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권지현 기자] 은행들이 '알파세대'(2010년 이후 출생)를 넘어 만 7세 어린이까지 청소년 서비스 대상 범위를 확대하며 '학생 고객 잡기'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타깃층이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에서 알파세대로 이동, 은행들이 2010년 이후 태어난 청소년 고객들을 1명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열을 올렸다면, 이제는 초등학교 저학년 수준까지 대상 연령을 대폭 낮춰 고객 잡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서비스 폭도 확대했다. 그간 은행들은 신분증이 없어 금융 활동이 어려운 알파세대를 공략하기 위해 본인 명의 휴대전화 인증만으로 청소년이 직접 개설할 수 있는 선불 충전형 카드를 주로 출시해왔다. 선불로 돈을 충전해 사용하는 형식인 만큼 은행 계좌가 없이도 돈을 보관하고 이체할 수 있다는 점을 파고들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은행들은 당행 플랫폼 영역으로 10대 미만인 고객 역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출시, 어린이들이 주로 이용하는 비금융 혜택을 담으며 마음 잡기에 몰두하고 있다. 은행들은 10대 미만 혹은 초반 세대를 겨냥한 서비스를 통해 당행의 대표 플랫폼과 접점을 확대, 이들을 향후 미래 고객으로 확보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 KB스타뱅킹 내 만 14~18세 전용 서비스인 'KB스타틴즈'를 출시, 향후 가입 대상을 만 14세 이하로 확대할 방침이다. 청소년 고객들은 선불지갑인 '포켓'을 통해 수수료없이 송금하거나 입금할 수 있다. 편의점, 올리브영, 다이소에서 5%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포켓 전용 카드도 선보였다. KB스타틴즈의 페이 기능을 이용해 포켓 전용 카드 실물을 소지하지 않아도 결제가 가능하다. 국민은행은 KB스타틴즈에 한국사 매일 퀴즈, 오늘의 한 줄 등 교육, 생활 분야 콘텐츠를 담아 차별화를 꾀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미래 핵심 세대인 청소년 고객을 위해 KB국민은행만의 고객 경험과 청소년들이 원하는 서비스를 담았다"며 "향후 만 14세 이하 대상으로 가입대상을 확대할 예정이며, 어린이·청소년 고객에 특화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우리WON뱅킹 내 청소년 용돈관리 서비스인 '우리틴틴' 가입 대상을 기존 14세 이상에서 7세 이상으로 대폭 넓혔다. 선불충전 및 결제 서비스에 더해 교통카드, 시간표 및 급식표 제공 등 청소년들에게 필요한 다양한 편의 기능을 담았다. 우리은행이 최근 우리틴틴 홍보를 위해 공개한 숏폼 콘텐츠는 한 달 만에 누적 조회 수 1000만 회를 돌파해 이목을 끌기도 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10대 청소년들에게 유익한 용돈관리 서비스를 널리 알리고자 재미있는 내용의 숏폼 콘텐츠를 제작했다"며 "앞으로 우리틴틴의 기능과 혜택을 지속 발전시켜 청소년들에게 더욱 편리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했다.
토스뱅크는 7세부터 16세 고객들을 위한 '이자 받는 저금통'을 출시, 그간 통장에서만 제공했던 '지금 이자 받기' 혜택을 이들 청소년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자 받는 저금통'은 청소년들이 남은 용돈이나 비상금을 모아두고, 원하는 시점에 클릭 한번으로 연 2%의 이자를 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저금통에 저축한 금액에 대해 매일 이자가 쌓인다. 저금통 개설 시 자신만의 별명을 지을 수 있어 저금하는 목적과 재미를 더해준다. 토스뱅크 관계자는 "이자 받는 저금통을 통해 아이들이 돈을 모으고 이자를 받는 경험을 쌓고, 직접 금융 생활의 기쁨을 느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지난 5월 시중은행으로 전환한 iM뱅크(옛 대구은행)도 이달 만 7세 어린이부터 가입이 가능한 비대면 금융서비스 'iM-i'를 출시했다. 만 18세까지 월 입금 한도 50만원 안에서 선불 교통카드와 현금 입출금 기능을 지원한다. 또 KB Pay, 삼성 월렛,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의 간편결제 및 온라인 결제도 가능하다. iM-i 전용 플랫폼에서는 '매일 출첵 미션' '뮤직라운지' 등의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데, 특히 뮤직라운지에서는 음악 플랫폼 'FLO'의 운영사 드림어스컴퍼니가 엄선한 큐레이팅과 월간 약 300여곡으로 구성된 음악을 비용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황병우 은행장은 "iM-i가 디지털 시대에 부합하는 편리한 금융 생활 및 그 이상의 재미와 감성을 나눌 수 있는 청소년들만의 금융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은행들은 이 같은 어린이 세대까지 확장한 알파 세대 전용 상품을 통해 미래 잠재 고객 확보에 한층 다가선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어린이 및 알파세대들이 성인이 됐을 때 유스 전용 플랫폼에서 성인계좌로 자연스럽게 이동해 거래를 이어갈 수 있도록 제공 서비스, 거래범위 등을 연령에 맞게 점진적으로 공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