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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르포] '추억의 공간' 넷마블게임박물관을 가 보니

어른에겐 추억, 아이에겐 재미…지난 3월 개관
80년대 콘솔부터 모바일게임까지...2100점 소장품 전시

[FETV=신동현 기자] “어, 이거 우리 집에 있었던 건데?”

 

지난 8일 서울 구로 G타워 3층에서 넷마블게임박물관을 직접 둘러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넷마블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이 공간은 게임의 과거부터 현재, 미래까지 아우르며 문화유산으로서의 게임을 새롭게 조명하는 공간이다.

 

전시대에 놓인 페미컴, 게임보이, 플레이스테이션2를 보는 순간 어릴 적 거실에서 친구들과 밤새워 게임하던 추억이 떠올랐다.

 

이번 방문을 통해 게임은 더 이상 단순한 여가가 아니라 세대의 기억과 문화를 담는 하나의 유산임을 이곳에서 체감할 수 있었다.

 

 

지난 3월 문을 연 넷마블게임박물관은 게임의 역사와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복합 공간이다. 총 983㎡ 규모로 구성된 이곳은 ‘게임 역사’, ‘게임 세상’, ‘게임 문화’라는 3개의 전시 존을 통해 약 2100여 점의 게임 관련 유물과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다.

 

박물관의 시작은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넷마블 관계자는 “처음에는 게임 홍보관 같은 걸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며 “서울시와의 협업을 통해 국내 최초의 게임 박물관 설립으로 이어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넷마블은 2016년부터 서울시와 함께 디지털산업 기반 복합문화공간 조성을 위해 컨소시엄을 맺고 G타워 3층에 게임박물관 공간을 설계하기 시작했다. 당초엔 게임 홍보관 개념이었지만 국내 게임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공유하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내부 논의 끝에 ‘국내 최초 민간 게임박물관’이라는 방향성을 확립했다​고 설명했다.

 

인트로시어터에서는 게임이 언제,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를 소개한다. 소개 영상에서는 다양한 게임 캐릭터들이 등장하는데 단순한 영상 설명을 넘어 마차 실제로 살아있는 듯한 높은 품질의 그래픽과 몰입감 있는 연출 덕분에 실제 그 공간에 들어선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어진 '게임 역사' 공간에서는 1950년대의 ‘테니스 포 투’에서부터 1980년대의 페미컴, 2000년대의 온라인 게임까지 시대별 대표 게임기와 소프트웨어가 전시돼있었다. 

 

특히 페미컴 시리즈의 팩들을 보자, 화면이 안 나올 때마다 팩 밑부분을 후후 불어 먼지를 날리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또 옆에는 게임보이가 자리하고 있었는데 어렸을 때 게임보이를 손에 쥐진 못했지만 친구들이 포켓몬스터를 할 때마다 부러워하며 “나도 갖고 싶다”고 졸랐던 시절을 생각나게 했다. 그 외에도 전시 공간 곳곳에는 기자가 전혀 몰랐던 게임기들도 많았는데 이를 보며 게임에 대해 내가 아는 건 정말 일부였구나 하는 생각도 스쳤다

 

박물관 측은 “단순히 유명 게임만 전시한 것이 아니라, 그 시대를 관통했던 기술적 전환점에 주목했다”며 게임기의 뒷면이나 패키지 텍스트까지 볼 수 있도록 구성한 ‘보이는 수장고’는 보는 입장에서 신선했다.

 

 

‘게임 세상’ 존에서는 게임 직업과 제작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실제 넷마블 개발자들이 사용하던 책상을 그대로 재현한 공간에서는 게임의 기획부터 그래픽, 사운드, 프로그래밍까지 실제 업무 환경을 체험해볼 수 있다. 

이곳에는 MBTI 기반 추천 게임 테스트나 게임 직업 검색 코너도 마련돼 있어 청소년들의 진로를 탐색하기에 좋은 공간이었다. 실제로 운영 담당자는 “요즘 청소년들이 게임 직업군에 관심이 많아서 박물관을 찾는 이유 중 하나가 직업 탐색"이라고 설명했는데 어린 시절 게임에 대해 부정적인 낙인이 만연했던 시절을 생각해보니 격세지감의 감정이 느껴지는 구간이었다.

 

 

마지막 구간인 ‘게임 문화’ 존에서는 기획전시 ‘프레스 스타트, 한국 PC게임 스테이지’가 열리고 있다. 1980~2000년대 국산 게임의 발전 과정을 키워드 중심으로 구성했으며 초기 게임 ‘신검의 전설’부터 ‘스타크래프트’까지 한국 게임 산업의 흐름을 살펴볼 수 있었다.

 

과거 소위 '몰컴'을 하며 열심히 했던 게임들을 보는 가운데 뒤통수가 묵직하게 튀어나온 CRT 모니터도 함께 전시돼있었다. 모니터를 윈도우 98 부팅음이 들릴 것만 같은 묘한 향수를 자극했다.

 

가장 인기 있던 구간은 관람객들이 직접 오락실 기기를 만져볼 수 있는 '플레이컬렉션' 구간이었다. 관람객들은 이곳에서 원하는 게임을 자유롭게 플레이 할 수 있었다.

 

스노우브라더스, 테트리스, 버블보블 등 익숙한 이름들이 줄지어 있어 시간만 더 있었다면 전부 해보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기에 스노우브라더스를 택하며 어렸을 때의 추억을 되살렸다.

 

이 때 운영 담당자가 “초등학생들이 요즘 게임만 알 것 같지만 의외로 1950년대 게임도 알고 오히려 어른보다 더 관심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는 현장 운영자의 말은 인상적이었다.

 

또 “스타크래프트를 초등학생들이 ‘민속놀이라 부르더라’는 말을 들었을 때 세대의 간극과 동시에 게임의 역사적 위치를 실감하게 됐다”는 말을 통해 게임이 이제는 ‘기억으로 남는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는 걸 여실히 보여주는 순간이었다.

 

조지영 넷마블게임박물관 운영팀장은 “아이들이 전시된 옛날 게임기를 보며 아빠 세대와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자주 본다”며 “게임은 단순히 세대 간 벽을 허무는 매개체로도 작용한다는 점에서 박물관의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한편 차후 운영 계획이 어떻게 될지에 대한 질문에 관계자는 "전시물품의 경우 앞으로도 꾸준히 추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획전시에 대해서는 "1차 기획 전시 같은 경우 앞으로 6개월 정도 운영할 예정"이라며 "'게임과 예술’, ‘게임과 스포츠’처럼 다양한 테마로 연 1~2회 전시가 이어질 예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