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한 2024년도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올해 초 22대 총선이 진행됐고 하반기에는 한강 작가가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전 세계적으로도 미국을 포함해 50여 국가에서 선거가 진행됐고, 유럽과 중동의 지정학적 위기는 지속된 한 해였다. 올해 말미에는 계엄·탄핵으로 미래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다양한 정치적·사회적 이슈 속에서 올 한해 우리 산업계는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FETV 편집국이 짚어보았다. <편집자주>
[FETV=신동현 기자] 국내 통신사들이 올해 인공지능(AI) 전환을 본격적으로 선언하며 분주히 움직였다. SK텔레콤은 AI 컴퍼니 전환을 위해 AI 기술과 기업에 적극 투자하고 에이닷(A.)서비스를 개발하는 등 AI 분야에서의 사업 활동을 이어갔다. KT는 또한 마이크로소프트(MS)와 협력하는 한편 AICT 기업 전환을 목표로 조직 개편과 AI 서비스 확장을 진행했다. LG유플러스도 AX(AI 전환) 기업으로의 도약을 선언하며 CEO 교체와 AI 통화 비서인 익시오 개발, AI 부서 신설을 단행했다.
유영상 SK텔레콤 사장은'글로벌 AI 컴퍼니'로의 도약을 위해 ▲AI 피라미드 전략'의 본격 실행 ▲AI 컴퍼니로서의 성과 가시화 등에 대해 발표했다.
AI 피라미드 전략은 ▲AI 인프라 ▲AIX(AI Transformation) ▲AI 서비스의 3가지 핵심 영역을 통해 산업과 일상에 혁신을 불러오겠다는 목표를 담고 있다.
AI 인프라는 AI 기술의 발전과 활용을 뒷받침할 기반 기술과 플랫폼을 구축하는 단계다. 예를 들어 클라우드·데이터 센터를 통해 AI 연산과 대규모 데이터 처리를 위한 고성능 인프라를 제공하거나 자체적으로 개발하거나 협력해 GPT 와 같은 초거대 언어 모델을 운영한다. 또 SK텔레콤의 5G 네트워크를 이용해 AI 기술의 빠른 전송과 처리를 통해 SK텔레콤이 자체 AI 기술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데 필요한 핵심적인 기반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AIX는 AI 전환을 뜻하며 AI를 비즈니스와 산업 전반에 도입해 기존의 업무 방식을 혁신하고 AI를 통한 비즈니스 확장을 이루는 데 중점을 두는 단계다. AI 기술을 제조, 물류, 금융 등 다양한 산업에 적용해 DX(디지털 전환)과 생산성 향상을 꾀하며 기업에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한다.
AI 서비스는 일반 소비자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AI 기반 서비스를 개발하고 제공해 소비자와 접점을 늘리고 AI 기술의 일상적 사용을 확산시키는 단계다. 가령 SK텔레콤에서 기존 운영하던 음성비서 서비스 ‘누구(NUGU)’와 같은 개인화 서비스, AI 헬스케어, 맞춤형 콘텐츠 추천 등 일상생활과 밀접한 소비자 중심 서비스를 통해 AI 기술의 활용을 확산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 SK텔레콤은 AI 관련 투자 비중을 과거 5년(2019년~2023년) 12%에서 향후 5년간(2024년~2028년) 33%로 늘려 2028년까지 매출 25조원 이상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로 세웠다.
2월에는 글로벌 AI 기업들과 협력을 강화하며 1억 달러 규모의 파트너십을 발표했고 3월에는 ‘SKT AI CCaaS’ 서비스를 출시해 기업 고객의 상담 업무 효율화를 도왔다. 6월에는 AI 반도체 자회사인 사피온(Sapeon)이 리벨리온스와의 합병을 추진했다. 8월에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AI 데이터센터 통합 솔루션 기업인 SGH에 2억 달러(한화 약 2800억원) 규모의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서비스 부분에서는 AI 활용 서비스감성 대화와 목적 대화가 결합된 AI 비서 서비스 ‘에이닷(A.)’은 다양한 대화형 엔진을 통합해 사용자 맞춤형 경험을 제공하며 550만명 이상의 가입자를 유치했다. 또한, 광고 제작 지원 AI, 반려동물 진단 솔루션, AI 반도체 사피온 등을 통해 다양한 산업군에서 AI 도입 확장을 시도했다. 그리고 이번 달에 엔비디아 GPU를 도입한 AI 데이터센터를 개소할 예정이다.
SK텔레콤은 내년을 목표로 대대적인 조직 개편과 임원 인사를 단행하며 통신과 AI 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꾀했다. 통신과 AI를 양대 축으로 삼아 7대 사업부 체계를 새로 구축했다. 이를 지원하기 위해 인프라군과 스태프군으로 재편하며 AI로 통신 분야 역량을 강화하고 AI 분야는 본격적인 성장 토대를 마련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KT는 김영섭 대표 체제 아래 '디지털 혁신 파트너'로 거듭날 것을 주문했다. KT는 김 대표 취임 이후 IT 전문성을 강화해 과거 CT(통신기술) 중심의 사업구조를 뛰어넘어 ICT 전문기업으로 변화해 나가야 한다는 방향성을 제시했다.
