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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에 e스포츠, 유전자검사까지...비금융 사업 영토 넓히는 은행

 

[FETV=권지현 기자] 은행권이 본업인 금융 서비스 외에 비금융 사업으로 활발하게 뛰어들고 있다.

 

은행이 이종 업종으로 눈길을 돌리는 이유는 예대마진(예금과 대출의 금리 차이) 중심의 전통적 사업 방식에만 집중해서는 성장을 이어가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금리 인하가 본격화되면서 예년과 같은 대규모 이자이익을 기대하기 힘들어져 안정적인 경영 여건을 확보하기 위한 은행의 고민이 더욱 깊어진 상황이다.

 

비금융 사업 확장으로 여러 생활 서비스를 추가하면 은행 앱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브랜드 이미지 개선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은행이 비금융 사업을 본격 추진하기에는 금산분리 원칙 등 제약이 많다. 일본의 경우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를 통해 은행이 환경 및 농업과 관광업 등 다양한 업종의 비금융 자회사를 세워 경쟁력 강화를 꾀하고 있다.    

 

◇신한·NH농협, '플랫폼 확대' 박차

 

비금융 사업을 가장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는 곳은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이다. 두 은행은 금융을 중심으로 여러 생활 밀착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한 차원 끌어올리는데 집중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 10월 '신한 SOL뱅크' 앱 내 '미술품 둘러보기' 서비스를 시작했다. 미술품 둘러보기 서비스는 아르티브의 미술작품 및 작가 정보 플랫폼 '아트픽하소'와 연계해 제공하는 서비스다. 고객들은 신한 앱에서 아트픽하소 플랫폼으로 연결, '일·주·월간 인기작가' '개인별 취향분석에 기반한 작가 추천' '원화작품, 아트상품 판매' 등의 카테고리를 이용할 수 있다. 아트픽하소 플랫폼을 운영하는 아르티브는 작년 12월 신한은행 사내 벤처·신사업 아이디어 공모전 '유니커즈'(UNIQUERS)를 통해 독립법인으로 분사한 회사다.

 

신한은행은 지난 2021년 12월 배달 앱 '땡겨요'를 통해 비금융 사업 첫발을 뗀 후 현재 마켓플레이스 뱅킹 플랫폼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마켓플레이스 뱅킹 플랫폼은 비금융 회사가 플랫폼에 예금과 대출, 결제 등 금융 기능을 융합하는 'BaaS(Banking as a Service) 모델'과 반대되는 개념으로, 은행이 주도적으로 다양한 비금융 서비스를 접목해 확장하는 형태다. 

 

NH농협은행은 농협금융 대표플랫폼 'NH올원뱅크'에서 다양한 생활 편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앞서 플랫폼에 꽃 배달, 축산물 구매·배송, 택배 등의 서비스를 포함했던 농협은행은 최근 개편을 통해 생활 서비스를 대폭 확대했다. 부동산 매물·시세 조회, 대출한도 조회, 대출상품 추천 등 부동산 서비스 외에 자동차 추천, 차보험 관리, 차량구입대출 추천 등 모빌리티 서비스를 앱에서 지원한다. 헬스케어 서비스에서는 고객의 건강검진 결과를 인공지능(AI)이 분석해 질병 발병률을 예측한다. 또 매주 수요일에는 유전자검사 키트를 선착순으로 제공한다. 

 

◇주춤하던 KB국민·우리 '가세'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경쟁사에 비해 비금융 사업 진출이 다소 더딘 편이었으나, 최근 신규 실적을 잇달아 내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 10월 스타벅스 코리아와 손잡고 스타벅스 앱 내 계좌 간편결제, 특화 금융상품, 간편인증 서비스 등을 제공키로 했다. 2019년 기존 통신사 망을 임대해 알뜰폰 사업을 시작한 국민은행은 이번 이종 업종 제휴로 또 한번 이목을 모았다. 당시 이재근 은행장은 "고객의 일상 속에 스며드는 생활 밀착형 임베디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협력의 경우 기존 '은행 앱 내 비금융' 모습을 벗어나 비은행 플랫폼에 은행 서비스를 추가, 한 단계 진일보한 비금융 사업 진출 형태다.  

 

우리은행은 올해 하반기 모바일 플랫폼에 'e스포츠관' 문을 열었다. e스포츠관에서 20~30대가 주 시청 층인 LCK(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와 10~20대가 주 시청 층인 VCT Pacific(발로란트 챔피언스 투어 퍼시픽) 이벤트 및 경품을 제공하고, 티켓도 예매할 수 있도록 했다. e스포츠관에서 VCT Pacific의 팬페이지도 지원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미래세대 고객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하나은행은 비금융 사업을 꾸준히 확장하고 있다. 지난 2021년 8월 자동차 경매 전문업체인 카옥션고 함께 비대면 중고차 거래 서비스인 '원더카 직거래'를 일찌감치 내놓은 데 이어 스포츠와 음악, 라이브커머스 등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2022년에는 모바일앱 '하나원큐'에 뮤직박스, 스포츠 카테고리를 신설, 앱에서 금융 거래를 하면서 경기 입장권이나 공연 좌석 등을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