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권지현 기자] "이사회 역량 강화를 위해 사외이사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이 중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농협)가 이사회 전문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금융감독원, 은행연합회와 협업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국내 대형금융지주를 대상으로 이사회의 다양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이어진 가운데, '전문성'에 방점을 찍은 것이어서 주목된다.
◇프로그램 전면 개편해 이사회 교육
이복현 금감원장과 이준수 금융연수원장, 조용병 은행연합회장, 5대 금융지주는 13일 사외이사 양성 및 역량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날 5대 금융에서는 양종희 KB금융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이찬우 농협금융 회장, 고석헌 신한금융 전략부문장 부사장이 자리했다.
금융연수원은 이사회 역량 강화를 위해 이번에 사외이사 연수 프로그램을 전면 개편, 금융지주 참여를 독려했다. 금감원도 연수원이 마련한 '맞춤형 교육프로그램'을 지주·은행들이 적극 활용토록 하며 금융권의 동참을 이끌어냈다.
사외이사에 대한 교육은 경력·연차별로 진행된다. 사외이사 선임 희망자와 사외이사풀 등 예비이사에게는 금융사와 이사회 구성·역할에 대한 이해를 돕고, 신임이사에게는 법·재무 등 이사회 운영 필수 지식, 경영진에 질문해야 할 주요 사안들을 놓치지 않도록 한다. 또 재임이사에게는 주요 금융사고 사례, 금융감독 정책 방향 등 이사회에서 점검해야 할 주요 사안들을 습득하도록 한다.
![사외이사 양성 및 역량 강화 프로그램. [자료 금융감독원]](http://www.fetv.co.kr/data/photos/20250207/art_17394376734024_156e86.jpg)
금융지주는 금감원·금융연수원이 조성하는 사외이사 교육 인프라와 교육·지원 정책에 적극 동참하고, 사외이사들에게 지원 사업을 안내하고 교육을 위한 충분한 시간과 자원을 부여한다는 방침이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국내 금융권의 지배구조 선진화를 위한 이사회 역할 강화 흐름 속에서 이번 프로그램이 실효성 있게 안착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이번 다자간 업무협약은 사외이사 전문성 제고와 금융그룹사의 올바른 지배구조를 확립하는데 든든한 디딤돌이 될 것으로 확신하고, 사외이사 역량 강화를 위해 충실히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수단 아닌 목적으로서의 전문성 확보
국내 대형금융지주와 금융당국의 이번 협력은 이사회를 향해 다양성 제고 목소리가 주를 이루던 모습에 전문성을 본격 더하려는 것이어서 이목을 끈다. 이사회 본연의 기능 강화는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가치 제고를 위해 필수적인데, 그간 이사회의 다양성을 높이자는 목소리 혹은 다양성 자체를 높이는 수단으로 전문성을 활용하는 움직임이 컸던 게 사실이다.
실제 지난 2023년 12월 금감원은 '은행 지주·은행의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 관행'을 통해 "이사의 전문분야, 직군, 성별 등과 관련해 은행별 영업 특성에 따라 중장기 전략을 감안해 전문성과 다양성 확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원칙을 발표했다. 이어 원칙에 부합하기 위한 세부 기준으로 ▲특정 전문분야, 직군, 성별, 연령, 사회적 배경 등을 고려해 은행 목표 달성을 위한 중장기 계획을 마련하고 ▲전문성과 다양성 확보 정책 등을 상시후보군 구성 분야, 후보군 수, 후보군 평가 등 관리 정책과 연계할 것을 제시했다.
즉, 이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역량'이 전제된 전문성보다 이사회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한 '직업적' 전문성이 더 강조됐던 것이다. 당시 권흥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은행 지주 이사회 다양성에 대한 고찰' 보고서를 통해 "금감원이 은행지주 이사회의 다양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원칙과 세부 기준을 담았다는 점은 해외 감독당국 지배구조 지침과 부합하나, 다양성 제고의 목표가 다양성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경영감독 및 경영의사결정에 있어 다양한 관점을 반영한다는 데 있다는 점을 명시하지 못했다는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문성을 담보하지 못한 다양성 제고는 경영 실적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사외이사 교육 등 '과정'을 강화해 이사회의 전문성을 높이려는 이번 움직임이 금융지주의 지배구조 선진화 노력과 맞물려 금융사 경쟁력 강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이복현 원장은 "복잡하고 전문적인 경영 현안을 다루는 금융지주 이사회가 더욱 충실하게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교육이 매우 중요하다는데 의견을 모았다"면서 "이사회의 전문성 함양은 단순히 사외이사 개인의 역량개발을 넘어 금융사 차원의 균형감 있고 투명한 의사결정을 이루는데 중요한 토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