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권지현 기자]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차기 회장 최종 후보자로 낙점됐다. 함 회장이 임기 동안 이룬 경영 성과를 보면 납득할 만한 결정이다. 지난 2022년 3월 취임 당시 "아시아 최고 금융그룹으로 도약하자"며 업(業)의 경쟁력 강화를 당부한 함 회장은 이후 리딩뱅크를 달성하는 등 최상위 수준의 수익성 및 주가 상승률 지표를 만들어냈다.
다만 '3년' 연임이 눈에 띈다. 하나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이례적으로 "함영주 회장의 임기는 회추위원 각각의 의견을 수렴해 무기명 투표를 통해 3년으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투표'는 금융지주 차기 회장의 임기와 관련해선 좀처럼 등장하지 않았던 단어다.
연임에 걸림돌로 꼽혔던 금융당국의 견제를 정면돌파, 금융지주 회장의 통상적 임기인 3년을 이번에도 예외 없이 적용해 그룹의 안정성을 꾀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앞서 하나금융은 지난달 지배구조 내부규범을 개정해 만 70세를 넘긴 이사도 임기를 모두 채울 수 있도록 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함 회장이 연임하더라도 새 규정을 적용받지 않을 것이라 했지만, 하나금융은 만 68세인 함 회장에게 임기 3년을 부여하며 정관 첫 적용을 허락했다.
◇함영주 회장, 본업 강조한 고효율 성장 전략 통했다
하나금융은 지난 27일 회추위를 열고 함 회장을 차기 회장 최종 후보자로 선정했다. 회추위는 두 차례에 걸쳐 후보군 압축 절차를 진행했다. 작년 12월 함 회장을 포함해 내외부 후보자 5명을 최종 후보군(숏리스트)으로 설정했다. 이후 이들을 대상으로 PT 발표와 심층 면접을 진행해 핵심 역량에 대한 검증 및 평가를 거쳐 최종 후보자를 결정했다. 회추위는 그룹이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하고 역대 최고 주가를 경신하는데 함 회장이 기여, 그룹을 양적·질적으로 성장시켰다는 판단을 내렸다.
실제 함 회장은 임기 동안 그룹의 수익성, 효율성, 자본적정성 등 모든 핵심 지표에서 우상향을 이끌어냈다. 작년 3분기 말 하나금융의 ROE(자기자본이익률)은 10.62%로 전년 말(8.95%) 대비 1.67%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CIR(영업이익경비율)은 1.1%포인트 내린 39.5%로 효율적 성장을 바탕으로 매년 개선세가 이어지고 있다.
주주가치 제고에 있어서도 성과를 톡톡히 보여줬다. 하나금융은 최근 금융권의 주가 상승을 이끈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 실행 전부터 차별화된 주가 흐름을 이어왔다. 수익성 지표를 개선하며 금융섹터 침체기에도 주가는 꾸준히 상승, 지난해 1월 31일과 비교해 주가 수익률 24%를 기록했다. 대형금융지주 중 KB금융에 이은 높은 상승률이다. 지난 10월 '2027년까지 총주주환원율 50%'를 골자로 한 밸류업 계획을 제시하며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고조시켰다.
잇단 지표 개선은 함 회장이 끈질기게 성장 전략을 실행한 덕분이었다. 그는 취임 초 ▲강점 극대화 및 비은행 사업 재편 ▲글로벌 위상 강화 ▲디지털 금융 혁신 등 3대 전략을 제시했는데, 이 3가지 방향성을 3년 내내 견지했다. 그룹 핵심 계열사인 하나은행이 2022년과 2023년 당기순이익 1등 은행을 차지하고, 비은행 계열사인 하나카드가 '트래블로그'로 업계 새바람을 일으킨 것은 모두 그 결과물이다. 함 회장은 글로벌 투자자와도 꾸준히 소통했는데, 일련의 효과로 미국 4대 자산운용사 중 하나인 더캐피탈그룹은 하나금융 지분을 지난해 1월 5.55%에서 12월 6.95%로 1.4%포인트 확대했다.
◇전례 없는 불확실성에 '장기집권 CEO 견제' 비켜가
함 회장이 임기 동안 괄목할 만한 경영성과를 이뤘지만 연임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은 컸던 게 사실이다. 이복현 원장은 취임 후 금융사 CEO의 연임 관행을 두고 날선 비판을 지속해왔다. 실제 금융당국의 견제 끝에 조용병 전 신한금융 회장, 윤종규 전 KB금융 회장,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 김태오 전 DGB금융 회장은 연임이 불발됐다.
함 회장이 3년 연임에 성공할 수 있었던 데는 경제 상황의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크게 작용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당국의 '눈치 주기'는 "검증된 리더십과 풍부한 경험, 경영 노하우"를 내세우며 금융 안팎의 불안정한 환경을 타개하려고 하는 금융사 앞에서 힘을 쓰지 못했다.
지난해 11월 김기홍 JB금융 회장이 함 회장보다 한차례 많은 '3연임'에 성공한 점도 함 회장 연임의 분위기를 조성했다. 이 원장 체제 아래 금융지주 회장의 연임은 단 한 번도 없었으나 김 회장이 지난 연말 최초 사례를 썼다. 김 회장이 오는 3월 정기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대표이사 회장으로 재선임되면 도합 9년간 그룹을 이끌게 된다.
하나금융 회추위 관계자는 "대내외적으로 불확실성이 증대되면서 금융산업 전반에 걸쳐 잠재된 리스크 요인을 고려할 때 그 어느 때보다 그룹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는 인물이 절실한 시점"이라며 "지난 3년간 회장 직무를 수행하면서 그룹의 성장을 이끌어 온 함영주 현 회장이 최고 적임자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