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화경 저축은행중앙회장이 차기 회장 후보로 단독 추천되면서 사실상 연임이 확정됐다. 오는 31일 열리는 정기총회에서 회원사 대표들의 3분의2 이상 찬성을 얻으면 공식적인 연임 절차도 마무리된다.
저축은행 업계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저축은행중앙회장에 당선된 그는 연임에 성공하면 또 다시 '최초'라는 타이틀을 얻게 된다. 동시에 36년 만에 연임에 성공한 3번째 회장이 된다. 역대 회장 중 최병일, 명동근 전 회장만 연임에 성공했었다.
하나저축은행 대표 출신인 오 회장은 2022년 제19대 회장으로 선출됐다. 당시 저축은행 업계는 급변하는 금융환경 속에서 실무 경험이 풍부한 회장이 필요하다는데 뜻을 모았고 관료 출신이 아닌 민간 출신인 오 회장에게 힘을 실어줬다.
그는 업권에서의 오랜 경험 덕분에 현직 대표들과 원활한 소통은 물론 금융당국과 업계를 잇는 가교 역할을 수행해 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업계는 저축은행 위기설이 계속 제기되는 상황에서 일관된 리더십을 바탕으로 현안 대응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 회장에게 두 번째 임기는 단순한 연장전이 아니다. 그에게 주어진 과제는 더욱 무겁고 복잡해졌다. 지난해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당기순손실은 3974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역시 적자 추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연체율은 8.52%로 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오 회장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로 '건전성 개선'을 꼽았다. 연체율 관리는 업계 전체의 당면 과제다. 그는 지난 21일 서울 마포구 중앙회 본사에서 개최한 2024년 하반기 저축은행 결산 기자간담회에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브릿지론 부실을 줄이고 연체율을 낮춰 시장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회장은 "저축은행 업권의 PF 대출 규모가 2022년 말 26조원에서 현재 13조원까지 준 상태"라며 "올해 2조5000억원가량을 더 줄여 전체 자산의 10% 아래 비중으로 떨어뜨리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또한 경·공매, 정상화 펀드 등을 통해 부실채권 정리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저축은행 제고 방안에 따라 부실채권(NPL) 관리회사 설립, 인수합병(M&A) 활성화에도 적극 나설 방침이다.
현재 저축은행 업계에는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강한 리더십이 절실하다. 취임 당시 오 회장은 "민·관 출신을 따지는 것보다 누가 업계를 발전시킬 수 있느냐가 중요한 것"이라며 "첫 시험대에 오른 만큼 최선을 다해 전임 회장보다 더 나은 성과를 내겠다"고 말했다.
이제 그는 두 번째 시험대에 서게 됐다. 업계가 처한 위기 속에서 다시 한번 저축은행의 방향을 바로잡을 오화경 회장의 리더십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