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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HD현대重 파업으로 본 노란봉투법의 역설

[FETV=이신형 기자] 올해 HD현대중공업은 국내 주요 조선 3사 가운데 가장 격한 노사 갈등을 겪었다. 지난달 9일부터 시작된 부분 파업으로 시작된 HD현대중공업 노조의 임단협은 지난달 17일 사측의 2차 잠정합의안 수용 전까지 전면 파업으로까지 확대되며 전개됐다.

 

특히 백호선 HD현대중공업 노조 지부장은 울산 HD현대중공업 조선소에서 40m 높이 크레인에서 고공 농성을 이어갔고 일부 조합원 파업 시위 중 물리적 충돌까지 발생했다.

 

이러한 HD현대중공업 노조의 쟁의 격화 배경을 두고 지난 8월말 국회를 통과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3조 개정안)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해당 법은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 남용을 막고 노조 활동을 폭넓게 보호하기 위한 취지로 제정됐다.

 

그러나 법 시행 이후 산업계 곳곳에서 쟁의 강도, 빈도가 높아지고 파업 기간이 길어지는 현상이 이어졌다. 제도적 보호가 오히려 교섭을 장기화시키는 장치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노란봉투법이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까지 제한할 경우 민법상 불법행위 책임 원칙과 충돌할 소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위법한 폭력과 파괴까지 노조 의사결정의 결과라는 이유로 포괄 보호하면 책임의 귀속이 불명확해진다.

 

여기에 손해배상 리스크가 낮다고 인식될수록 쟁의 전술은 강경해질 유인이 커지며 교섭은 장기전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 변화가 현장에서는 즉시 비용으로 전가된다. 대부분의 산업은 공정 연쇄성이 높아 단 하루의 중단만으로도 큰 규모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전면 파업이 공정 전체를 멈춘 사례는 없지만 법적 보호 강화로 인해 향후 교섭 강도가 강화되면 생산 일정에 실질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법 제정이 새로운 운영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기업은 본질적으로 이익을 추구하는 조직이다. 기업이 성장하고 경쟁력을 확보해야 고용이 유지되고 정부는 세수를 통해 경제를 운영할 수 있다. 노동권 보장과 산업 경쟁력·생산 체계의 유지 모두 지속 가능한 경제를 위한 필요조건이다. 노동권이 보장되지 않으면 기업 활동이 지속될 수 없고 산업 경쟁력이 없으면 경제 성장이 멈춘다. 두 조건이 함께 충족될 때만 경제는 지속 가능해진다.

 

결국 핵심은 장기적 구조에 있다. 과도한 노동권 강화는 기업의 해외 엑소더스와 외국인 인력 대체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인다. 동시에 국내 산업이 비용 경쟁력과 유연성을 잃게 되면 피해는 다시 노동자에게 돌아간다. 노동자 보호를 위한 법이 오히려 노동자들의 일자리 기반을 약화시키는 아이러니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노동권 보장은 당연한 권리다. 그러나 산업 경쟁력 유지를 통한 기업의 생존이 함께하지 않으면 그 권리는 지속될 수 없다. 상생은 어느 한쪽의 면책이 아니라 산업 현실을 인정한 건전한 협상에서 시작된다. 노란봉투법의 진정한 의미는 무조건적인 면책이 아니라 책임 있는 협상력의 보장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