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이신형 기자] 약 1600만원의 비용을 들여 부여받은 기업신용평가 등급을 2주만에 자진 철회한 톱텍의 향후 행보에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산업용 장비 제조업체 톱텍은 지난 7월 29일 NICE신용평가에서 BB(안정적) 등급의 기업신용평가 등급을 부여받았다. 그러나 불과 2주 만인 지난달 13일 NICE신용평가에 취소를 요청했고 최종적으로 등급이 철회됐다. 2주라는 단기간에 애써 돈과 시간을 들여 받은 기업신용평가 등급을 취소하는 사례는 이례적이라 톱텍에는 세간의 관심이 쏟아졌다.
일반적으로 기업들이 신용평가를 받는 주요 목적은 회사채 발행이나 차입 시 금리 산정, 금융기관 대출 심사, 협력업체와의 거래 및 신규 투자 유치에서 신뢰도를 확보하기 위함이다.
톱텍이 받은 BB등급은 원리금 상환에는 즉각적 문제가 없지만 장래 안정성이 취약해 투기적 요소가 내포된 수준으로 금융시장에서 투자부적격 투기등급으로 분류된다. 이 경우 자금 조달 과정 등에서 불리한 조건을 피하기 어렵다.
국내에서는 복수의 신용평가를 받을 경우 복수 등급 중 가장 낮은 등급이 소급 적용된다. 따라서 톱텍이 NICE신용평가의 BB등급을 취소한 것은 낮은 등급이 남길 부정적 꼬리표를 피하고 향후 사업 확장 과정에서 보다 유리한 조건을 확보하려는 전략적 조치로 해석된다.
![톱텍 최근 실적 및 EBIT/매출액 추이 [이미지 톱텍 공시자료]](http://www.fetv.co.kr/data/photos/20250936/art_17567078944689_f418d8.png?iqs=0.5053898051564047)
톱텍이 투기등급을 받은 이유는 실적 악화 때문이다. 2024년 연결 기준 매출은 4736억원으로 전년 대비 21.3%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124억원으로 82% 줄었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71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8.5% 감소했으며 영업손실 68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적자전환했다.
매출액 대비 EBIT 비율도 2023년 11.5%에서 지난해 2.6%로 급락했고 올해 1분기 –1.1%, 상반기 –9.6%로 추가 하락했다. NICE신용평가는 이러한 실적 하락을 BB등급 산정의 근거이자 추가 하락 검토 요인으로 제시했다.
업계는 톱텍이 향후 다른 신용평가사에 재평가를 의뢰할지 주시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금융위원회 인가를 받은 신용평가사는 한국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NICE신용평가, 서울신용평가 등 4곳이다.
다만 서울신용평가는 전자단기사채, 기업어음, 자산유동화증권 등 단기채권만 평가할 수 있어 기업신용평가 등급을 부여하지 않는다. 따라서 톱텍이 차후 기업신용평가 등급을 외뢰한다면 한국신용평가나 한국기업평가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국내 약 99% 점유율을 보유한 대표 신용평가 3사 CI [이미지 각사 홈페이지]](http://www.fetv.co.kr/data/photos/20250936/art_17567138487209_0250e3.png?iqs=0.8556640386355406)
다만 문제는 등급 변동 폭이다.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는 NICE신용평가와 평가 기준이 유사하다. 일반적으로 신평사 간 평가 결과가 한 등급 정도 차이를 보이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두 등급 차이를 보이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톱텍이 실적이 극적으로 개선될만한 여지도 현재로서는 보이지 않는다. 만약 NICE신용평가에서 BB등급으로 평가받았던 톱텍이 타 신용평가사에서 BBB등급을 받아낸다면 이는 업계에서도 이례적인 사례로 기록될 수밖에 없다. 동시에 신용평가사의 공정성과 평가 기준 일관성에 대한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도 높다.
업계 한 관계자는 "톱텍이 1600만원 가량의 수수료 손실을 감수하면서도 기업신용평가 등급 의뢰를 취소한 것은 BB등급이라는 흔적을 지우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라며 "타 신용평가사에서 더 높은 등급을 받지 못하는 이상 공식적인 기업신용평가 등급은 없더라도 BB등급 기업이라는 꼬리표는 따라다닐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