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산업과 금융권에서는 새 정부 출범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정치적 혼돈에서 벗어나 대한민국 경제가 다시 부흥할 수 있는 제도적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FETV는 업권별 현안과 과제를 점검하고 차기 정부에 바라는 규제 완화 요구 등을 들어보고자 한다. |
[FETV=김주영 기자] 제약바이오 업계는 신약개발을 위한 R&D 투자가 확대되는 만큼 이를 뒷받침할 조세지원 체계가 보다 단순하고 실효성 있게 개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업계는 공제 비율을 올리고 공제 혜택에 대한 허들은 낮추는 제약바이오 맞춤형 제도를 바라고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의 연구개발(R&D) 투자는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2024년도 상장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상위 96개사의 R&D 비용은 전년 대비 증가세를 유지하며 3조6000억원을 넘어섰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4347억원을 R&D 분야에 투자했다. 2023년 3427억원보다 투자 규모가 26.8% 늘어난 수치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작년 R&D 투자액이 3929억원으로 전년보다 20.8% 증가했다. 대웅제약은 전년보다 13.6% 증가한 2346억원, 한미약품의 경우 2.3% 증가한 2098억원을 투자했다.
신약개발 R&D의 핵심 활동인 임상시험 역시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에 따르면 2024년 국내외 임상시험 승인 건수는 총 747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10년 전인 2014년 653건에 비해 약 100건 가까이 늘어난 수치로 제약바이오 산업 전반에서 연구개발 활동이 장기적으로 꾸준히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국내 임상시험은 371건, 다국가 임상시험은 376건으로 신약개발의 핵심 절차인 임상시험을 통해 업계의 R&D 투자가 실제 실행으로 이어지고 있는 흐름을 확인할 수 있다.
![국내 제약사 임상시험 승인 현황. [자료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http://www.fetv.co.kr/data/photos/20250520/art_17472647699887_7df025.png)
이처럼 신약개발을 위한 R&D 활동은 양적으로 꾸준히 확대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세제 지원 제도는 복잡하고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현재 운영 중인 세액공제 제도는 일반 연구개발, 신성장·원천기술, 국가전략기술 등으로 나뉘며 공제율과 요건이 상이하게 적용된다. 이에 따라 세제 혜택을 받기 위해 기업이 준비해야 하는 서류도 연구과제 총괄표, 연구노트, 계획서 등으로 복잡하다.
국세청과 한국산업기술진흥원 둘로 나뉘어 있는 심사 절차 역시 납세 협력 비용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라고 업계는 말한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KIPF)이 발간한 '월간 재정포럼'에 따르면 기업은 국세청에 연구개발비의 적격 여부에 대한 심사를, 산업기술진흥원에는 해당 기술이 신성장·원천기술 혹은 국가전략기술에 해당하는지를 별도로 검토받아야 한다.
이중 심사 구조는 행정 비용 증가와 함께 신청 기피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중소·중견기업은 이 과정에서 전문 인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아 세액공제를 아예 신청하지 못하거나 공제 가능 범위를 축소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물론 정부가 R&D 세액공제에 대한 필요성을 외면하고 있지는 않았다.
정부는 최근 몇 년간 제도를 일부 개편해 적용 대상을 확대해왔다. 2021년 바이오시밀러 임상 3상 시험이 신성장 임상기술 범위에 포함됐고 2023년부터는 신약 임상 3상의 해외 위탁 비용까지도 공제가 가능해졌다. 또한 2024년부터는 바이오의약품이 국가전략기술에 포함되며 관련 기술에 대한 세액공제율이 중소기업의 경우 신성장 기술에 대해 30~40%, 중견기업은 25~40%, 대기업은 최대 30%까지 공제를 받을 수 있다.
다만 공제 제도의 구조가 복잡하게 유지되고 있어 기업들이 제도를 실질적으로 활용하는 데에는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있다. 기술별 공제율 차이뿐 아니라 우대 기술 범위가 넓어지면서 제도의 목적이 다소 모호해졌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신성장·원천기술과 국가전략기술이 매년 확장되면서 사실상 대부분의 기술이 우대 대상에 포함되고 있는데 이는 오히려 일반 기술과의 구분을 모호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제도 남용 방지를 위한 사전·사후 검증 체계 역시 미비해 실제 제도가 적정하게 운영되고 있는지에 대한 점검이 어려운 실정이다.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제약바이오산업은 반도체 등 제조업 중심의 기술과는 다르게 신약개발이라는 고위험·장기 투자 성격을 띤다"며 "산업 특성에 맞춘 보다 예리한 맞춤형 세액공제 체계를 마련하지 않으면 기업들의 투자 유인은 줄어들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R&D 세제지원은 기업들이 연구개발과 설비투자를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만드는 정책적 기반”이라며 “이런 제도가 산업 전반의 R&D 속도를 끌어올릴 수 있는 촉진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