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나연지 기자] 삼성전자가 13개월 만에 장중 주가 8만원을 돌파하며 ‘8만전자’에 복귀했지만 하루 만에 다시 7만원대로 내려앉았다. 단기 반등은 외국인 매수와 반도체 업황 기대가 이끌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의 수율 안정화와 내년 엔비디아 납품 여부가 주가 향방을 좌우할 전망이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0.75% 내린 7만99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장 초반 8만1800원까지 치솟으며 52주 신고가를 새로 썼지만, 곧바로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지면서 8만원 아래로 밀렸다. 전날(18일)에는 장중 한때 8만200원까지 오르며 지난해 8월 19일 이후 13개월 만에 ‘8만전자’에 복귀한 바 있다.
삼성전자 주가 급등에는 외국인 매수세가 큰 영향을 미쳤다. 18일 하루 동안 외국인 투자자들은 2000억원 이상 순매수하며 주가를 끌어올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9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인하하자 글로벌 증시에 안도감이 퍼졌고, 반도체 업황 회복 기대와 맞물리며 대장주에 매수세가 집중됐다.
한화투자증권은 목표주가를 11만 원으로 상향 제시하며 HBM4 성과를 최대 관건으로 꼽았다. 시장 관심은 자연스럽게 글로벌 HBM4 경쟁 구도로 옮겨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12일 HBM4 개발 완료와 세계 최초 양산 체제 구축을 공식화했다. 고객사 인증만 남겨둔 상태로, 엔비디아에 곧바로 납품할 준비를 마쳤다는 의미다. 이번 HBM4는 데이터 전송 통로를 2048개로 늘려 대역폭을 전 세대 대비 두 배로 확대했고, 전력 효율도 40% 이상 개선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사진 삼성전자]](http://www.fetv.co.kr/data/photos/20250938/art_17582646319347_c5b894.jpg?iqs=0.8704304496140703)
동작 속도는 10Gbps 이상으로, 엔비디아가 요구한 수준을 충족한다. SK하이닉스는 2분기 HBM 시장 점유율 62%로 1위를 기록했으며, HBM3E에서 입증한 높은 수율 우위를 HBM4로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업계 최초로 1c(6세대) D램과 4나노 로직 베이스 다이를 동시에 적용한 구조다. SK하이닉스가 대만 TSMC의 12나노 파운드리 공정을 활용하는 것과 비교하면, 삼성은 더 미세한 공정으로 동일 패키지에서 집적도를 높이고 전력 소모를 줄일 수 있다.
로직 다이에서는 인터페이스 속도와 신호 무결성을 개선해 병목 현상을 해소하는 장점도 있다. 다만 수율 안정화는 여전히 숙제다. 삼성은 지난 6월 1c D램 개발을 완료하고 양산 승인(PRA)을 받았지만, 후공정 불량률 이슈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삼성의 HBM4 속도는 안정적으로 나오고 있고 엔비디아가 요구한 사양을 충족했다”는 평가가 제기되지만, 실제 양산 전환 과정에서 안정성이 입증돼야 한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삼성 내부에서도 이러한 기류가 감지된다.
업계 관계자는 “샘플 단계에서 속도 등 품질 조건은 잘 나온다. 성능도 나쁘지 않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정확한 수율 수치는 공개할 수 없지만, 중요한 건 실제 납품 시점”이라고 말했다.
반면 삼성 내부에서는 “납품 일정이 명확히 공유되지 않았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이는 시장의 낙관적 기대와 달리 실제 양산까지는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론은 36GB 용량의 HBM4 샘플을 출하하며 경쟁에 나섰지만, 구조적 제약이 부각되고 있다. 마이크론은 여전히 DRAM 베이스 다이를 고수하고 있어 SK하이닉스·삼성이 채택한 로직 베이스 다이에 비해 속도 구현에서 불리하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마이크론이 DRAM 베이스 다이를 고집하면서 9Gbps 이상 구현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엔비디아 하이엔드 GPU 공급망 편입에 난항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결국 삼성전자 주가의 단기 반등은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를 반영한 결과지만, 장기적으로는 HBM4 수율 안정화와 엔비디아 인증이라는 현실적 과제를 넘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HBM4는 단순 속도 경쟁이 아니라 수율, 패키징, 파운드리 역량까지 종합적으로 평가받는다”며 “삼성이 이 부분에서 강점을 갖고 있지만, 실제 납품 성과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8만전자’는 반짝 반등에 그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