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권지현 기자] 국내 자산사장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 성공 이후 출렁이고 있다.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을 비롯한 수혜주엔 온기가, 반대편에 있는 금(金) 등 전통적 안전자산과 국내 반도체·2차전지주엔 냉기가 흐르고 있다.
다만 차기 미국 정부에서 트럼트 당선인의 공약이 그대로 이행되지 않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미국-비(非)미국 주식시장 간 디커플링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에는 신중을 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비트코인 40% 급등...강(强)달러 지속 전망이 원화 절하 유도
트럼프 당선 후 그간 화두에 머물렀던 '트럼프 트레이드'가 본격 현실화되기 시작했다. 트럼프 트레이드는 트럼프와 관련된 특정 주식 종목이 상승하거나 트럼프가 강조했던 가상화폐 대장주인 비트코인이 강세를 보이는 등의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1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17일(현지시간) 미국 거래소 코인베이스에서 9만731달러, 업비트에서 1억2732만원을 횡보했다. 지난 13일 코인베이스에서 9만3482달러, 업비트에서 1억3104만원으로 각각 사상 최고가를 경신한 뒤 소폭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최근 한 달 기준으론 40% 급등했다.
트럼프 당선에 따른 비트코인 강세는 트럼프가 미국을 암호화폐 수도로 만들겠다고 밝히는 등 암호화폐 친화적인 행보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지난 9월 미국 투자은행 번스타인은 트럼프 당선 시 비트코인 가격이 연말까지 9만달러(1억2570만원)까지 오를 수 있다고 예상했는데 정확히 맞아 떨어졌다.
가상자산 호재 반대급부로 안전자산인 금 시세는 하락했다. 15일 금요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올해 12월물 금 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0.1%(2.8달러) 내린 온스당 2570.10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3년 만에 가장 큰 주간 낙폭이다. 국내 금 가격(15일 기준)은 그램당 11만5860원으로 1개월 전보다 0.4% 떨어졌다. 미국 달러화 강세에 금 가격이 연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유로화·엔화 등 6개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지난 15일 106.69를 기록, 한 달 전보다 3.3% 올랐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달러화 강세는 원화 가치가 하락했다기 보다 달러화의 평균적 가치가 상승한 영향이 크다"면서 "트럼프 당선으로 미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가 현실화되면 인플레이션과 강달러 지속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트럼프 트레이드 투심도 미국으로...투자 대기자금 향방 주목
비트코인 외 또다른 대표적인 트럼프 트레이드 종목인 에너지기업의 경우 국내에도 자금이 흘러들어왔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4~15일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삼성전자에 이어 한화오션 주식을 가장 많이 순매수했다. 한화솔루션도 순매수 상위 종목 7위에 올랐다. 톱5 종목에 신규상장 2개 종목이 포함돼 있음을 감안하면 모처럼 에너지 기업이 최상위 순매수 종목에 오른 것이다.
다만 다른 종목은 볕을 보지 못했다. 에너지 외 은행업(자본건전성 규제 완화), AI(윤리 규제 완화) 등도 대표적인 트럼프 트레이드 수혜 종목으로 꼽히지만 국내선 힘을 못쓰고 있다. 미 대선 당일부터 뚜렷해진 트럼프 트레이드도 미국 시장에 더 들어맞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 미 대선 이후(11월 5일~11일) 글로벌 AI(인공지능) 관련주는 5.1%) 상승했으나, SK하이닉스, LG전자 등 국내 대표 AI 관련주는 이달 15일까지 평균 5.6% 하락했다.
시장은 국내 시가총액 비중이 크면서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고 트럼프 신정부에서 정책 변화가 예상되는 자동차·배터리 및 반도체 부문이 부진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이달 들어 관세 인상 및 반도체지원법(CHIPS) 보조금 축소로 'KRX 반도체 Top15 지수'는 10.8% 떨어졌으며,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폐기 및 탈전기차 전망 우려에 'KRX 2차전지 TOP10 지수'는 20.5% 주저앉았다.
이런 가운데 국내 증시 대기성 자금이 증가, 향후 방향성에 이목이 모인다. 투자자 예탁금은 이달 4일 50조4328억원에서 14일 52조9552억원으로 2조5224억원 늘었다. 트럼프 당선 후 코스피가 급락하자 저가 매수세가 기지개를 켜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성락 국제금융센터 주식분석부장은 "트럼프 신정부의 출현으로 당분간 미국과 비(非)미국 주가 간의 격차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다만, 향후 입법 과정, 협상을 통한 타협, 상대국들의 정책적 대응, 기업들의 자구 노력 등으로 트럼프 당선인의 공약이 그대로 이행될 가능성은 높지 않아 非미국 주식시장이 크게 침체돼 미국과의 완전한 디커플링이 전개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