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양대규 기자] 최근 고려아연에 대한 M&A를 추진 중인 MBK파트너스(이하 MBK)에 대해 국가첨단전략산업법과 산업기술보호법상 ‘외국인 투자’ 조항 저촉 여부가 논란이다. 과거 M&A사례와 법조항에서 쟁점이 됐던 유사한 이슈에 시선이 쏠린다.
이런 지적에 대해 MBK 측은 "MBK는 한국 법인"이라며 "대주주도 한국인 파트너들"이라고 부인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는 올해 중순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인수전에 참여하려던 것이 무산됐다.
MBK파트너스의 회장을 포함해 대표업무집행자와 주요 주주, 창업자 등이 모두 외국인이라는 점에서 인허가 주체인 국토교통부의 부담이 상당했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업은 국가기간산업으로 현행법상 외국인에 대한 사업 인가를 철저히 규제하기 때문이다.
저비용항공사(LCC) 에어프레미아는 당시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인수전 참여를 염두에 두고 컨소시엄을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언론들의 보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가 운용하는 스페셜시튜에이션스(SS) 2호 펀드를 비롯해 메리츠증권, 룩셈부르크 화물항공사 카고룩스(Cargolux) 등을 컨소시엄으로 하는 인수의향서(LOI)가 매각 주관사 UBS에 제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인수전을 준비하면서 MBK파트너스의 SS 2호 펀드는 전환사채(CB)를 발행하는 방식으로 3000억원을 확보해 컨소시엄에 자금을 보태기로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에어프레미아가 국토부와 여러 차례 소통하면서 자금 조달 방안, 주주 구성 등을 협의했으나 국토부가 외국인의 사업 진입을 우려했다고 전해졌다. 이에 카고룩스를 시작으로 MBK파트너스가 인수 컨소시엄 참여를 포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MBK 주요 주주가 외국인이라는 점 때문에 국토부가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인수를 꺼려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최근 MBK파트너스는 스스로 김병주 회장이 17%, 해외 투자자인 다이얼캐피털은 16.2%의 지분을 보유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세부구성을 정확히 알 수 없는 우리사주조합도 상당수 지분을 가지고 있다.
또 법인 대표자도 외국인인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지적된 바 있다. 유한책임회사인 MBK파트너스는 윤종하 부회장과 부재훈 부회장 등이 2인이 대표업무집행자였다. 주식회사의 ‘대표이사’에 해당하는 직위다. 이들 가운데 부재훈 부회장은 미국 국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재훈 부회장은 2005년 MBK 설립 시점부터 함께한 인물이다. MBK파트너스 SS 2호 펀드 대표도 당시 겸했다.
이에 당시 업계 안팎에서는 MBK파트너스를 참여시킬 경우 항공법 규제에 저촉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항공사업법 제54조에 따르면 ‘외국인이 법인등기사항 증명서상 대표자이거나 외국인이 법인등기사항증명서상 임원수의 2분의 1이상을 차지하는 법인’에 해당하는 자는 국토교통부 허가를 받아야 여객이나 화물운송 사업을 할 수 있다.
MBK는 부재훈 부회장이 대표업무집행자인 동시에 펀드 대표까지 겸직하는 만큼 관련법의 직접 적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다. 여기에 MBK에서 비토권(거부권) 등의 권한과 최종 의사결정권한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김병주 회장의 존재도 ‘외국인이 지배적 영향력을 가진 회사’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이에 MBK파트너스의 고려아연에 대한 M&A에서도 비슷한 논란이 불거지며 법적 검토의 필요성과 정부 승인을 받아야 하는지 여부 등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고려아연 측은 니켈 관련 이차전지 소재기술 등 국가핵심기술과 국가첨단전략기술을 보유한 기업이기 때문에 국가첨단전략산업법과 산업기술보호법에 따라 외국인이 인수를 시도할 경우 산업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국토부가 MBK를 사실상 외국인으로 해석한 만큼 외국인투자를 둘러싼 논란이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MBK의 아시아나 인수전 참여가 무산된 것으로 알려진 것은 정부가 외국인의 국가기간산업 인수 시도를 막은 구체적인 사례”라며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한 고려아연도 역시 MBK파트너스가 경영권 인수를 노리고 있기 때문에 관할당국의 유권해석이 중요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MBK는 “고려아연에 투자하는 주체인 ‘MBK 파트너스 유한책임회사’는 국내법인"이라며 "이 법인의 대주주 역시 한국국적의 파트너와 임직원”이라고 강조했다.
18일 MBK는 보도자료를 통해 “유한책임회사의 최대주주도 한국 국적의 윤종하 부회장, 김광일 부회장이며 각각 24.7%(의결권기준 29.5%)씩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의결권 기준으로는 80%에 해당하는 지분을 한국 국적의 파트너(윤종하·김광일 부회장)와 임직원들(우리사주조합)이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