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오전 10시경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딜링룸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된 모습. [사진 KB국민은행] ](http://www.fetv.co.kr/data/photos/20241252/art_17354583792766_15a501.jpg)
[FETV=권지현 기자] 원·달러 환율이 1500원에 바짝 다가서면서 은행주를 바라보는 시선도 한층 불안해지고 있다. 가깝게는 통화옵션 등 파생상품에서 발생할 손실이 우려되고, 궁극적으로는 은행 존립과 밀접한 유동성 문제가 걱정이다.
시장은 환율이 오름세를 멈추지 않는다면 은행주들의 하락세가 쉽게 누그러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다시 말해 은행주를 사고 싶다면 환율 안정 여부를 먼저 체크해야 한다는 얘기다.
◇'파생상품' 직간접 손실 우려
환율 상승은 은행주에 '독'이다. 환율이 오르면 은행주는 떨어진다. 지난 달 이후 환율과 은행주 흐름을 그려보면 한눈에 역의 상관관계가 파악된다. 은행주는 그간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효과로 모처럼 우상향을 그리며 전례 없는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탄핵으로 정국 불안이 커지면서 환율이 가파르게 오르자 지난 한 달 간 줄줄이 하락, 하반기 최저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실제 4대 금융그룹(KB·신한·하나·우리) 주가는 원·달러 환율이 최근 마지막으로 1300원대를 기록했던 지난달 29일 이후 이달 27일까지 종가 기준 평균 9% 하락했다. 대장주 KB금융은 9만6200원에서 8만5000원으로 11.6%(1만1200원) 떨어졌으며, 신한지주는 5만3000원에서 4만8350원으로 8.8%(4650원) 내렸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도 각각 7.7%(4800원), 7.9%(1320원) 하락했다.
이 기간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11월 말 1396.5원(야간 거래 마감 기준)에서 지난 27일 1470.5원까지 치솟으며 5.03% 급등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내년 초 트럼프 정책 리스크와 미국 통화정책 불확실성, 국내 경기 둔화에 따른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인하 기대감이 원·달러 환율 추가 상승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탄핵정국 불확실성이 확산된다면 예상보다 빨리 1500원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환율이 오르면 가장 먼저 은행들이 들고 있는 파생상품이 문제다. 은행들은 통화옵션 등을 팔 때 이미 헤지된 상품을 팔거나 판매 즉시 반대포지션으로 헤지하는 방식으로 직접 부담해야 할 손실을 최소화한다.
다만 거래상대방이 계약상 의무를 이행하지 못할 때, 혹은 은행이 직접 거래당사자가 된 경우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환율 상승으로 모든 파생상품 자산에서 손실이 나는 것은 아니지만 거래상대방 및 당사자 위험이 증가하는 상황을 맞닥뜨릴 수도 있다.
A은행 관계자는 "파생상품 거래시 평가익과 평가손이 동시에 발생하기 때문에 유불리 여부를 단번에 따져볼 수는 없다"면서도 "기업들이 환차손을 이기지 못해 은행이 떠안아야 할 사태가 늘어날 가능성과 은행이 직접 당사자로 참여한 거래에서의 손실을 우려하는 분위기는 있다"고 말했다.
◇유동성 관리 주목..."환율 내려야 주가 회복"
환율이 급등하면서 은행 유동성 관리에도 이목이 모이고 있다. 은행은 외환시장의 최대 수요자이자 가장 큰 공급자로, 은행의 달러 조달이 원활하지 않으면 은행 자신은 물론 금융시스템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24일 금융안정보고서를 내고, "급격한 환율 상승은 금융기관의 손실흡 수력 및 유동성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금융사 유동성 지표인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의 경우 장외 외환파생상품 관련 증거금 추가납부를 위해 국채 등 고유동성자산을 활용할 경우 하락 압력을 받을 수 있다. 환율이 상승하면 외환파생거래 평가손실에 따른 변동 증거금을 추가로 납입하는데 국내 은행은 이 증거금을 주로 국고채, 통화안정증권 등으로 납입한다. 이에 따라 통합LCR 산식의 분자에 해당하는 고유동성자산이 감소하게 된다.
다만 시장은 국내 은행이 코로나19 이후 높아진 시장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해 외화유동성을 보다 충분하게 보유하는 전략으로 외화자금을 관리하고 있는 만큼 환율이 유동성에 미치는 영향이 크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은행의 월평균 외화 LCR은 2021년 112%에서 2024년 1~8월 148%로 점차 상승했다.
B은행 관계자는 "환율이 1500원을 넘었던 지난 2009년의 경우 은행주 주가가 10~20% 떨어졌는데, 하락폭만 보면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다"면서 "최근 환율 변동은 복잡한 내생변수가 주된 요인인 만큼 경제팀이 시장 친화적인 방법으로 외환시장 안정을 도모하고 이를 시장이 환율 하락 반전 전제로 받아들이는 등 일정한 시간이 흘러야 은행주 매수 시점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