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손해보험 후순위채 발행 전후 지급여력(K-ICS)비율(2024년 9월 말 경과조치 후 기준). [자료 한화손해보험]](http://www.fetv.co.kr/data/photos/20250103/art_17369418147345_9ccef8.jpg)
[FETV=장기영 기자] 한화손해보험이 3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발행으로 올해 보험업계 자본 확충 포문을 연다.
시장금리 하락과 계리적 가정 가이드라인 적용 등에 따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자본건전성이 취약한 보험사를 중심으로 대규모 채권 발행이 이어질 전망이다.
1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화손보는 오는 31일 3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후순위채 발행액은 20일 진행하는 수요 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5000억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 수요 예측 시 공모 희망 금리는 연 4.3~4.8%다.
이번 후순위채 발행은 자본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올 들어 자본 확충을 위해 채권을 발행하는 것은 주요 보험사 가운데 한화손보가 처음이다.
한화손보는 3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발행 시 지난해 9월 말 기준 경과조치 후 지급여력(K-ICS)비율이 215.8%에서 227.1%로 11.3%포인트(p) 상승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한화손보의 K-ICS비율은 2023년 9월 말 283.1%를 기록한 이후 지난해 6월 말 209.3%로 3분기 연속 하락하다 9월 말 상승세로 돌아섰다. 이를 위해 한화손보는 지난해 8월에도 35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한 바 있다.
K-ICS비율은 2023년 보험 국제회계기준(IFRS17) 시행과 함께 도입된 새 자본건전성 지표로, 모든 보험계약자가 일시에 보험금을 청구했을 때 지급할 수 있는 여력을 나타낸다. ‘보험업법’에 따라 모든 보험사의 K-ICS비율은 100% 이상을 유지해야 하며, 금융당국 권고치는 150% 이상이다.
한화손보는 증권신고서를 통해 “후순위채 발행을 통해 조달한 자금은 K-ICS비율 증대를 통한 자본건전성 확보 목적으로 사용할 예정”이라며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양호한 상품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형 생명보험사인 동양생명도 이르면 올해 1분기 중 최대 7000억원 규모의 채권을 발행한다.
동양생명은 지난 13일 이사회를 열어 최대 미화 5억달러(약 7000억원) 규모의 자본성증권을 발행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결정에 대해 동양생명은 “IFRS17과 K-ICS 하에서 자본변동성에 대응하고 안정적 자본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양생명의 지난해 9월 말 K-ICS비율은 160.3%로 6월 말 166.2%에 비해 5.9%포인트 하락했다. 2023년 12월 말 193.4%와 비교하면 33.1%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자본건전성 관리에 비상이 걸린 ABL생명과 KDB생명 등 다른 중소형사들도 채권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ABL생명은 지난해 12월 19일 이사회를 열어 최대 2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하기로 결정했다. KDB생명도 같은 달 18일 이사회에서 최대 3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의결했다.
ABL생명의 지난해 9월 말 경과조치 전 K-ICS비율은 113.1%로 금융당국 권고치를 밑돌았다. 경과조치 후 K-ICS비율은 152.5%로 권고치를 간신히 넘긴 수준이다.
같은 시기 KDB생명의 경과조치 전 K-ICS비율은 66.3%로 100%를 밑돌아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보험사들은 지난해 시장금리 하락과 보험부채 할인율 조정 등의 영향으로 자본건전성 악화에 시달렸다.
시장금리가 하락하면 보험부채가 증가해 가용자본은 줄고, 금리위험이 확대돼 요구자본은 늘어난다. 또 보험부채 할인율 산출 기준이 변경되면서 가용자본이 감소한 가운데 기초가정 리스크 신설에 따라 요구자본은 증가했다.
올해도 시장금리 하락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계리적 가정 가이드라인 적용과 보험부채 할인율 현실화 방안 시행 등에 따라 K-ICS비율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보험사들은 지난해에 이어 줄줄이 대규모 채권 발행을 통한 자본 확충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주요 보험사의 후순위채, 신종자본증권 등 채권 발행액은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대표적인 예로 대형 생보사인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의 지난해 연간 채권 발행액은 각각 1조9000억원, 1조3000억원에 달했다.
금융당국은 시장금리와 주가 하락 등 금융시장 불확실성 확대에 대응해 자본건전성 관리에 대한 감독을 강화할 방침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취약 보험사를 중심으로 충분한 지급여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철저히 감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