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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에너지


[도전 그 이후] SK이노베이션, 시대 앞선 플라스틱 사업의 위기 봉착

울산ARC, 경기 불황에 따른 수요 감소로 공사 잠정 중단
SK이노베이션 “사업 종료 없이 신속한 재개 위한 수단 강구 중”

[편집자주] 기업은 성장하기 위해 신사업을 진행하며 이때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친다. FETV는 기업들이 어떤 시행착오 과정을 거쳤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그리고 이를 발판으로 새로운 성장 가능성을 찾아나가는 사례들도 함께 보고자 한다.

 

[FETV=류제형 기자] “SK이노베이션에게 매우 상징적이면서도 SK그룹의 핵심가치인 지속가능성을 관통하는 프로젝트다" 

 

2023년 11월 울산ARC(Advanced Recycling Cluster) 기공식에서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이 한 말이다. 이날 그는 “폐플라스틱이 자원으로 재탄생할 것이며 대한민국 울산은 미래 플라스틱 순환경제의 중추로 자리잡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김 부회장까지 기공식에 참석해 이처럼 사업 추진에 대한 포부를 드러내던 SK이노베이션의 플라스틱 재활용 사업은 석유화학 산업 불황 추세 속에서 시작 1여년 만에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SK이노베이션 ESG 사업의 핵심인 울산 ARC는 2023년 착공에 들어갔지만 현재 공사 진행이 중단됐다. 2024년 10월에 미국 퓨어사이클의 사업 투자 중단 결정, 2024년 11월부터 내부 사업 재검토 추진 등으로 사업 추진에 발목이 잡혔다. 퓨어사이클은 사업 투자 중단에도 사업의 전망을 고려해 2032년까지 SK지오센트릭과 사업 협력 관계를 유지한다.

 

SK지오센트릭은 1972년 탄생한 SK이노베이션의 화학, 에너지 계열 자회사다. 국내 최초로 납사 분해 설비 가동을 통해 국내 화학산업을 선도해왔으며 현재 기초유화사업과 화학소재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2024년 10월 선임된 최안섭 대표이사가 SK지오센트릭을 이끌고 있다. 최안섭 대표이사는 SK지오센트릭 최적운영실장, 전략본부장, Material사업본부장 등의 주요 보직을 모두 거쳐왔다.

 

울산 ARC는 SK지오센트릭이 울산광역시에 건설하는 세계 최대 규모 플라스틱 재활용 산업 단지다. 열분해 및 후처리, 해중합, 초임계 용매 추출까지 세계 최초로 3대 화학적 재활용 기술을 집약한 프로젝트다. 

 

SK이노베이션은 울산 ARC가 울산 지역을 포함한 국내 전반에 경제적으로 큰 파급 효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본 공사에 약 2600명의 상시 고용과 약 3만8000명의 간접 고용효과, 울산 지역 간접 생산유발효과가 연 1조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계산했다. 완공 이후에는 연 7억달러 수준의 수출 증가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21만5000㎡의 부지에 연간 약 32만톤의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할 수 있는 이 단지는 약 1조8000억원의 자금이 투입되어 올해 하반기 완공을 목표로 했다. 폐플라스틱 32만톤은 500ml 페트병 약 213억개에 달하는 용량으로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그러나 사업 기획에서 계산한 것보다 수요가 부족하고 경제성이 낮아 당장 사업 지속에 제동이 걸렸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3월 28일 주주총회에서 올해 사업 계획에 대해 원가 절감 및 사업 최적화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에 따라 플라스틱 관련 사업을 진행하던 SK지오센트릭 직원의 대대적인 타 계열사 이동으로 플라스틱 사업의 추진력이 감소한 상태다.

 

폐플라스틱 재활용 제품의 주된 수요처는 에비앙, 로레알 등의 식품업계가 있으며 유통업계나 기타 각종 소비재를 생산하는 기업까지 포함된다. 그러나 전세계적으로 경기 불황이 지속되며 폐플라스틱의 고객처 확보가 어려워짐에 따라 SK지오센트릭의 플라스틱 제품 공급 계획에도 차질이 생겼다.

 

SK지오센트릭의 2024년 영업손실은 약 677억원으로 전년 약 1937억원의 영업이익이 발생한 것에 비해 실적 악화가 부각되었다. 2024년 투자활동현금흐름 유출 규모는 약 1939억원으로 전년 약 2281억원의 현금 유출이 발생한 것에 비해 투자 활동이 둔화된 편이다.

 

재무활동현금흐름은 2023년 약 875억원의 현금이 유출된 것에 비해 2024년에는 약 2025억원의 현금이 유입되어 부채 의존도가 상당히 높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연결재무상태표에 따르면 SK지오센트릭의 2024년 부채 총액은 약 4조7601억원으로 전년 4조3176억원 대비 증가했다.

 

주력 사업인 석유화학 부문의 불황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 플라스틱 사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본업인 석유화학 부문이 불황 추세로 어려워짐에 따라 폐플라스틱 재활용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 여력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게 됐다”라며 “현재의 플라스틱 사업이 글로벌 경기 변동에 영향을 많이 받음에 따라 당장 제품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세계경제포럼은 보고서를 통해 2050년에 바다에 물고기보다 플라스틱 쓰레기가 더 많아질 것이라고 경고하며 플라스틱 배출량에 대한 경각심을 강조했다. 컨설팅 기업 맥킨지는 2050년까지 재활용 플라스틱 시장 규모가 약 600조원까지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럽연합은 올해까지 플라스틱 포장 소재의 재활용률 50% 달성, 미국은 2030년까지 제품 생산 과정에서 재활용 플라스틱을 최소 30% 이상 사용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국내의 경우 2022년 기준 1인당 플라스틱 배출량이 약 102kg에 달하는데 비해 재활용률이 57.1%에 그쳐 플라스틱 재활용 활성화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이어서 “현재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플라스틱 재활용은 ESG 실천 중요성 확대, 재활용 플라스틱 제품의 중장기적 시장 규모 확대 지속으로 SK이노베이션에서 여전히 중요하게 여기는 사업”이라며 “플라스틱 사업에 있어서 기존 계약 업체들과의 관계를 견고하게 유지하며 신속한 사업 재개를 위한 수단을 계속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