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코스닥은 코스피보다 약 2배 많은 종목이 상장된 만큼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점검하고 키워야할 시장이다. 하지만 뛰어난 기술력과 성장성을 갖추고도 충분히 알려지지 않은 강소기업들이 적지 않다. FETV가 ‘히든챔피언’으로 불리는 코스닥 상장사들의 전략과 성장성을 조명해 본다. |
[FETV=박민석 기자] 트랜스(소형 변압기) 제조업체 에이텀의 주가가 두 달 만에 두 배 가까이 치솟으며 단기과열 종목 지정 예고까지 받았다. 시장에선 지난 5월 인수한 선박용 엔진부품사 디에스티(DST)가 한·미 협력 프로젝트 ‘MASGA’ 수혜를 받아 상승세를 이어갔다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조선업 수혜만이 주가 상승세의 원인일까. 에이텀의 성장 스토리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기존 TV·TA(휴대용충전기) 트랜스에서 EV(전기차) 트랜스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며 한 단계 도약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FETV는 고전압 시대를 맞이해 반도체, 배터리와 함께 중요성이 날로 커지는 트랜스 시장에서 독자적 기술력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에이텀의 두 성장 축인 베트남 트랜스 공장과 경북 칠곡군에 위치한 DST 공장 현장을 직접 찾았다.
◇EV 트랜스 생산의 전초기지, 베트남 박닌성
9월 초 하노이 공항의 공기는 서울보다 훨씬 무겁고 눅눅했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공항에서 차로 40여 분, 끝없이 이어지는 도로를 달려 박장성 히에프호아현 위치한 에이텀의 베트남 공장 ‘에이텀 비나(ATUM VINA CO., LTD) 공장에 도착했다. 입구에서부터 '에이텀'이라 한글로 표기된 간판과 밝은 표정을 한 현지 공장 관계자가 기자를 반겼다.
![베트남 현지에 위치한 에이텀 공장 [사진 FETV]](http://www.fetv.co.kr/data/photos/20250937/art_17576256950857_21bfe7.png?iqs=0.3041140955931889)
공장 입구는 사람들로 북적 거릴 것이란 예상과 달리 고요했다. 인파 대신 기계음이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공장 현지 관계자는 “자동화 설비를 대거 도입해 인력이 크게 줄었다”며 “불량률이 1% 미만으로 떨어지고 공정수가 줄어들면서 생산 효율성이 크게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2016년 설립된 이곳은 삼성전자와 LG전자에 공급하는 TV·휴대폰용 소형 트랜스와 EV 트랜스를 생산한다. 지난 3월 안산 공장 매각 이후 현재 에이텀의 유일한 트랜스 생산 거점이 됐고, 2023년 말부터는 기업공개(IPO) 로 조달한 시설자금 65억원 중 현재까지 15억원을 투입해 EV 전용 라인을 증설해 가동 중이다.
TV 풀 전자동 라인에는 EV 전용 풀 전자동 라인의 두배인 30억원이 투입됐다. 이는 베트남 현지의 가파른 인 건비 상승에 대비한 선제적인 경영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실제 하노이 근교 인건비는 매년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하며, 탈 중국의 대안으로 여겨졌던 베트남의 외국인 투자의 걸림돌로 부각되고 있다.
에이텀 관계자는 "인건비 부담도 부담이지만 풀 자동화로 인력을 크게 줄이면서 가격 경쟁력을 제고시킬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내부에 들어서니 외부보다 몇배는 더 커보이는 규모와 트랜스 생산 설비에 압도 당했다. 생산라인 안쪽에서는 TV·휴대폰용 트랜스가 바쁘게 조립되고 있었고, 한편에서는 새 설비 느낌이 물씬 나는 EV 트랜스 라인이 시험 가동에 들어가 있었다. 대형 EV 트랜스가 빠른 속도로 조립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베트남 현지 공장 내 설치된 EV 트랜스 생산라인 [사진 FETV]](http://www.fetv.co.kr/data/photos/20250937/art_17576258703399_df42bb.png?iqs=0.03112668443966704)
현지 공장 관계자는 EV 라인을 가르키며 “한국의 한 대형 완성차 부품사에 공급할 EV 라인”이라며 “예비 벤더 승인을 이미 거쳤고, 최근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아 샘플을 공급하며 1차 벤더 지위 상승을 위한 마지막 단계를 거치고 있다”고 전했다.
에이텀에 따르면, 2022년부터 국내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EV 트랜스를 공동 개발해왔고, 지난해 말 현지 실사까지 마쳤다. 이르면 하반기부터는 해당 업체에 샘플 공급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수주가 가시화될 전망이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테슬라 사이버트럭에도 들어간 ICCU(통합 충전 제어 장치)용 트랜스 라인이 가동 준비에 한창이었다. 자체 개발한 ‘평판형 트랜스’ 기술로 발열을 최소화하고 크기를 줄여 전기차 내부 공간 활용도를 높였다는 설명이다.
현장에서 본 베트남 공장은 단순 조립이 아니라, 에이텀의 미래 먹거리를 시험하고 키워내는 전초기지였다.
◇ DST, 용접 불꽃 대신 분주한 발걸음
에이텀이 지난 5월 지분 50.1%를 인수한 선박 엔진부품 제조사 DST는 최근 조선업 호황(MASGA 효과)에 힘입어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이 3대 주주로 참여하는 등 대표적인 조선업 수혜주로 주목받고 있다.
당초 에이텀이 DST를 인수한 목적은 HD현대중공업, HD현대마린솔루션 등 기존 대형 고객사를 기반으로 선박 트랜스 사업에 진출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결과적으로 ‘뜻밖의 호재’를 안은 셈이다.
구미 시내에서 차로 20여 분 이동해 도착한 DST 칠곡 공장은 호황을 반영하듯 직원들의 분주한 발걸음으로 활기를 띠고 있었다.
공장 내부는 용접 불꽃이 가득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깔끔하게 정리된 원재료와 재고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이어 성인 키를 훌쩍 넘는 거대한 선박용 실린더 모듈이 조립되는 장면이 시선을 끌었다.
![차분히 정리된 포장된 선박용 실린더 모듈이 가지런히 놓여있다. [사진 FETV]](http://www.fetv.co.kr/data/photos/20250937/art_17576298929332_48d0cc.jpg?iqs=0.8766085277297732)
공장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에서 생산하는 선박 엔진에 들어가는 실린더 모듈을 제작하고 있다”며 “최근 물량이 늘면서 쉴 새 없이 바쁘다”고 말했다. 그의 표정에는 힘겨움과 함께 미소가 번졌다.
DST의 영업이익은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꾸준히 증가해왔다. 이 같은 실적은 올해 3분기부터 에이텀 연결기준 재무제표에 반영될 예정이다.
![경북 칠곡군에 위치한 디에스티 생산 공장에서 한 근로자가 선박용 실린더 모듈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 FETV]](http://www.fetv.co.kr/data/photos/20250937/art_17576295485369_d0c6b6.png?iqs=0.013636516776456165)
특히 최근 한화엔진의 종속엔진 사업 참여가 가시화되고 있어 DST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화엔진이 종속엔진 사업에 참여한다면 실린더모듈 제작에 강점을 가진 DST와의 협업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는 DST 향후 실적에 또 하나의 호재로 작용하고, 모회사인 에이텀 실적 제고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