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임종현 기자] 김기홍 JB금융그룹(이하 JB금융) 회장이 핀테크 기업과의 협업 모델을 인도네시아에 안착시킨 뒤 이를 기반으로 동남아 전역으로 확장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김기홍 회장은 이미 다수 외국계 금융사가 진출한 동남아 시장에서 단독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동남아 금융시장 내 영향력을 넓히고 있는 현지 핀테크 기업들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사업 모델을 구축하고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지난 24일 열린 JB금융 상반기 컨퍼런스콜에서는 글로벌 사업 전략을 둘러싼 질문이 이어졌다. 한 애널리스트는 향후 3년 내 동남아시아 시장에 투입할 자본 규모와 해외 사업 확장 전략에 대해 질의했다.
김 회장은 컨콜에서 인도네시아 시장 공략을 위해 KB부코핀파이낸스 지분 85%를 인수하고 현지 AI·테크 기업 에이젠글로벌(이하 에이젠)의 지분 40%를 확보해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핀테크 협업 기반의 혁신 금융모델을 인도네시아에 정착시킨다는 방침이다.
KB부코핀파이낸스는 KB국민은행의 인도네시아 법인 KB뱅크(옛 부코핀은행)의 자회사로 자동차 할부금융과 개인신용·자영업자 대출 등을 주요 사업으로 하고 있다. 에이젠 인도네시아 법인은 E-Bike(전기바이크)를 매입해 그랩(Grab)·고젝(Gojek) 등 대형 모빌리티 플랫폼에 대여하고 운행 중 발생하는 비금융 데이터를 분석해 금융사에 제공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JB금융은 현지 핀테크 기업과의 제휴를 통해 맞춤형 금융 서비스를 구현하는 수익 모델을 구상하고 있다. KB부코핀파이낸스는 에이젠에 전기 오토바이 매입 자금과 운전자 대상 대출, 배터리 매입 대출 등 다양한 상품을 공급할 계획이다.
김 회장은 "KB부코핀파이낸스가 에이젠에 사업자금을 대출해 주며 받는 금리는 12% 정도"라며 "대형 플랫폼사인 그랩·고젝을 상대하는 비즈니스이기 때문에 부실률은 0에 수렴하는 상당히 좋은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JB금융의 인도네시아 진출은 국내 금융그룹과 독창적 기술을 가진 핀테크 업체가 동남아 시장에 진출하는 첫 사례로 평가된다. 아울러 인도네시아에서의 협업 모델이 성공적으로 안착할 경우 베트남·캄보디아·태국 등 다른 동남아 국가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이젠과 공동 추진하기로 했으며 그랩·고젝 등 주요 플랫폼과도 협의가 된 상황이다.
다만 향후 3년 내 동남아 시장에 투입할 자본 규모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김 회장은 국가별 시장 상황과 전략 발굴 가능성 등 여러 변수로 인해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하긴 어렵다면서도 동남아 진출에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있음을 내비쳤다.
김 회장은 JB금융이 국내에서 ROE(자기자본이익률) 13% 이상을 달성하고 있는 만큼 해외 진출 시에도 이 수익성을 넘길 수 있는 모델이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전통적인 금융 비즈니스 방식으로는 해외에 진출하지 않겠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또한 베트남에서 운영 중인 증권업 역시 기존 방식이 아닌 독창적인 모델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이 모델이 성과를 내면 다른 동남아 국가로의 확장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