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박원일 기자] “부동산 취재하는 기자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지난 두 달여 동안 현장 취재를 위해 재개발 구역 인근 공인중개사 사무소를 방문하면서 건네는 첫 멘트다. 절반은 관심 갖고 맞아주고, 또 절반은 의아한 표정으로 무심히 맞기도 한다. 그래서 들어서기 전에 살짝 떨린다.
보통의 취재는 회사 홍보담당자를 대상으로 사전 약속 하에 차 한 잔 혹은 식사 하면서 이슈에 대해 대화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현장에서 무작위로 만나는 부동산 전문가 혹은 지역주민은 낯설음에 긴장감이 커지기도 하지만 오히려 피부에 와닿는 생생한 대답을 들을 수 있어 흥분감을 주기도 한다.
한편, 현장 인터뷰 포함 건설업 종사자들은 모두가 한 목소리로 지금의 부동산 경기·건설업 현실이 녹록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건설업은 아파트 같은 주택·건축물, 도로·교량 같은 토목 등 인프라를 담당하는 기간산업이다. 국내총생산(GDP)의 5% 이상을 차지하고, 지역 경제의 20~25%를 책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건설업은 고용 창출과 내수 진작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지만 최근 산업 전반에 걸쳐 불안 조짐이 뚜렷하다. 고용 기반이 흔들리고, 연관 산업으로의 파급력도 약화되고 있다.
2022년 이후 이어진 고금리, 원자재값과 인건비 상승, 부동산 PF 대출 부실 등 여러 악재로 건설업은 침체 상태다. 지방 미분양과 준공 후 미분양 증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등도 부담이다. 이 영향으로 올해에만 신동아건설, 삼부토건 등 시공능력평가 200위 내 건설사 중 10곳 가량이 법정관리에 들어가기도 했다.
중개업, 인테리어업, 이사업 등 연관 업종도 침체의 골이 깊다. 철강 시멘트 레미콘 등 후방 산업도 흔들리고 있다. 건설업 취업자의 절반인 임시·일용직 종사자에게 미치는 충격은 더 크다.
특정 업종의 현재 상황이나 미래 성장을 가늠하는 기준의 하나가 취업자 수다. 건설업 침체는 고용시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올해 ‘3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건설업 취업자는 193만 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8만5000명(8.7%) 급감했다. 2013년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4월 고용동향’에서는 건설업 취업자가 194만 명을 기록했지만 마찬가지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5만명(7.2%) 줄었다. 건설업 취업자 감소가 12개월 연속 이어진 상황이다.
이에, 건설업의 계속된 침체와 개별기업의 어려움 극복을 위해 건설협회 차원의 여러 중점 과제들이 설정돼 추진 중이다. 특히 국가계약법 개정을 통한 중소형 공사 수익성 확보나 표준품셈 개선을 통한 공사비 현실화 문제를 시급하게 다루고 있다.
정부는 건설업 활력 제고 및 경기 회복을 위해 SOC 예산 확대, 공공공사 조기 발주·집행 등을 실행해야 한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를 비롯한 대형 인프라 사업과 수도권 주택 공급 확충, 노후 인프라 유지·보수 등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국책사업 수익성을 높이는 방안이 필요하다. 건설업 존립·유지를 위한 단기 처방 관점이 아니라 국내 산업생태계의 큰 축인 건설업 도약을 위한 장기 성장 관점 하에서 말이다.
업계 차원에서는 건설업이 ‘쇠퇴 산업’이 아니라 생활 인프라 기반 ‘성숙 산업’으로서의 이미지로 탈바꿈하기 위해 토건족, 뇌물 수수, 비자금 조성 같은 과거의 부정적 이미지와 결별해야 한다. 또한 타 산업 대비 빈번히 발생하는 중대재해 예방과 안전 강화에도 더 신경 써야 한다.
이런 이유로 건설협회는 10대 중점 과제에 ‘건설업 이미지 개선’을 포함시키기도 했다. 취업자 규모 자체가 축소되는 것도 문제지만 현장 인력이 대부분 고령화되고 또 해외인력들로 채워지는 현실을 바꾸기 위해서는 건설업 자체의 이미지를 변화시킬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래야 현장에 젊은 세대가 다시 돌아오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