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위변조대응센터 [사진 연합뉴스] ](http://www.fetv.co.kr/data/photos/20250101/art_17358627043063_e6b100.jpg)
[FETV=심준보 기자] 지난해 12월 31일, 원·달러 환율이 1470원대로 치솟으며 16년전인 금융위기 당시 수준으로 회귀했다. 연초 1300원이었던 원화는 1년간 10% 넘게 오르면서 1500원을 코앞에 남겨두고 있다. 이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 기조 유지, 트럼프 2기 출범으로 인한 무역분쟁 우려, 그리고 지난해 12월 초 비상계엄 선포 및 최근 대통령 탄핵 정국이라는 국내 정치적 대혼란까지 더해진 결과로 분석된다. 이러한 복합적인 요인으로 인해 강달러 현상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으면서, 환율 변동에 따른 수익을 추구하는 '환노출 ETF'가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실제로 나스닥 100 지수를 추종하는 'TIGER 미국나스닥100' ETF는 지난해 44.36% 상승했다. 반면, 동일 지수를 추종하지만 환율 변동 위험을 제거한 환헤지형 상품인 'KODEX 미국나스닥100(H)' ETF는 같은 기간 23.43% 상승에 그쳐 20%가 넘는 수익률 차이를 나타냈다.
국내 전체 ETF 상품으로 범위를 확대하면 차이는 더 극명하게 드러난다. 지난해 수익률 순위를 보면 환헤지 상품은 39위까지 내려가야한다. 'TIGER 미국테크TOP10 INDXX(H)'가 48.99%로 전체 ETF 중 39위를 기록해 관련 ETF 중에서는 순위가 가장 높았다. 아울러 국내 환헤지 ETF를 수익률로 줄세워 중간값에 위치한 상품은 'KODEX WTI원유선물(H)'인데 수익률이 5.1%로 미국 중앙은행 기준금리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환헤지 ETF는 선물환 계약을 통해 환율 변동 위험을 제거하기 때문에, 환율 상승에 따른 추가 이익을 누릴 수 없다. 수수료도 환노출 ETF에 비해 평균적으로 더 비싸다. 반면 환노출 ETF가 환헤지 ETF 대비 훨신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는 이유는 원화로 납입된 투자금을 달러로 환전해 주식이나 채권 등 자산을 매수하는데, 환율 변동에 따른 손익, 즉 환차익을 그대로 수익률에 반영하기 때문이다.
환율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개인 투자자들은 달러 관련 ETF 매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TIGER 미국달러SOFR금리액티브(합성) ETF'는 지난해 12월 한 달간 117억원의 개인투자자 순매수를 기록했으며, 'KODEX 미국달러선물인버스2X ETF'도 253억원어치가 순매수됐다.
하지만 환노출 ETF가 장밋빛 미래만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환율은 펀더멘털 뿐만 아니라 경제 상황, 금리 정책, 정치적 사건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예측 불가능한 변동성을 보여 왔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최근의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환율은 하락 재료보다는 상승 재료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만약 예상과 달리 국내 상황이나 다른 요인으로 인해 원화 가치가 다시 상승(달러 약세)할 경우, 환노출 ETF는 환차손으로 인해 큰 손실을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분할 매수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박태형 우리은행 TCE시그니처 지점장은 “최근의 달러 상승은 국내 개별 상황이 원인인 만큼, 원·달러 환율이 1350원 이하로 떨어진 이후부터 분할 매수를 통해 투자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환노출 ETF 투자 시에도 환헤지 ETF나 달러 예금, 미국 국채 등 다양한 달러 자산을 조합하여 포트폴리오를 구성함으로써 위험을 분산할 수도 있다. 달러 단기채권에 투자하는 ETF 상품은 강달러 시대에 주목할 만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대호 미래에셋자산운용 FICC ETF운용팀 매니저는 "달러 단기채권 ETF는 1년 내 미국 국채, 미국 회사채 등으로 구성되어 있어 강달러 시대에 투자할 대표적인 ETF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단기 투자자라면 급격한 환율 변동에 따른 손실 위험을 줄이기 위해 수익률이 다소 낮지만 안정적인 SOFR 금리 ETF를 활용할 수도 있다. 김승현 한국투자신탁운용 ETF컨설팅담당은 "강달러가 지속할 경우 달러에 대한 방향성 베팅보다는 SOFR ETF같이 달러성 자산 ETF에 투자하는 것을 더욱 추천한다"면서 "SOFR ETF의 경우 달러에 노출돼 있으면서도 무위험 금리인 SOFR(연 약 4.3%)의 이자도 수취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