금융 규제 강화로 업계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본지는 이번 기획을 통해 부동산신탁업의 현주소와 각 사별 전략·리스크·전망을 심층적으로 짚어보고자 한다. |
[FETV=박원일 기자] 대한토지신탁이 차입형 토지신탁과 민간임대주택 리츠 부문에서 양호한 시장지위를 유지하며 견조한 실적을 이어갔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며 신탁계정대 증가·자산 건전성 저하·수익의 질 하락 등은 중장기적 불안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업계 전반의 위축 속에서 회사의 선별적 수주 전략과 계열 지원 여부가 향후 실적과 신용도 차별화를 결정짓는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토지신탁은 1997년 12월 대한주택보증의 100% 출자로 설립된 전업 부동산신탁사로 2001년 5월 군인공제회가 인수한 이후 현재까지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차입형 토지신탁을 주로 영위하고 있으며 2013년 중 자산관리회사(AMC) 인가를 득한 이후 리츠(REITs) 부문을 통한 사업다변화도 추진 중이다.

대한토지신탁은 계속된 부동산 경기 악화에도 불구하고 실적을 확대해 왔다. 2024년 영업수익은 1388억원, 영업이익은 37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 영업수익은 26.1%, 영업이익은 78.9%나 증가했다. 당기순이익도 279억원으로 전년 동기(149억원) 대비 87.2% 늘어났다. 같은 기간 업계 절반 가까운 신탁사들이 적자를 기록한 점을 고려하면 의미 있는 성과다.
![대한토지신탁 실적 및 재무 현황 [자료 대한토지신탁 감사보고서]](http://www.fetv.co.kr/data/photos/20251043/art_17610305496414_0ac980.jpg?iqs=0.9033586697415659)
하지만 수익의 질 측면에서는 아쉬움을 남겼다. 실적 개선의 배경에는 2024년 96억원 규모의 유가증권 처분이익과 신탁계정대 이자수익 증가가 자리하고 있다. 영업수익 구성에서 ‘신탁보수 비중’은 2021년 41.7%에서 2025년 1분기 25.1%로 하락한 반면, 신탁계정대 ‘이자수익 비중’은 같은 기간 30.1%에서 55.2%까지 급등했다. 이는 분양률 저하에 따른 계정대 투입 확대의 결과로 본질적인 영업 경쟁력 약화로도 해석될 수 있다.
![대한토지신탁 영업수익 구성 추이 [자료 나이스신용평가 리포트]](http://www.fetv.co.kr/data/photos/20251043/art_17610305677299_5f77f9.jpg?iqs=0.9771983243441731)
신탁계정대의 증가세도 뚜렷하다. 2024년 6월 말 8669억원이었던 신탁계정대는 6개월만인 2024년 12월 말 9604억원으로 10.8%나 증가했다. 2025년 6월말 현재는 9595억원으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차입형 토지신탁 사업장 중 ‘요주의’ 이상 등급으로 분류된 사업장이 35개에 달해 건전성 리스크가 상존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향후 분양률 저조나 프로젝트 지연 등으로 이어질 경우 대손비용 증가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대한토지신탁 신탁계정대 현황 [자료 금융통계정보시스템]](http://www.fetv.co.kr/data/photos/20251043/art_17610305791709_b7ec2e.jpg?iqs=0.5106698260141338)
한편, 영업용순자본비율(NCR)도 하향 흐름을 보이고 있다. 2020년 1163%에 달했던 NCR은 2023년 894%, 2024년 기준 860%로 하락했으며 이는 사업 확장 과정에서 위험가중 자산이 증가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다만 회사 측은 현 수준에서도 NCR은 안정적이며 실적 기반의 성장 전략은 유효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대한토지신탁 영업용순자본비율(NCR) 현황 [자료 금융통계정보시스템]](http://www.fetv.co.kr/data/photos/20251043/art_17610305893472_a014c7.jpg?iqs=0.20535746741088057)
대한토지신탁은 현재 차입형 토지신탁 외에도 리츠와 정비사업 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 중이다. 특히 정비사업 부문에서는 2016년부터 신탁방식 재건축·재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해왔으며 현재 전국 23곳, 약 1만4000여 가구 규모의 사업을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서울 구로구 동양연립 소규모재건축, 용인 수지한성아파트 재건축 등을 수주하며 수도권 정비사업 수주를 확대하고 있다.
리츠 부문에서는 60여 개의 공공지원 민간임대 중심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으며 실버주택·데이터센터 등 비전통적 부문으로도 영역을 넓히고 있다. 차입형 토지신탁, 리츠, 정비사업을 3대 포트폴리오로 설정해 특정 부문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시장 리스크를 분산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대한토지신탁의 외형 확대 전략은 재무 부담을 수반하지만 군인공제회의 계열 지원과 신중한 사업 선별이 더해지면서 시장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실제로 과거 유상증자와 지급보증 등 계열 지원 사례가 존재하며 향후 필요 시 유사한 지원 가능성도 남아 있다.
결국 대한토지신탁의 향후 실적과 신용도는 경기 변동 속에서도 리스크를 통제하며 수익의 질을 개선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업계는 수주 선별 전략과 계열의 지원 여부가 실질적인 차별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대한토지신탁 관계자는 “과거 책임준공형 토지신탁 시장이 확대될 때 당사는 적절한 내부기준을 통해 선별 수주했고 그 결과 현재 타 신탁사들이 겪고 있는 PF 우발채무 부담은 없는 상태다. 현재 진행 중인 사업장도 순조롭게 준공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부채 중 차입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또 차입금 중에서는 CP(기업어음)이나 일시대출 등 단기부채가 절대 규모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중장기 부채로 대체할 계획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