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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제약


[제약 R&D 분석-총론] 빅5 연평균 1500억 투자, 구조는 각양각색

주요 제약사 연평균 매출 10% R&D 투자, 매년 증가세
자산화·조직운영·전략기획 등 기업별 상이, 경쟁력 좌우

[편집자 주] 제약·바이오 분야에서 R&D는 미래 경쟁력을 좌우하는 척도다. R&D를 어떤 방식으로 설계하고 기술 자산을 구조화하는지가 전략 로드맵의 핵심이기도 하다. 연구개발비가 단순한 투자가 아닌 기업의 자산으로 자리하고 있는 배경이다. 이에 FETV는 R&D 전략과 자산 구조를 통해 각 사의 재무구조와 미래 경쟁력을 살펴보고자 한다.  

 

[FETV=김주영 기자] 국내 주요 제약사를 비롯한 바이오 업체는 R&D(연구개발) 중심의 경영전략을 수립할 수밖에 없다. 파이프라인 운영방식, 개발시 자산화 비율, 손상처리 기준 등에 따라 실적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R&D 비용을 충당하기 위한 투자 유치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주요 제약사들은 최근 수년간 매출의 10% 이상을 꾸준히 연구개발에 투입했다. 특히 '빅5'에 속하는 한미약품, 대웅제약, 유한양행, 종근당, GC녹십자는 R&D로 연평균 1500억원이 넘는 투자를 지속한 것으로 분석됐다.

 

매출의 18% 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입하는 곳도 있을 정도로 R&D는 각 제약사의 중장기 전략에서 핵심적인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이때 단순히 연구비를 얼마나 쓰느냐보다 중요한 건 그 자원을 어떻게 나누고 어느 시점에 어떤 방식으로 회수할 수 있을지를 염두에 두고 운영하느냐다.

 

최근 제약사별 R&D 전략을 비교해보면 그 차이는 구조에서 뚜렷하게 드러난다. 파이프라인 운영 방식, 조직 구성, 회계 기준, 기술이전 전략, 외부 협력 체계 등 모든 측면에서 각사의 접근은 다르다. 궁극적으로 보면 이는 어떤 회사가 어떤 방식으로 기술 중심 회사를 지향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대웅제약은 오픈 콜라보레이션과 디지털 플랫폼을 핵심 축으로 R&D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외부 연구기관 및 바이오텍과의 공동개발, 현지화 전략, 기술 기반 제휴 등을 통해 파이프라인의 유연성과 확장성을 확보하고 있다. 동시에 자체 디지털 신약 발굴 플랫폼을 고도화하며 신속하고 정밀한 후보물질 발굴에 주력하고 있다.

 

종근당은 외부와의 전략적 협업을 통해 기술력을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기술 수출 성과를 내고 있다. 최근 네덜란드 시나픽스와의 협력을 통해 ADC 항암제 개발에 착수했으며 세포·유전자치료제 부문에서도 이엔셀과 공동연구를 진행 중이다. 2023년에는 노바티스와 1조7000억원 규모의 기술 이전 계약을 체결하며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의 성과를 입증했다.

 

GC녹십자는 희귀질환 치료제를 중심으로 연구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항체 신약 개발사 노벨티노빌리티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지도모양위축증(GA) 치료제 개발을 진행 중이며 동시에 mRNA 기반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에는 자체 LNP 플랫폼을 적용한 인플루엔자 백신과 SSADHD 대상 mRNA 치료제 후보 물질을 도출해 전임상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R&D 전략은 개발비의 자산화 전략과도 긴밀하게 맞닿아 있다.

 

자산화는 연구개발 비용 중 일부를 향후 수익을 낼 수 있는 기술 자산으로 회계 장부에 반영하는 방식이다. 이는 기업이 해당 파이프라인의 성공 가능성을 어떻게 판단하고 있는지를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자산화 비율이 높은 회사는 임상 후기 중심, 특히 3상 단계 파이프라인에 자산을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반대로 자산화에 매우 보수적인 회사들은 성공 가능성이 명확해진 시점 이후에만 자산화를 허용하거나 실패 기술은 전액 손상 처리하는 등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한다.

 

또한 일부 제약사들은 기술을 직접 개발하기보다 외부에서 도입하거나 다른 회사와 공동으로 개발하는 방식으로 자산을 확보하기도 한다. 이렇게 들여온 기술은 보통 ‘기타무형자산’으로 분류해 장부에 반영하고 별도로 관리한다. 종근당의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자산을 한 파이프라인에 집중하냐 여러 파이프라인으로 분산하냐에 따라 기업의 방향성을 엿볼 수도 있다.

 

유한양행은 대표 파이프라인 ‘렉라자(YH25448)’를 중심으로 자산을 집중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자산화된 연구개발비 1469억 원 중 89.7%가 렉라자에 투입됐으며 이는 기업이 해당 파이프라인의 성공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음을 보여준다.

 

유한양행과 달리 대웅제약과 같은 기업은 같은 기전을 가진 여러 파이프라인을 계열처럼 묶어 운영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이 방식은 자산을 한 기술에 몰아넣지 않고 나눠서 배치하는 구조라서 만약 하나가 개발에 실패하더라도 전체적인 회계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결국 개발비를 어떤 기준으로, 어떤 방식으로 자산화하느냐에 따라 각 제약사가 어떤 파이프라인에 집중하고 있는지 그리고 어떤 연구 전략을 가지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연구개발 조직의 구조 또한 각 사의 R&D전략에 따라 차별화된다.

 

연구조직이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곳이 있는가 하면 연구와 임상을 외부 기관이나 파트너사와 공동으로 진행하고 내부에서는 전략 기획과 기술 사업화에 집중하는 분산형 구조도 있다.

 

어떤 기업은 기술도입과 공동개발을 전제로 R&D 전략을 수립하고 자체 파이프라인보다는 외부 파트너십을 통해 기술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는 구조를 취한다. 이처럼 조직이 어떻게 설계돼 있고 기술을 누구 손에서 어떻게 다루는지가 기업의 전략적 판단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전략 기획 부문에서도 기업 간 접근 방식은 다르다. 연구개발을 경영의 중심 축으로 설정하고 전사 차원에서 통합 기획을 진행하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연구개발을 사업 확장의 수단으로 두고 기술 사업화 또는 글로벌 진출에 방점을 두는 기업도 있다.

 

파이프라인 선정 기준, 기술도입 및 이전 시점, 투자 의사결정 구조 등은 이 같은 전략 기획 방향에 따라 달라지며 이는 결국 기업이 어떤 방식으로 성장 모델을 설계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제약 업계 관계자는 “R&D는 이제 주요 제약사의 기본 전제가 됐지만 실제로 어떤 전략을 세우고 어떤 구조로 실행하느냐는 회사마다 다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