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주영 기자] 이름을 바꾸는 것은 큰 의미가 있는 일이다. 이름은 단순히 부르는 호칭을 넘어, 한 대상의 정체성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새 이름은 새 모습으로 나아가겠다는 선언이다.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경쟁이 치열한 시장 속에서 더 뚜렷한 목표와 방향성을 세우기 위해 새 이름을 꺼내 든다. 이름을 통해 자신들이 나아갈 비전을 공언하는 셈이다. 오늘은 국내 주요 건설사들이 어떤 새로운 길을 걷기 위해 사명을 변경했는지,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살펴본다.
DL이앤씨 (구 대림산업)
DL이앤씨는 2021년 지주사 체제 전환에 맞춰 기존 대림산업에서 현재 사명으로 변경했다. DL이앤씨는 현대적이고 간결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통해 글로벌 건설사로서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사명 변경을 단행했다. 이를 계기로 국내외 건설·엔지니어링 프로젝트에서 차별화된 기술력과 실행력을 강조하며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있다.
특히 DL이앤씨는 LNG(액화천연가스) 플랜트, 석유화학 플랜트와 같은 에너지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추며 친환경 건설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사명 변경 이후 친환경 경영을 바탕으로 한 사업 확장을 이어가고 있으며, LNG 플랜트, 태양광 발전 등 지속 가능한 에너지 인프라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포스코이앤씨 (구 포스코건설)
포스코이앤씨는 2023년 기존 포스코건설에서 ‘엔지니어링&컨스트럭션(E&C)’을 강조한 포스코이앤씨로 사명을 변경했다. 이는 전통적인 건설 사업을 넘어 포스코 그룹의 친환경 중심 성장 비전에 발맞춘 변화를 담은 것이다. 포스코이앤씨는 새로운 사명 아래 친환경 건축, 도시 재생, 인프라 사업에서의 전문성을 넓히고 있으며, 재생 에너지 및 수소 인프라 분야에서도 확장해가고 있다.
포스코이앤씨는 그룹의 탄소 중립 및 친환경 철강 목표 달성을 위해 해양·친환경 플랜트 분야에서 기술력을 확보하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SK에코플랜트 (구 SK건설)
SK건설은 2021년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사명을 SK에코플랜트로 변경했다. '에코(Eco)'는 친환경을, '플랜트(Plant)'는 심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 '지구를 위한 친환경 아이디어와 혁신 기술을 심겠다'는 포부를 나타낸다. 이런 사명 변경은 친환경 사업과 신에너지 분야로의 사업 확장을 통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선도하는 아시아 대표 환경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사명 변경 이후 SK에코플랜트는 폐기물 처리, 수처리, 재생 에너지 등 환경 관련 사업으로 다각화하며 시장에서의 입지를 넓히고 있다. ‘친환경 에너지 플랫폼 기업’이라는 비전을 바탕으로 탄소 중립 실현에 기여하고, 친환경 기술 개발을 통해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 (구 현대산업개발)
현대산업개발은 2018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기존의 ‘현대산업개발’에서 ‘HDC현대산업개발’로 사명을 변경했다. 이는 단순한 사명 변경을 넘어 기업의 비전과 정체성을 재정립하고, 기존 건설 사업에서 나아가 디벨로퍼(Developer)로서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적 결정이었다.
‘HDC’라는 이름에는 현대(Hyundai), 개발(Development), 회사(Company)의 의미가 담겨 있으며, 이는 HDC현대산업개발이 단순히 건설사에 머무르지 않고 종합 개발자로서 도시 재생과 미래형 인프라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포부를 담고 있다.
결국 이름을 바꾼다는 건, 새로운 시작을 향한 한 걸음이다. 각 사명에 담긴 꿈과 목표들은 그저 간판에 걸린 글자가 아니라, 기업이 나아갈 방향과 그들이 이루고자 하는 미래를 비추는 빛과도 같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려면 매일 아침 새 이름을 불러야 한다. 이들 건설사는 앞으로도 새로운 이름에 걸맞은 길을 꿋꿋하게 걸어갈 것이다. 변화의 바람을 타고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앞장서는 모습, 그들의 사명에는 그런 희망이 묻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