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양대규 기자] 최근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반도체 수출통제 조치 개정안에 HBM(고대역폭)이 포함됐다. HBM에 주력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수출에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 상무부가 발표한 반도체 수출통제 개정안에는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이 적용됐다. 미국 외 다른 나라에서 만든 제품이더라도 미국산 소프트웨어나 장비, 기술 등이 사용됐다면 미국의 수출통제를 준수해야 한다는 의미다. 개정안에 따르면 메모리 대역폭 밀도가 ㎟당 2GB/s보다 높은 HBM 제품 수출을 통제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생산하는 모든 HBM이 여기에 해당한다. 양사는 더이상 중국에 HBM 수출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 기업 엔비디아에 생산된 HBM 물량 대부분을 납품하는 SK하이닉스와 달리 삼성전자는 중국에도 수출하고 있어 이번 미국의 규제에 발목을 잡힐 위험이 있다. SK하이닉스도 현재 HBM 기술 리더십을 가지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미국 마이크론과 기술 격차가 크지 않아서 마냥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SK하이닉스와 엔비디아의 협력 관계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중국 외에도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이 HBM을 요구하고 있어서 국내 기업들에게 큰 영향은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중국 바이두와 텐센트 등에 HBM2E를 공급 중이다. 현재 엔비디아에 HBM3E 공급과 관련해 논의 중이지만, 만약 협상이 결렬되면 해당 제품의 고객사에 대해 고민해야 된다. 미국 AMD에도 공급하겠지만 그 양은 많지 않다. 결국 대규모 물량을 소화할 수 있는 곳은 엔비디아 아니면 중국 기업들뿐이다.
SK하이닉스는 현재 HBM3E 대부분을 엔비디아에 공급하고 있다. 다음 세대인 HBM4의 납품도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 엔비디아가 요구하는 사항을 가장 잘 맞추고 있는 곳이 SK하이닉스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열린 SK AI 서밋에서 최태원 회장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HBM4 공급 스케줄을 '6개월 당겨달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어 최 회장은 "곽노정 SK하이닉스 CEO를 쳐다보고 '이거 할 수 있냐'라고 물었더니 (곽 CEO가) '한 번 해보겠다'고 답했다"며 "그래서 6개월을 당겨보기로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그 결과 SK하이닉스는 HBM4 제품을 내년부터 양산하기로 했다. 기존 계획은 2026년었으나 이를 1년 가까이 앞당긴 셈이다. 이런 양산 일정 수정의 결과가 최대 고객사인 엔비디아의 CEO 젠슨 황의 강한 요청으로 이뤄진 셈이다.
다만 내년 하반기부터는 삼성전자의 기술력이 올라오면서 HBM의 공급업체간 수주 경쟁이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HBM은 2025년 상반기를 지나가며, 공급 업체간 수주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판단된다"며 "내년 상반기 엔비디아 B200(HBM3e 8hi)에서는 SK하이닉스의 독점적 지위가 유지되지만, 내년 하반기 B300(HBM3e 12hi)나 2H26 루빈(Rubin)(HBM48/12hi)에서는 삼성전자의 시장 진입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025년 상반기는 B300과 루빈에 탑재되기 위한 HBM 신제품의 품질 테스트 과정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이에 박 연구원은 HBM의 성장세는 지속되지만 점유율은 다소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 65%, 삼성전자 32%, 마이크론 3%에서 내년 SK하이닉스 50%, 삼성전자 37%, 마이크론 13%로 예상된다.
박 연구원은 "삼성전자 HBM 부문은 아마존웹서비스(AWS)와 브로드컴향 판매량이 증가"할 것이라며, "엔비디아 신규 진입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기업 외에도 아마존웹서비스와 브로드컴 등 미국 내 주요 기업들을 통해 HBM 판매량을 증가시킬 것이라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