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장기영 기자]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선 국내 보험사들이 아시아를 넘어 미국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한화생명이 증권사를 인수한 데 이어 DB손해보험이 보험사를 인수하며 공격적인 투자에 나섰다.
그러나 한미 관세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최종 협상 결과에 따른 양국 관계 변화는 향후 사업 확장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왼쪽부터) 한화생명, DB손해보험 본사. [사진 각 사]](http://www.fetv.co.kr/data/photos/20250939/art_17590184481246_aa8982.jpg?iqs=0.2828176338496555)
2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DB손보는 지난 26일 미국 특화보험사 포테그라(The Fortegra Group) 지분 100%를 16억5000만달러(약 2조30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국내 보험사가 미국 현지 보험사를 인수하는 것은 DB손보가 처음이다. 인수 금액 역시 역대 해외 보험사 인수 금액 가운데 최대 규모다.
1978년 설립된 포테그라는 미국 플로리다주 잭슨빌에 본사를 둔 특화보험 전문 보험사로, 미국 전역과 영국, 이탈리아 등 유럽 8개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 지난해 연간 원수보험료는 30억7000만달러(약 4조4000억원), 당기순이익은 1억4000만달러(약 2000억원)다.
DB손보는 포테그라 인수를 통해 세계 최대 손해보험시장인 미국과 유럽에 본격 진입해 글로벌 보험사로 도약할 방침이다.
DB손보는 미국, 중국, 동남아시아 등 3대 권역을 중심으로 해외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1984년 괌을 시작으로 하와이, 캘리포니아, 뉴욕 등 총 4개 지점을 개설해 시장을 공략해왔다. 베트남에서는 지난해 VNI(Vietnam National Aviation Insurance), BSH(Sai Gon Hanoi Insurance) 지분을 인수해 현지 10대 손보사 중 3곳을 품었다.
DB손보의 현지 보험사 인수에 따라 국내 보험사의 미국 시장 진출에는 더욱 탄력이 붙게 됐다.
앞서 한화생명은 지난 7월 미국 증권사 벨로시티(Velocity Clearing) 지분 75% 인수를 완료했다.
국내 보험사가 미국 증권사 지분을 인수해 현지 증권업에 직접 진출한 것은 한화생명이 처음이다.
2003년 설립된 벨로시티는 뉴욕을 거점으로 기관투자자들에게 청산·결제, 주식대차거래, 프라임 브로커리지 등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정보기술(IT) 기반 증권사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총자산은 약 12억달러(약 1조6700억원)이며,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최근 3년간 연 평균 매출 성장률은 25%다.
그동안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시장 공략에 집중해 온 한화생명은 벨로시티 인수로 글로벌 종합금융그룹 도약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한화생명은 지난 6월 인도네시아 노부은행(Nobu Bank) 지분 40%를 인수한 바 있다. 국내 보험사가 해외 은행업에 진출한 첫 사례다.
국내 보험사들은 이 같이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아시아를 넘어 미국을 비롯한 북미와 유럽 시장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인수한 금융사의 현지 네트워크에 각 보험사의 자본력과 디지털 기술, 사업 경험을 결합해 시장 공략을 강화할 계획이다.
다만, 교착 상태에 빠진 한미 관세 협상은 향후 사업 확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다.
현재 총 3500억달러 규모 대미 투자 패키지 구체화 방안을 놓고 한미 정부간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협상이 최종 결렬될 경우 양국 관계 악화에 따른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예를 들어 신규 사업 추진이나 추가 점포 개설을 위한 인허가 과정에서 현지 감독당국의 불승인이나 승인 지연으로 차질을 빚을 수 있다.
한미간 관세 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들이 이민당국에 체포돼 구금된 사태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한미 관계 악화는 미국에 진출한 국내 보험사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며 “각 보험사들도 관세 협상 여파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