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임종현 기자] KB캐피탈이 외화채권(한국물) 발행에서 남다른 인기를 확인했다. 북빌딩 개시 직후부터 수요가 몰리며 135개 투자기관으로부터 최대 34억 달러 주문이 유입됐다. 2020년 첫 발행 당시 12억 달러 수준이었던 주문 규모와 비교하면 세 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이번 흥행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였다. 지난 9월 초 홍콩과 싱가포르에서 진행한 로드쇼에서 이미 투자자들의 우호적인 반응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5년 전과 달리 KB캐피탈의 이익 체력이 크게 개선되면서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확보한 점도 투자심리를 자극했다.
적극적인 투자 수요를 바탕으로 금리도 유리하게 책정됐다. 최초제시금리(IPG) 대비 37bp 축소된 수준에서 최종 금리가 확정됐다. 특히 마이너스 NIP(신규발행프리미엄)를 달성하며 국내 시장보다 경쟁력 있는 조달 성과를 거뒀다.
KB캐피탈은 지난달 30일 미화 3억 달러 규모의 외화채권 발행에 성공했다. 가산금리는 미국 5년물 국채 금리에 78bp를 더한 수준에서 확정됐다. 이번 발행은 2020년 첫 외화채권(3억 달러) 조달 이후 차환 시점에 맞춰 재개됐다. 딜은 KB증권과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등 글로벌 대형 금융기관이 공동 주관을 맡았다.
같은 A3(안정적) 신용등급의 금융사와 비교해도 조달 조건이 유리했다. 동일 만기 채권은 통상 미국 국고채 5년물 금리에 약 85bp를 가산한 수준에서 거래되는데 KB캐피탈은 이보다 7bp 낮은 조건에서 발행에 성공했다. 시장에서는 공정가치 대비 더 낮은 금리에서 조달한 만큼 투자자 선호가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호적인 조달 여건의 배경에는 신용등급 안정성도 있다. KB캐피탈은 외화채권 발행 직전인 지난달 25일 무디스로부터 A3(안정적) 신용등급을 받았다. 자체 신용도는 ba1 수준이지만 모회사 KB금융지주의 지원력이 반영되면서 4노치(notch) 상향된 A3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무디스는 KB캐피탈의 자동차금융 중심의 안정적인 사업 구조와 자산 건전성, 위험관리 역량 등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또한 KB금융지주(A1·안정적)의 계열사 지원이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도 반영했다고 밝혔다.
KB캐피탈은 리테일 자산(자동차·개인금융)을 기반으로 이익 체력을 다져왔다. 올 상반기 말 영업자산은 17조1639억원으로 이 중 리테일 자산이 68.5%를 차지했다. 자동차 제조사와의 장기 제휴와 온·오프라인(O2O) 중고차 플랫폼 KB차차차를 통해 세미 캡티브 시장 내 1위 여전사 지위를 공고히 하고 있다. 또 KB금융그룹 계열사와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개인신용대출, 전세자금대출 등으로 영업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
안정적인 자산 성장에 힘입어 수익성도 꾸준히 개선됐다. KB캐피탈의 순이익은 2020년 말 1436억원에서 지난해 말 2245억원으로 증가하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올 상반기 순이익은 1241억원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