'디지털 혁신 파트너’는 작년 9월 김 대표가 ‘모바일 360 아시아태평양’(M360 APAC) 콘퍼런스 기조연설에서 처음 밝힌 KT 사업 전략이다. 당시 김 대표는 기조연설에서 “빅테크 기업들이 통신사의 인프라를 활용해 혁신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며 “통신사가 중심이 되는 디지털 영역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지난 2월 스페인에서 열린 ‘MWC2024’ 행사에서 김 대표는 “통신기술(CT) 역량에 정보기술(IT)·인공지능(AI)을 융합한 AICT 회사로 거듭나겠다”고 말하며 B2B·B2G·B2C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KT는 기조에 맞춰 움직였다. 6월 AI·클라우드 분야의 강화를 위해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손을 잡았다. 향후 5년간 2조4000억 원을 투자해 AI와 클라우드 기술을 결합한 서비스 개발을 추진하며 이를 통해 누적 매출 4조6000억원 달성을 목표로 삼았다. 이때 내년 상반기 중 한국형 GPT-4 기반 AI 모델 상용화 방침을 세웠다. 또 공공·금융 부문 대상의 '시큐어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도 개발해 내년 1분기 상용화한다는 방침도 함께 발표했다.
11월 말에는 조직 개편과 임원 인사를 진행했다. AICT회사로 거듭나겠다는 기조에 맞춰 AI 부문의 영향력을 강화했다. 엔터프라이즈 부문과 AI 융합 사업을 담당하던 전략·신사업부문을 통합해 B2B 부문을 강화했다. AI, 클라우드, 플랫폼 등 신사업 역량을 강화하고, 고객 맞춤형 서비스 제공을 확대할 방침이다. 그리고 기술혁신부문 산하 KT컨설팅그룹을 확대했다. 기존의 KT컨설팅그룹을 전략·사업컨설팅부문으로 확대 개편해 AI 전환(AX) 전략사업 발굴과 차세대 IT 프로젝트 이행 등을 맡는다.
황현식 LG유플러스 사장은 플랫폼 경쟁력 강화를 위해 AI와 데이터 사업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AI 응용 서비스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LG유플러스의 초거대 AI인 '익시젠(ixi-GEN)'을 통신과 플랫폼 서비스에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또 4월에는 AI 분야 투자를 전년 대비 최대 40%까지 늘리고 AI 인재를 채용을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LG유플러스는 6월에 온라인 성과공유회를 통해 새로운 브랜드 슬로건인 'Growth Leading AX Company(AI 전환으로 고객의 성장을 이끄는 회사)'를 공개하며 서비스의 AI 전환 방침을 전달하는 한편 자체 개발한 통신에 특화된 소형언어모델(sLLM) 익시젠을 공개했다.
7월에는 AI 중심의 B2B 중장기 성장 전략인 'All in AI'를 공개해 인프라, 플랫폼(생성형 AI), 데이터 등 기술 혁신에 집중해 AI 응용 서비스를 고도화한다는 목표를 드러냈다. 이를 통해 기존 B2B 사업의 AI 전환, AI 신사업 진출, AI 인프라 매출 확대를 추진하며 2028년까지 AI B2B 사업 부문에서 매출 2조원 달성 목표를 제시했다.
서비스 부문에서 'U+AICC'를 시작해 AI 콜봇, AI 대화록, AI 상담 지원 등의 기능을 제공하며 고객 상담 부문에 AI를 도입했다. B2B 사업 부문에서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U+AICC Cloud와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우리가게 AI' 서비스를 출시했다. 각각 고객센터와 콜센터 운영 기능과 AI 기본응대, 손님 메모 기능, 예약 응대 기능을 탑재했다. 지난 달에는 전화, 전화 대신 받기, 실시간 보이스피싱 감지, 통화 녹음·요약 등의 기능을 제공하는 AI 통화 에이전트 서비스인 '익시오(ixi-O)'를 출시했다.
12월에 AI 중심으로 조직을 재편하며 고객 체감형 AI 서비스를 개발하는 'AI 에이전트 추진그룹'을 신설했다. 또 AI 관련 신규 서비스 출시에 주력하고자 CTO 직속 '에이전트/플랫폼 개발Lab'을 구축했다. 그리고 AI 인력 개발을 위해 CHO 산하에 'AX/인재개발 담당'을 신설했다. 마지막으로 CEO도 LG그룹의 경영 전략을 기획하던 홍범식 사장을 신임 CEO로 선임해 회사 전반적으로 AI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통신3사의 AI 전환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AI는 이동통신사의 새로운 경쟁 무대며 시장판도를 뒤집을 수 있는 요소로 전망했다. 관계자는 "AI 인프라 제공과 킬러서비스 제공의 성공 여부에 따라 고착화된 시장 경쟁을 뒤집을 수 있다"며 내년 AI 전환을 통한 서비스 모델 상용화와 수익 확보를 위해 통신 3사가 주력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통신과 융합한 AI 시장 선점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