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AI(인공지능)와 휴머니티’를 주제로 한 융합예술 행사의 홍보를 진행했다. 홍보를 하며 나를 포함해 관람객들의 높은 관심을 받은 작품들이 있었는데 튀르키예 아우치(Ouchhh) 스튜디오의 ‘휴먼 셀 아틀라스(Human Cell Atlas)’라는 작품과 독일 모츠(Mots) 듀오의 ‘AI&ME’라는 작품이었다. 이 작품들은 단순히 예술과 기술의 융합적 성과를 자랑하는 데 그치지 않고, AI라는 기술을 도구 삼아 우리가 스스로를 이해하고, 나아가 미래의 인간다움을 정의하는 여정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 2월 스페이스 X(Space X) 로켓에 실려 ‘우주로 간 최초의 AI 예술작품’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휴먼 셀 아틀라스’는 37.2조개 인간의 세포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통해 인류의 자화상을 예술로 표현한 작품이다. 방한한 아우치 스튜디오의 디렉터는 데이터를 그림으로, 알고리즘을 붓으로 비유하며, 기술이 단순히 기능적 도구가 아닌 인간의 경험과 감정을 담아내는 새로운 매개체로 작용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그리고 마치 선사시대 예술가들이 동굴벽화로 자신의 이야기를 남기고 미래세대와 소통하려 했던 것처럼, ‘휴먼 셀 아틀라스’는 AI를 통해 현대의 인간 이야기를 미래와 연결하고자 했다고 전했다.
반면, 모츠 듀오의 ‘AI&ME’라는 작품은 AI와 인간의 소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철학적 탐구를 다뤘다. 이 작품은 카메라 앞에 선 관객의 외모를AI가 분석하고 이를 기반으로 AI가 인식하는 인간의 내면에 대한 피드백을 제공했다. 이는 기술이 인간의 내면을 비추는 거울로 작용할 수 있고 그 거울 속에서 인간은 새로운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접근방식은 달랐지만 두 작품이 공통적으로 전달하고자 한 메시지는 명확하다. AI는 더 이상 차갑고 무감각한 기계가 아니라 우리의 내면을 탐색하고, 우리가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우리 자신을 비추는 거울과 같은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즉 기술이 단순히 인간의 창의성을 보조하는 도구가 아니라, 인간의 본질을 재발견하는 통로가 될 수 있음을 강렬히 보여준 것이다. AI는 인간과 기술, 과거와 미래를 잇는 다리로 작용하며, AI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기술과 함께 인간다움을 확장해가는 여정을 제시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하도록 우리를 초대하고 있다.
이번 행사에 컨퍼런스 모더레이터로 참여했던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은 융합예술 아티스트들이 앞으로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의 본질을 탐구하고, 이를 예술과 엮어 “인간이 인간 되게 만드는 것이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던질 것이라고 전했다. 이 말처럼, AI와 인간의 소통은 기술적 진보를 넘어, 인간 정체성과 본질을 끊임없이 묻는 깊은 여정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 질문에 대한 우리의 답이 AI와 함께하는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임현정 무버먼한국 & 꺼리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