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권지현 기자] 올해 3분기 국내 자영업자 대출 잔액이 1064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저소득·저신용 자영업자 대출이 늘고 있는 데다, 취약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연체율이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어 금융당국의 선별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4일 한국은행이 발간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1064조4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 늘었다. 자영업자 대출 금액을 금융업권별로 살펴보면 은행권 641조9000억원, 비은행권 422조5000억원으로, 두 업권 모두 대출 증가세가 둔화(각각 1.4%, 0.6%)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영업자 차주를 특성별로 살펴보면, 2024년 3분기 말 현재 고소득 및 고신용 차주는 각각 146.7만명, 217.6만명으로 자영업자 차주의 46.9%, 69.6%를 차지하고 있다. 저소득 및 저신용 자영업자 차주는 전체 자영업자 차주의 15.8%, 7.4%에 해당하는 49.4만명, 23.2만명으로 나타났다. 올해 들어 저소득·저신용 차주는 각각 1.5만명, 3.2만명 증가했다. 자영업자 전체 대출 증가세는 완만해졌지만 저소득·저신용 자영업자 차주의 대출 비중은 가팔라진 것이다.
특히 저소득·저신용 가계대출 차주가 사업자대출을 신규 차입하면서 자영업자 차주로 진입한 경우는 감소한 반면, 중소득·중신용 이상 자영업자 차주들이 저소득·저신용으로 하락한 경우는 크게 늘어났다. 이에 한은은 "금융기관의 신규 사업자대출 공급 확대가 아니라, 기존 자영업 차주들의 전반적인 소득 및 신용도 저하에 주로 기인한 것"이라 판단했다.
이런 가운데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취약 차주를 중심으로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한은이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DB)를 활용해 추정한 자영업자대출 연체율은 3분기 말 1.70%로 1년 전(1.24%)보다 0.56%포인트 높아졌다.
업권별로는 비은행권 대출 연체율이 3.51%로 은행권 대출 연체율(0.51%) 대비 7배 수준까지 치솟았다. 차주로 보면 취약 자영업자의 대출 연체율은 11.55%로 비취약 자영업자(0.42%)와 큰 격차를 보였다.
취약 자영업자의 대출잔액이 증가하고 연체율이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으나, 고소득·고신용 우량 차주들이 자영업자 대출의 상당 부분을 보유하고 있어 자영업자 대출 부실이 금융기관의 자산건전성을 크게 저하시킬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게 한은의 전망이다. 또 한은은 기준금리 인하가 시차를 두고 대출금리에 반영되면서 향후 자영업자 차주의 채무상환부담도 다소 완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자영업자의 어려움이 지속되면서 은행권은 소상공인 금융지원을 잇달아 마련하고 있다. 지난 23일 국내 은행들은 대출연체나 폐업 위기에 몰린 소상공인 25만명에게 이자부담 완화·신규자금 공급 등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연 6000~7000억원의 은행권 이자부담 경감과 출연으로 대출액 14조원에 대한 소상공인 금융지원이 이뤄질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최근 저소득·저신용 자영업자 차주가 증가한 점에 유의해 자영업자 차주의 채무상환능력을 면밀히 분석하고 이에 따라 선별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정부와 금융당국은 높은 이자부담으로 인해 일시적 어려움을 겪은 자영업자에 대해서는 자금지원을 이어가는 가운데, 회생가능성이 낮은 일부 취약 자영업자에 대해서는 완화된 금융여건 하에서 부채에 의존해 사업을 지속하지 않도록 적극적인 채무조정과 함께 재취업 교육 등 재기 지원이 필요한 시점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