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박원일 기자]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3년을 넘긴 건설업계가 ‘안전이 곧 생존’이라는 공감대를 바탕으로 근본적인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특히, HDC현대산업개발과 포스코이앤씨는 과거 연속적인 대형사고 경험을 가진 상태에서 기술적 대응을 넘어 경영 시스템 전반을 안전 중심으로 재편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이는 사고 발생에 따른 법적·재무적 리스크는 물론 실제 수주 경쟁력과도 직결되고 있어 업계의 이러한 ‘안전 전환’ 흐름은 뚜렷해지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 CI, 포스코이앤씨 CI [사진 각 사 홈페이지]](http://www.fetv.co.kr/data/photos/20250728/art_17518728181008_babd97.jpg?iqs=0.6359498871790373)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 사고 등 산업재해가 끊이지 않던 상황에서 2020년 4월 이천 물류센터 공사장 화재로 38명이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2021년 제정된 것이 중대재해처벌법이다. 제정 후 1년 경과 시점인 2022년 1월 27일부터 시행됐으나 50인 미만 사업장(건설업 50억원 미만 공사)의 경우는 공포 3년 후인 2024년부터 시행 중이다.
◇HDC현대산업개발, 근로자 작업중지권제·사전작업허가제 등 현장 중심 운영
2021년 6월 철거 중인 건물이 무너지며 시내버스를 덮쳐 1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 학동4구역 재개발’ 현장 붕괴 사고와 2022년 1월 구조물 붕괴로 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광주 서구 화정동 아이파크 신축’ 현장 붕괴 사고 등 HDC현대산업개발의 사고에서는 상대적으로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과거 연속적으로 중대재해를 겪은 HDC현대산업개발은 안전보건의 독립성과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해 최고안전책임자(CSO)를 각자 대표이사로 선임하고 이사회 산하에 안전보건위원회를 설치해 감독하고 있다.
전체 현장에서는 ‘근로자 작업중지권 제도’를 통해 근로자가 작업 중 위험 요소를 직접 식별하고 자율적으로 작업을 중단하거나 신고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도 앞장섰다. 2024년 한 해 동안 작업중지 신고는 총 1149건 접수됐으며 전체 건에 대해 100% 조치 완료됐다.
아울러 ‘사전작업허가제’(PTW: Permit to Work)로 전체 현장에 적용해 사전 예방 중심의 안전관리체계도 운영하고 있다. 특히 고위험 작업 및 중대재해 위험이 높은 공종에는 의무적으로 적용 중이다.
![HDC현대산업개발 산업재해 현황 [사진 HDC현대산업개발 지속가능경영보고서]](http://www.fetv.co.kr/data/photos/20250728/art_17518730499886_b95bc9.jpg?iqs=0.6943207177641377)
HDC현대산업개발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협력회사 ‘부상재해자수’는 2022년~2024년 3년 동안 74명→122명→184명으로 급증했다. ‘질병재해자수’도 3년간 39명→14명→40명으로, 2023년 크게 줄었다가 2024년 다시 두 배 이상 늘어났다. 안전 성과를 지속하는 것이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 대신 ‘사망자수’는 2022년 6명에서 2023년·2024년 각각 1명씩으로 줄어든 상태다.
◇포스코이앤씨, 안전신문고·작업거부권 등 현장 안전활동 실행력 제고
2025년 1월 하청 소속 노동자가 추락해 사망한 ‘경남 김해시 아파트 건설’ 현장 사고, 2025년 4월 신안산선 복선전철 5-2공구 지하터널 붕괴로 1명이 사망하고 1명은 부상을 입은 ‘신안산선 복선전철 5-2공구’ 현장 사고., 2025년 4월 하청 소속 60대 근로자가 작업 중 추락해 사망 한 ‘대구 중구 아파트 현장’ 사고 등 포스코이앤씨는 유독 올해 대형사고에 자주 직면했다.
이에 포스코이앤씨는 ‘중대재해 Zero’를 통한 자율 안전문화로의 진화‘를 목표로 CSO(Chief Safety Officer)를 선임하고 산하 조직으로 ‘안전보건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전 사업장을 대상으로 안전보건경영지수 평가를 도입해 안전보건 관리체계와 교육, 중대재해 대응, 안전보건 관계 법령 등의 평가항목에 대해 연 2회 자체 점검도 진행한다.
현장 중심의 안전보건 역량 강화를 위해 2024년에 현장별 맞춤형 안전활동계획 수립을 통해 안전활동 실행력을 제고했다. 근로자 안전의견 청취제도 활성화를 위해 ‘안전신문고’와 ‘작업거부권’에 대한 교육·홍보를 강화하고 개선 의견에 대한 피드백 및 성과·보상을 실시해 자발적 안전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더불어 중대재해 발생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 작업에 대해서는 안전작업계획서를 표준화하고, 이를 통해 안전사고를 예방하며 법규 위반 리스크에 대비하고 있다. 또한, 타워크레인과 리프트 등 사고 다발 건설 장비에 대한 사고 예방을 위해 장비별 점검 전문가를 투입해 고위험 건설장비 교차 점검을 실시하고 이를 통해 위험 요소를 발굴·개선해 나가고 있다.
한편 포스코이앤씨는 상생협력의 일환으로 협력사의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을 지원하는 등 협력사 안전보건 역량 강화를 위한 노력도 진행 중이다. 2024년에는 700개 협력사를 지원했고, 사고 취약 30개사에는 현직 법률 전문가와 협력해 중대재해처벌법 이행 점검과 재발 방지 대응 체계 구축 컨설팅을 제공하기도 했다.
![포스코이앤씨 산업재해 현황 [사진 포스코이앤씨 지속가능경영보고서]](http://www.fetv.co.kr/data/photos/20250728/art_17518730581397_7d3bcd.jpg?iqs=0.8016025924210882)
포스코이앤씨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안전관리 체계와 각종 제도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성과가 두드러지는 모습은 보이지 못하고 있다. 협력사 재해자 수는 2022~2024년 3년간 78명→57명→56명으로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사망자 수는 2022년 ‘0’명에서 2023년 1명, 2024년 3명으로 늘어난 상태다.
건설업에서 안전 확보는 더 이상 윤리적 과제가 아니며 기업의 생존과 직결되는 평가 기준이자 수주전의 핵심 무기로 평가받고 있다. 대형사고 그림자를 벗고 회복을 시도하는 HDC현대산업개발과 포스코이앤씨. 향후 중대재해 평가제도가 본격화될 시점에 양 사의 ‘안전경영 성적표’는 건설업계의 미래를 다지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현장 실정에 맞는 안전관리 프로그램을 계획했으며, 현재 중대재해 발생 제로화를 위해 지속적인 현장점검을 진행 중”이라며 “구조 자문, 안전 교육과 같은 다양한 활동도 전개하고 있다. 앞으로도 체계적인 안전 관리 문화 정착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