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국내 부동산신탁업은 14개사가 경쟁하는 427조원대 시장으로 단순 담보관리에서 개발형·책임준공형 신탁까지 외연을 넓혀 왔다. 그러나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와 금융 규제 강화로 업계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본지는 이번 기획을 통해 부동산신탁업의 현주소와 각 사별 전략·리스크·전망을 심층적으로 짚어보고자 한다. |
[FETV=박원일 기자] 소형 신탁사 가운데서도 과감한 영업 전략으로 시장 입지를 넓혀온 무궁화신탁이 부동산 경기 침체 국면에서 중대한 기로에 섰다. 대형사가 외면한 중소규모 사업을 적극 수주하며 ‘틈새 공략’에 강점을 보여왔지만 ‘책임준공 리스크’와 ‘자본력 한계’가 맞물리며 위기관리 능력이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무궁화신탁은 비(非)금융 계열 독립 신탁사로 자기자본 규모와 그룹 지원력이 제한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몇 년간 중소 시행사와 지방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공격적으로 시장을 확장하며 업계 내 ‘돌파형 신탁사’로 평가받고 있다. 공격적인 영업력과 빠른 의사결정으로 뚜렷한 존재감을 보여왔다.

특히 부동산 경기 호황기에는 책임준공형 토지신탁 수주를 통해 빠른 외형 성장을 이뤄냈다. 대형사가 위험을 이유로 꺼린 프로젝트를 적극 수주하면서 시행사와의 네트워크를 넓혔고 일부 사업에서는 안정적 수익까지 확보했다. 빠른 의사결정과 현장 밀착형 영업은 무궁화신탁만의 경쟁력이었다.
무궁화신탁의 차별화 포인트는 위험도 높은 프로젝트에 적극 참여한다는 점이다. 시행사와의 밀착형 영업, 현장 대응력을 바탕으로 단기간에 사업을 성사시키는 방식은 시장 내 독자적 입지를 만들어냈다. 이러한 ‘공격적 영업력’은 무궁화신탁을 소형사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플레이어로 부각시켰다.
책임준공형 토지신탁을 앞세운 무궁화신탁은 수도권 외곽과 지방 소규모 주택사업에 다수 참여했다. 이를 통해 외형적 수탁고 증가라는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일부 프로젝트에서는 시행사 부도 및 분양 부진으로 인해 신탁사가 직접 공사를 이어가야 하는 상황이 발생, 법적 분쟁과 손실 부담으로 이어진 사례도 적지 않다.
최근의 시장 환경은 무궁화신탁의 이러한 전략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중소 시행사 부도가 늘어나고 책임준공형 토지신탁 리스크가 급부상한 것이다. 자기자본 규모가 작아 충격 흡수력이 부족한 만큼 리스크 관리 실패 시 경영 안정성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의 건전성 규제 강화 역시 추가 자본 확충 압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현재 무궁화신탁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2024년 말 별도기준 영업수익은 954억원으로 다시 1000억원대 이하로 떨어졌고 수익성지표도 영업손실 746억원을 내며 적자전환했다. 안정세를 유지해왔던 부채비율도 196%를 기록하며 재무 부실 기준인 200%에 근접했다.
![무궁화신탁 실적 및 재무 현황 [자료 무궁화신탁 별도 감사보고서]](http://www.fetv.co.kr/data/photos/20251040/art_17593842219162_2bb86e.jpg?iqs=0.9794913903890334)
특히 재무건전성 지표인 영업용순자본비율(NCR)이 크게 하락한 것이 치명적이었다. 무궁화신탁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NCR이 69%로 적정기준인 100%에 못미쳐 금융위원회로부터 경영명령개선을 받았다. 2023년말 388% 달했던 NCR이 불과 3개 분기만에 약 6분의 1로 감소한 것이다.
올해 상반기에도 부채비율 319%, 영업손실 150억원 등 실망스런 성과를 나타냈다. 특히 책임준공의무 미이행으로 떠안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잔액만 상반기 기준 4456억원에 달하면서 외부감사기관으로부터 '계속기업 관련 중요한 불확실성' 감사의견을 받았다. 심각한 재무부실 탓에 기업 존속능력에 의문이 제기된다는 의미다.
그동안 무궁화신탁의 대응과 관련해 언급된 방안은 매각이 첫 번째였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희망 매각가에 인수할 매수자를 찾기 어려웠고 결국 무궁화신탁은 매각보다 자본 확충을 통한 경영정상화로 방향을 틀었다고 전해진다. 현재 중견 건설사가 무궁화신탁 자회사 매수에 나서고 있는 상황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무궁화신탁 2024년 12월말 현재 주주현황 [자료 무궁화신탁 별도 감사보고서]](http://www.fetv.co.kr/data/photos/20251040/art_17593842499648_0aebfd.jpg?iqs=0.4650762017331851)
업계에서는 무궁화신탁이 앞으로 선별적 사업 참여와 리스크 관리 체계 고도화를 통해 불확실한 시장 환경에 대응해야 한다고 본다. 동시에 신탁업 규제 강화에 맞춰 자기자본 확충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관련해서, 무궁화신탁의 향후 경영전개 방향에 대해 문의하려 했으나 담당자 공석으로 직접적인 답을 들을 수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