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권지현 기자] KB금융그룹이 리딩금융 위상에 걸맞은 실적과 주주환원책을 발표, 압도적인 자본력이 또 한 번 주목받고 있다.
특히 주주환원 규모 척도인 보통주자본(CET1)비율의 경우 시계열을 확장해 보면 KB금융의 치밀하고도 중장기적인 시야를 견지하려 했던 모습이 명확히 드러난다. 수익성과 건전성 모두에서 '왕관의 무게'를 실감했을 KB금융은 앞서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방안을 내놓으면서 지난 10년간의 여정을 "치열했던 펀더멘털(기초체력) 강화 과정"이라 표현했다.
◇밸류업 약속 첫 이행...총주주환원율 4년 만에 2배로
KB금융은 지난해 연 당기순이익 5조78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10.4% 늘어난 규모로 국내 금융지주 첫 5조원대 기록이다. 실적에도 관심이 쏠렸지만, 시장의 이목을 더 모은 것은 주주환원책이다. KB금융도 이를 인지, 실적자료 최상단에 올해 1분기 5200억원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포함한 1조7600억원을 주주들에게 돌려주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발표한 밸류업 방안을 이행하기 위한 것으로, 당시 KB금융은 2024년 연말 CET1비율 13%가 넘는 잉여자본은 올해 1차 연간 현금배당 총액과 자사주 매입·소각 재원으로 활용하겠다고 했다. 작년 말 기준 KB금융의 CET1비율은 13.51%다.
5200억원은 KB금융이 자사주 매입·소각에 나선 이래 가장 큰 규모다. 2023년 연간 금액(5720억원)에 견줄 만하다. 같은 기간 신한금융은 2024년 CET1비율을 기반으로 5000억원,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은 각각 4000억원, 1500억원 규모의 매입·소각 계획을 밝혔다. KB금융은 작년 7월 4000억원 규모로 발표했는데 6개월 만에 1200억원을 늘렸다. 주목할 만한 자사주 정책을 편 덕분에 KB금융의 총주주환원율은 2020년 20%에서 2024년 39.8%로 4년 만에 2배가 됐다. 올해 자사주 매입·소각은 작년 8200억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아졌다.
◇CET1비율 11년째 톱라인...10년 고수한 3단계 전략 주효
KB금융이 실적과 주주환원을 모두 잡은 데는 수익창출력을 강화하고 이를 토대로 자본효율성을 높인다는 전략을 일찍이 세운 덕분이었다. 이는 4대 금융 가운데 유일하게 CET1비율이 11년간 13%를 상회하는 결과를 도출했다. KB금융은 지난 2014년 그룹 '펀더멘털 강화(14~16년)' 계획을 세우고 이후 '포트폴리오 확장(17~20년)' '자본 효율성 제고(21~24년)' 3단계 과정으로 순익과 자본력을 지속 상승시켜왔다.
그룹의 기초체력으로 밸류업의 전제가 되는 펀더멘털 강화는 자본축적, 그리고 이에 따른 자기자본이익률(ROE), CET1비율 개선으로 집약된다. 효과도 봤다. 지난 2013년 KB금융의 ROE 및 CET1비율은 각각 5.0%, 12.8%였으나, 2016년 말에는 7.3%, 14.2%로 대폭 개선됐다. 덕분에 KB금융은 2016년 금융지주 처음으로 자사주 매입을 단행, 2019년 12월 기취득한 자사주 1000억원을 역시 국내 처음으로 소각했다.
![[자료 KB금융그룹]](http://www.fetv.co.kr/data/photos/20250207/art_17397090715272_de5eca.jpg)
축적된 자본으로 그룹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는 단계에선 인수합병을 통해 금융지주 최상의 사업 시나리오를 꾀했다. 2017년 KB증권(옛 현대증권), KB손해보험(옛 LIG손해보험), KB캐피탈(옛 우리파이낸셜)을 완전자회사로 편입했으며, 2020년엔 푸르덴셜생명 지분을 인수해 현재의 KB라이프 토대를 만들었다. 이 시기 비은행이 그룹에 힘을 보태면서 자본수익성은 상향 안정화, ROE 10.2%, CET1비율 14.6%까지 치솟았다.
자본 효율성 제고에 들어선 2021년, 그룹 전략을 다가듬은 뒤 이듬해 업계 처음으로 CET1비율을 연계한 주주환원정책, 분기배당 정례화 계획을 밝혀 이목을 끌었다. 2023년 당시 상대적으로 생소한 개념인 위험가중자산이익률(RoRWA)을 임직원 평가·보상에 반영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업계 첫 총액 기준 분기균등 배당을 발표했다.
KB금융은 올 하반기 CET1비율 13.50% 초과 자본 역시 주주환원 재원으로 추가적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이 경우 KB금융의 총주주환원율은 다시 최상단으로 올라서게 된다. 다만 위험가중자산(RWA) 관리 역량을 높은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점은 과제다. RWA 성장률이 증가하면 CET1비율 우려가 커지기 마련이지만, 피할 수 없는 것만은 아니다. 실제 우리금융은 지난 1년간 RWA가 7.4% 늘었지만 CET1비율은 도리어 9bp(1bp=0.01%p) 개선됐다. 반면 KB금융은 같은 기간 RWA가 7.95% 증가, CET1비율은 8bp 하락했다.
나상록 KB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자본비율과 연계된 밸류업 방안은 지속 가능한 형태로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며 "인위적으로 자산을 감축하기보다 안정적으로 자산 성장을 이어가면서 주주환원을 끌고 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