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박민석 기자] 가상자산거래소 빗썸이 금융감독원과 경찰청 출신 인사를 잇따라 영입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빗썸은 규제 대응 차원의 불가피한 선택이라 설명하지만, 일각에서는 금융정보분석원(FIU) 제재와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방패막이용 인사’라는 해석이 나온다.
◇올해만 금감원·경찰청 출신 인사 4명…취업심사 거치지 않은 영입 사례도
19일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빗썸은 올 들어 현재까지 총 4명의 금융감독원·경찰청 출신 인사를 영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달에는 금감원 4급 퇴직자 1명이 부장급으로 합류했으며, 투자자 보호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에는 준법 감시와 대관 업무 등을 담당할 금감원 3급 팀장 2명을 전무로, 경찰청 퇴직 경감을 이사로 영입했다.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된 지난해에도 금감원 3급·4급 출신을 각각 이사와 팀장으로 데려왔다.
![2025년 빗썸 금융당국·경찰청 출신 인사 현황 [자료 인사혁신처 퇴직공직자 취업심사 결과]](http://www.fetv.co.kr/data/photos/20250938/art_17582338842677_68e1b1.png?iqs=0.7883196199514135)
과거 빗썸은 인사혁신처 취업심사를 거치지 않은 금감원 출신을 영입한 전례도 있다. 현행 규정상 퇴직 공무원이나 공직유관단체 임직원은 퇴직 후 3년간 취업심사 대상 기관에 들어가려면 사전에 관할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심사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2022년 11월 금감원 4급 출신이 빗썸 거래지원심의위원회 심의위원으로 선임될 당시 이를 거치지 않아, 뒤늦게 적발돼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금감원 3급은 입사 15~20년차, 4급은 5~15년차 직원으로 구성돼 각각 수석조사역·선임조사역급 역할을 맡는다. 사실상 감독 실무에 정통한 ‘핵심 라인’을 대거 흡수한 셈이다. 이외에도 현재 빗썸 이사회에는 금감원 회계감독국 출신 변호사인 임정근 사내이사가 이름을 올리고 있다.
빗썸 관계자는 “가상자산의 제도권 편입 과정에서 규제 준수·운영 노하우 확보가 필수적”이라며 “금감원과 경찰청처럼 규제·조사 경험이 풍부한 전문 인력을 적극적으로 영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FIU 제재 앞둔 빗썸…수위 낮추려는 ‘보험성 인사’?
업계는 빗썸의 당국 출신 영입을 두고 FIU 제재를 의식한 ‘보험성 인사’라는 해석을 내놓는다.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FIU는 자금세탁방지 의무와 관련해 빗썸 현장검사를 마쳤으며, 위반 여부에 대한 결과 처분만 남겨둔 상황이다.
앞서 FIU는 지난 2월 업비트에 대해 미신고 가상자산사업자와의 거래 금지 의무 위반, 의심거래보고 미이행 등 다수의 자금세탁방지 의무 위반 혐의로 영업 일부정지 3개월과 대표이사와 관련 임원들을 상대로 문책경고를 내리는 등 강력한 제재를 내린 바 있다. 현재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는 이에 불복해 FIU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다.
가상자산 업계를 대표하는 업비트가 첫 타자로 중징계를 받았던 만큼, 빗썸 역시 결과에 따라 비슷한 수위의 제재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내년 4월 코스닥 상장을 추진 중인 빗썸은 FIU 제재를 받을 경우, 상장 심사에서 치명적인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거래소가 금융위·FIU 등 감독기관의 제재 이력을 질적 심사 요건에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빗썸의 잇단 당국 출신 영입은 겉으로는 ‘규제 대응’ 명분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FIU 제재 리스크를 완화하고 IPO 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패막이라는 지적이 힘을 얻는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업비트 사례에서 보듯 FIU 제재 수위는 결코 가볍지 않다”며 “IPO를 준비 중인 빗썸이 제재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당국 출신 인사의 네트워크와 경험을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