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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칼럼]'딥시크 쇼크'가 삼성·SK하이닉스에게 악재만 아니다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가 개발한 '가성비' AI 모델 R1의 등장으로 최근 미국 엔비디아의 주가가 급락했다. 엔비디아의 최신 고성능 AI 가속기를 사용하지 않고도 높은 수준의 AI 모델 개발이 가능하다는 이유다.

 

엔비디아에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납품하는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도 함께 폭락했다. 엔비디아 가속기의 수요가 줄면 그만큼 HBM의 수익도 줄기 때문이다.

 

'딥시크 쇼크'로 불리는 이번 사건은 지난달 말 딥시크가 딥시크-R1, 딥시크-R1-제로, 딥시크-R1-디스틸 등의 AI 모델을 공개하며 시작됐다. 딥시크는 R1이 성능 테스트에서 오픈AI의 AI 모델 ‘오원(o1)’을 일부 능가했다고 주장했다.

 

딥시크에 따르면, 해당 모델들은 기존 대비 90~95%의 비용 절감 효과를 제공한다. 미국 빅테크가 들이는 연구비의 10%만 들여 고성능 AI 모델을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델 훈련에 투입한 비용이 557만6000달러(약 80억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는 오픈AI의 GPT-4 개발 추정 비용의 18분의 1, 메타의 라마3 개발 비용의 10분의 1정도 수준이다.

 

딥시크 AI 모델 훈련에는 엔비디아가 중국 수출용으로 성능을 낮춰 출시한 H800칩이 쓰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픈AI 등 글로벌 빅테크 들은 최신 AI 모델을 개발하는 데 엔비디아 'H100'과 같은 고성능 칩을 사용해 왔다.

 

기존 10% 수준의 가격으로 높은 수준의 AI 모델이 개발됨에 따라 시장은 더 이상 엔비디아의 고성능 AI 가속기가 필요하지 않거나 그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결국 27일(미국 동부시각)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엔비디아는 하루만에 시총의 17%가 폭락했다. 시가총액 5888억달러(약 859조원)를 잃었다. 단일 주식이 하루 동안 잃은 시가총액 기준 미국 증시 역사상 최대치다.

 

딥시크 쇼크는 한국 증시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3일 코스피는 장 중 한때 3% 넘게 급락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52% 하락한 2453.95에 장을 마감했다. KRX 반도체지수도 전 거래일 대비 4.97% 급락했다. KRX 반도체지수를 구성하고 있는 삼성전자 주가는 2.67%, SK하이닉스 주가는 4.17% 씩 떨어졌다.

 

다만 전문가들은 시장의 우려에도 딥시크 쇼크는 일부 과장된 측면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AI 가속기를 직접 생산하는 엔비디아와 달리 관련 부품을 생산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는 딥시크의 등장이 악재만은 아닐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3일 보고서에서 “중국 AI 딥시크 부상은 저비용 고효율 AI 칩 확산과 엔비디아 중심의 고비용 GPU 탈피를 의미한다”며 “삼성전자는 저비용 고효율 AI에 최적화된 온디바이스 AI 기기 확산을 위해 LPDDR5X를 스마트 폰에서 PC, 서버까지 탑재를 확대하고, 고가의 HBM 뿐 아니라 500만원 수준의 보급형 NPU인 마하 (Mach) 등 가성비 AI에 최적화된 다양한 AI 칩 프로젝트도 동시에 추진하고 있어 향후 저비용 고효율 AI 확산의 수혜가 전망된다"고 밝혔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도 "저비용 고효율 AI 모델의 대두는 AI에 대한 시장 수요를 더욱 촉진시키는 요소 중 하나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며 "또한 그 과정에서 해당 모델의 훈련 및 추론을 위한 커스텀(Custom) HBM 등 최적화 메모리 수요 역시 점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게는 오히려 AI 시장이 확대되면서 엔비디아뿐만 아니라 더 많은 고객사를 확보할 기회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한 HBM 외에도 양사가 개발 중인 다양한 고성능 D램의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딥시크 쇼크로 글로벌 탑 AI 모델 개발사인 오픈 AI와 양사의 협업도 기대된다.

 

4일 샘 올트면 오픈 AI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는 한국에 방문해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만났다. 이날 오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딥시크의 등장으로 오히려 오픈 AI와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동맹'이 공고해질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