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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부동산


탄핵 정국을 보는 건설업계 두 시선...이상 없다 vs 태풍의 눈

회사 규모에 따라 전망 엇갈려...환 헤지 통해 해외 사업 충격 대비

 

[FETV=김주영 기자] 최근 정치적 불안정이라는 새로운 리스크에 직면한 가운데 건설사 간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계엄, 탄핵 등 정치 상황 속에서 건설사의 공사 일정 지연이나 주가 하락 등 영향은 별로 없다. 이는 후방산업인 건설업의 특성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업계는 느린 산업”이라며, “어떤 사건이 영향을 주는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10일 건설 업계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들은 현재 정치적 변화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협의체를 구성하거나 대응책을 마련하는 등의 적극적인 대비를 하기보다 전반적인 상황을 모니터링 하는 단계에 있는 것이다. 일부 대형 건설사들이 환율 변동에 대해 선제적 대비하고 있지만, 특별한 이상 징후는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몇몇 건설사들은 장기적으로 원자재 가격 상승과 공사비 증가가 본격화될 경우를 우려하며 위기감을 드러내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이미 강달러 흐름이 뚜렷했던 지난해부터 환 헤지(환율 변동 위험 관리) 전략을 강화해 주요 원자재 수입 비용 부담을 최소화했다”고 말했다. 또한 “환율 변동에 따른 영향을 완화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대비했다”며 “현재 상황에서도 별다른 이상 없이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환율 변동 흐름 속에서 큰 영향을 받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또 다른 대형 건설사 관계자 역시 “건설 쪽은 금융업계와 다르게 시시각각 영향을 받는 부분이 적다”며, “환율 상승 등은 전 사업이 다 같이 겪는 문제이기에 건설업계만 특별하다고 말할 수 없다”고 했다.

 

중견 건설사들 마찬가지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정치적 불안정과 고환율 현상이 있지만, 사업에 직접적인 타격은 없으며, 따로 대비책도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그러나 모든 건설사가 낙관적인 것은 아니다. 지방에 본사를 둔 한 건설사는 장기적인 리스크를 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 지방 건설사 관계자는 “아직은 큰 타격은 없지만, 환율이 계속 오르면 철근과 시멘트 같은 주요 자재의 가격 상승이 불가피하다”며 “공사비 상승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우려했다.

 

이 같이 건설업계의 상반된 모습은 각 회사의 사업 구조와 규모에 따라 갈린 것으로 보인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특히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건설사들은 환 헤지와 같은 리스크 관리 능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고환율과 원자재 가격 인상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규모 자재 구매 협상을 통해 가격 변동성을 줄일 수 있는 대형 건설사와 달리, 중소 건설사들은 자재 구매 단가 상승과 공사비 증가를 감당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해외 수주 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환율 상승이 오히려 수익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또한 해외 발주처에 대해서도 상반된 의견을 전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치적 리스크로 한국 건설사들의 신뢰도가 낮아질 경우, 해외 발주처들은 한국 기업을 선택하는 데 신중해질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해외 시장에서는 정치적 안정성이 중요한 경쟁력인데, 이번 사태로 한국 건설업계의 이미지가 악화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반면 큰 영향은 없다는 시각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발주처에서 정치적 리스크를 건설업계에까지 연결 짓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상황을 심각하게 인식하는 시선은 관계자들의 답변에서 읽을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상황은 단기적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정치 리스크는 건설사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에게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공사비 상승은 분양가 인상으로 이어지고, 이는 주택 구매 심리 위축과 임대 시장 불안정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