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산업과 금융권에서는 새 정부 출범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정치적 혼돈에서 벗어나 대한민국 경제가 다시 부흥할 수 있는 제도적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FETV는 업권별 현안과 과제를 점검하고 차기 정부에 바라는 규제 완화 요구 등을 들어보고자 한다. |
[FETV=임종현 기자] 카드업계의 숙원 사업으로 꼽혀온 '지급결제 전용계좌' 발급 허용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업계는 지난해 금융당국에 이어 올해는 정치권과 만나 공식적으로 이를 건의하며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급결제 전용계좌의 필요성은 지난해 티몬·위메프(티메프)의 정산 지연 사태를 계기로 다시 재점화됐다. 카드 결제가 이뤄진 후 판매자 계좌로 대금이 입금되기까지 시간이 지나치게 길어지면서 입점 판매자들의 자금 유동성 문제가 불거졌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지난해 8월22일 여신금융협회에서 업계 대표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http://www.fetv.co.kr/data/photos/20250519/art_17467764024685_5d6207.jpg)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8월22일 해당 사태와 관련해 "이머커스(전자상거래업체) 등 새로운 산업 영역의 복잡한 지급결제 구조하에서 발생한 문제"라며 "지급결제 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제도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에 카드업계는 개선 방안 중 하나로 지급결제 전용계좌 발급을 허용해 줄 것을 건의했다. 지급결제 전용계좌는 카드사가 고객 명의로 직접 발급하고 자금의 입출금과 결제만 가능하도록 용도가 제한된 계좌다. 현재 카드사는 은행과 달리 수신 기능이 없어 대금 결제를 위해 반드시 은행 계좌를 거쳐야 하는 구조다.
이 계좌의 개설이 허용되면 카드사들은 자체 명의의 입출금 계좌를 발급할 수 있게 돼 은행을 거치지 않고 소비자나 판매자와 직접 자금 거래가 가능해진다. 즉 중간 단계를 생략하고 정산 구조를 단순화할 수 있다. 예컨대 소비자가 신한카드 통장, 삼성카드 통장에 카드 대금을 넣어 놓으면 자동으로 이체되는 방식이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지급결제 전용계좌 발급이 허용된다면 여러 많은 이점이 있겠지만 정산 주기가 간소화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카드업계는 2020년부터 지급결제 전용계좌 허용을 골자로 한 종합지급결제사업자(종지업) 제도 도입을 주장해왔다. 이를 위해서는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을 개정해 카드사를 '종합지급결제사업자'로 편입해야 한다. 종합지급결제사업자는 간편결제와 송금 등 모든 전자금융업무를 수행하는 사업으로 지급계좌를 직접 발급하고 이를 기반으로 자금이체, 대금결제, 결제대행 등의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앞서 2020년 금융위원회는 '디지털금융 종합혁신방안'을 발표하며 비은행 금융권의 플랫폼 안에서 입출금·결제가 가능하도록 하는 종합지급결제업 도입을 추진한 바 있다. 하지만 한국은행과 은행권에 반대에 가로막혀 번번이 현실화되지 못했다.
한국은행은 규제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는 명분으로 카드사의 지급결제 계좌 허용을 반대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비은행권이 동일 업무를 수행하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은행법에 따른 건전성 규제, 금융소비자보호법 등에서 규제 차익 발생이 우려된다"며 "비은행권 지급결제 업무 허용 시 은행의 대행결제 금액 급증, 디지털 런 발생 위험 증대로 지급결제시스템의 안정성이 저하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은행권도 계좌 개설은 은행의 고유 업무라는 입장이다. 카드사에 동일한 수준의 건전성 규제를 적용하지 않을 경우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근거를 들었다.
앞선 관계자는 "특히 한국은행의 반대가 가장 거센 편이다. 지급결제 시스템 안정성을 우려를 이유로 반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카드사들이 지급결제 전용계좌 발급을 허용해달라는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카드사들은 매년 수천억씩 은행에 수수료 명목으로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체 계좌를 운영하면 은행에 지급하는 수수료 부담을 덜 수 있게 된다.
카드사들은 수수료 절감분을 활용한다면 소비자 혜택을 강화해 새로운 상품을 출시하고 카드사 본업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또 다른 카드업계 관계자는 "은행에 지급하는 수수료가 연간으로 따지면 꽤 크다"라며 "최근 업황이 좋지 않아 카드사들이 혜택이 좋은 카드들을 많이 줄이는 추세인데 수수료만 절감돼도 고객들에게 보다 더 좋은 상품들을 많이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