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선호 기자] 빙그레의 인적분할을 통한 지주사 전환은 오너 3세 경영승계 초석을 두기 위한 작업으로 분석된다. 향후 현물출자 유상증자 방식으로 지주사가 되는 빙그레홀딩스가 신설법인 빙그레의 지배력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오너 2세인 김호연 회장의 지분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빙그네는 지난 22일 존속법인 빙그레홀딩스(가칭)와 신설법인 빙그레(가칭)로 인적분할을 하고 지주사 전환을 하겠다고 공시했다. 인적분할 후 빙그레홀딩스는 향후 변경상장, 신설법인 빙그레는 재상장을 하고 지주사는 빙그레를 자회사로 편입시키는 작업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빙그레홀딩스의 빙그레 지분 확보 계획은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 다만 공시 내용을 살펴보면 ‘향후 회사구조개편에 관한 계획’에서 이를 유추해볼 수 있다. 빙그레홀딩스는 현물출자 유상증자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기재했다.
공개매수 방식의 현물출자 유상증자는 신설법인 빙그레의 보통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모든 주주 중에서 공개매수에 응모한 자로부터 해당 주식을 현물출자 받고 이에 따른 대가로 존속법인 빙그레홀딩스의 신주를 부여하는 과정으로 진행된다.
빙그레홀딩스는 이를 통해 신설법인 빙그레의 지분을 확보해 자회사로 편입시킨다. 공매매수에 응모한 신설법인 빙그레의 주주는 지주사 빙그레홀딩스의 지분을 추가 확보하게 된다. 이에 따라 최대주주인 오너 2세 김 회장의 지주사 지배력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먼저 현재 빙그레의 최대주주는 지분 36.75%를 소유하고 있는 오너 2세 김 회장이다. 이외에 재단법인 김구재단이 2.03%, 주식회사 제때가 1.99%, 재단법인 현담문고가 0.13%를 지니고 있다. 이들의 지분은 빙그레홀딩스 46%, 빙그레 54% 분할비율로 나뉘게 된다.
계획대로면 최대주주인 김 회장과 특수관계인은 인적분할 후 공개매수에 응모하고 존속법인 빙그레홀딩스가 발행한 신주를 부여받게 된다. 최대주주인 김 회장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빙그레홀딩스의 현 보유 기준 36.75%에 이어 추가적인 주식을 획득하는 셈이다.
현재로서는 빙그레가 인적 분할 후 진행할 현물출자 유상증자 규모와 구체적인 일정 등이 확정되지 않은 만큼 김 회장의 지분이 얼만큼 확대될지는 알 수 없다. 때문에 향후 오너 3세인 김동환 빙그레 경영기획·마케팅본부장 사장의 승계 시기도 예단하기는 힘들다.
김 사장은 올해 불미스러운 사건에 휘말렸지만 이전부터 빙그레에 입사해 경영수업을 받고 있었다. 1983년생인 그는 연세대학교 언더우드국제대학(UIC)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EY한영 회계법인에서 인수합병(M&A) 업무를 하다 2014년 빙그레에 입사했다.
입사 후 구매부 과장, 부장을 역임한 후 2021년 임원으로 승진했다. 이후 고속 승진을 이어가다 올해 초 사장에 올랐다. 이를 두고 빙그레가 본격적인 승계작업에 착수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렸다. 특히 빙그레의 3대 주주인 제때를 승계에 활용할 것으로 분석된다.
제때는 김 회장의 자녀인 오너 3세 삼남매가 지분을 보유한 빙그레 계열사다. 2023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제때의 최대주주는 33% 지분을 보유한 김 사장이고 나머지는 기타주주가 67%를 소유하고 있다. 같은 기간 제때의 현금및현금성자산은 79억원이다.
제때의 2023년 매출은 4017억원으로 그중 내부거래 비중은 25%를 차지했다. 빙그레, 해태아이스크림, 한익스프레스 등으로부터 물류대행으로 1003억원의 매출을 발생시켰다. 이를 통해 52억원의 영업이익을 얻었다.
이러한 수익을 기반으로 제때가 빙그레홀딩스의 지분을 확대해나가면 빙그레의 지배구조 정점에 김 사장이 설 수 있게 된다. 인적 분할 후 공개매수 방식의 현물출자 유상증자로 김 회장의 지분율이 높아지면 그중 일부를 제때가 다시 매입해나갈 가능성도 크다.
이에 대해 빙그레 관계자는 “현재 경영승계 등을 논할 시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