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양대규 기자] 올 한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HBM) 출하량이 전년대비 10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는 지난해 4분기 차세대 인공지능(AI) 가속기 '블랙웰'의 높은 수요에 힘입어 어닝 서프라이즈(깜짝실적)를 기록한 엔비디아가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엔비디아의 AI 가속기 생산량은 510만개 수준으로 전년보다 228% 증가할 전망이다. AMD와 인텔 등 기타 빅테크 기업을 합치면 전체 AI 가속기 생산량은 1040만대 수준으로 전년대비 약 209% 증가한 수치로 추정된다. 엔비디아, AMD, 인텔 등이 사용되는 가속기의 D램(DRAM)으로 HBM이 사용된다.
전문가들은 AI 가속기 생산량이 늘어나면서 HBM의 실수요량도 100% 이상 증가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24일 "올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합산 고대역폭메모리(HBM) 출하량은 203억 기가비트(Gb)로 추정된다"며 "양사의 올해 합산 HBM 출하량은 전년 대비 101%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인공지능(AI)용 그래픽처리장치(GPU) 수요의 바로미터인 HBM 수요는 여전히 강세"라며 "올해 1·4분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HBM 판매량 감소를 두고 여러 노이즈들이 제기됐으나 일시적 감소이며, 연간 HBM 출하 계획에는 변동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명섭 iM증권 연구원은 HBM 실제 수요량이 올해 24.1억GB로 143% 증가할 전망했다.
업계는 전 세계 최신 AI 가속기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엔비디아가 높은 실적을 유지하면서 HBM의 수요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27일 발표된 엔비디아 데이터 센터 AI 가속기의 지난해 매출은 1년 전 대비 93% 급증한 356억달러로 집계됐다. 시장조사 업체 스트리트어카운트의 예상치인 336억5000만달러보다 5.8% 더 높은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엔비디아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성명에서 "블랙웰에 대한 수요가 놀랍다"고 말했다. 블랙웰은 엔비디아가 지난해 말부터 생산에 들어간 최신 AI 칩이다.
컨퍼런스콜에 황 CEO는 "블랙웰을 성공적으로 대량 양산했다"며 "앞으로도 (AI 가속기) 수요가 높아 생산능력을 지속적으로 늘려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다음 세대 제품 개발 일정 역시 그대로 지속하고 있다"면서 "엔비디아 연례 기술자 컨퍼런스인 GTC에서 블랙웰 울트라와 베라 루빈, 이후 이어질 제품에 대해 자세히 얘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블랙웰을 비롯해 차세대 제품의 생산을 지속적으로 늘려나가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HBM 수요도 함께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23년 SK하이닉스의 전 세계 HBM 시장 점유율은 53%로 절반을 넘겼다. 삼성전자는 38%의 점유율을 확보했다. 지난해에도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에 HBM3E를 거의 독점적으로 납품하면서 양사의 점유율 차이가 더욱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작년 4분기 D램 점유율에서 SK하이닉스는 34.4%에서 36.6%로 상승하며 삼성전자와의 격차를 줄여나갔다. 삼성전자는 3분기 41.1%에서 4분기 39.3%로 소폭 하락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전 분기 대비 5.1% 증가한 매출 112억5000만달러를 기록하며 1위 D램 공급업체 자리를 유지했다. 다만 PC와 스마트폰의 재고 영향으로 D램 출하량이 감소했으며, 작년 말에야 HBM 출하를 집중적으로 시작했다. SK하이닉스는 HBM3E의 출하량 증가에 힘입어 104억6000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하며 전 분기 대비 16.9% 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