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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도 쑥쑥, 감성도 쑥쑥...'은행 속 화랑'

"사진까지 신경 쓰며 전시 알려"...대형은행 '아트 마케팅·뱅킹' 경쟁

 

[FETV=권지현 기자] "점포가 대형건물이 빼곡한 업무지역 한가운데에 위치해 있다 보니 바쁜 직장인들이 대부분입니다. 이들에게 잠시나마 색다른 쉼을 주면서도 우리 은행만의 특색을 알리려면 어떤 마케팅이 좋을까 고민하다가 갤러리를 만들게 됐어요."

 

은행 점포 안에 화랑이 들어섰다. 미술에 관심 있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아트마케팅'을 하겠다는 포석이다. 은행에 돈거래를 하러 온 고객뿐 아니라, 일반인도 언제든 무료로 볼 수 있다.

 

'아트뱅킹' 효과도 노린다. 예컨대 고객은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그림에 투자해, 향후 가치가 오르면 작품을 팔아 원금과 이자를 지불하고 차익을 얻는다. 은행은 이때 이자이익과 함께 고객의 수익금을 다시 관리해 그림을 비롯한 다른 상품 투자를 권유한다. 은행에서는 다양한 상품 제공과 단골고객 확보를 기대할 수 있고, 미술계는 작품의 유통시장을 넓히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투자자들은 새로운 투자 대안을 확보하게 된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프라이빗뱅킹(PB) 브랜드인 KB 골드앤와이즈(GOLD&WISE)의 '갤러리뱅크' 새단장을 마쳤다. 갤러리뱅크는 은행의 대표 문화마케팅 프로그램으로, 국민은행은 미술작품 전시를 통해 고객에게 아트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한다. 특히 올해는 모든 PB센터에 통일된 콘셉트의 작품을 전시한다. 작품을 주기적으로 교체해 고객은 같은 PB센터를 방문해도 새로운 미술관에 온 듯한 이색적인 경험을 누리도록 했다.

 

이번 갤러리뱅크에서는 권두현, 유지희, 정인혜, 이동훈, 임선희, 허보리 등 유명 작가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주제는 '컬러 인사이드(Color Inside)'와 '풍경유람(Healing)'이다. 고객에게 색(Color)이 주는 즐거운 경험을 공유하고, 바쁜 일상 속 자연이 주는 치유(Healing)의 시간을 제공하는 데 중점을 뒀다. 국민은행은 이번 갤러리뱅크에 많은 고객들을 끌어모으고자 '홍보 사진'까지 공을 들였다. 

 

하나은행은 다음 달 18일까지 서울 강남 PLACE1에서 하나아트뱅크 전시회 'RIGHT NOW SEOUL 2024'를 연다. 하나은행은 갤러리 호튼과의 협력으로 이번 전시회를 마련했다. 국내 영향력 있는 현대미술 작가와 해외 유명작가의 대표작품을 내걸어 고객 마음을 사로잡겠다는 포부다. 이우환, 쿠사마 야요이, 유화수, 이영욱, 유아연, 한성우, 최윤정, 김윤섭 에디람 등의 작품들 외에 현대미술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젊은 작가 10여명의 작품을 한데 모았다. 

 

이은정 하나은행 WM본부장은 "하나은행은 자산관리와 아트의 결합을 통해 금융의 경계를 넘어 자산가부터 MZ세대까지 아우르는 손님 중심의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하나아트뱅크를 선보이고 있다"며 "지속적인 유명 전시 개최와 다양한 아트 콘텐츠를 손님에게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국민·하나은행이 아트뱅킹에 무게를 뒀다면, 신한은행은 아트마케팅에 집중했다. 신한은행은 내달 21일까지 서울 강남 신한갤러리에서 신진작가 박소정, 윤장호 작가와 전시 기획자 채병훈이 함께 참여한 '가변 부피(Variable Capacity)' 전시회를 연다. 미술 작품 정보 중 유연한 크기를 의미하는 '가변 크기'를 바탕으로 입체적 물성의 다층적인 접근을 포함하기 위해 '부피'라는 개념을 실험하고 연구해 작품에 나타냈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모두 신한은행의 문화예술 사회공헌 프로그램인 '신한 영아티스트 페스타(Shinhan Young Artist Festa)'에서 올해 선정된 작가들이다. 신한은행은 작가들을 위해 전시 관련 비용과 작품 제작 관련 비용을 비롯해 전시 홍보 영상, 리플렛 제작, 관객과 함께하는 '그림 같은 오후' 프로그램 등을 제공한다.

 

한 대형은행 관계자는 "신한갤러리 공간이 특별한 설치와 조각 작품으로 꾸며졌다"며 "올해 마지막으로 진행되는 신진작가 그룹전에 많은 분들이 오셔서 좋은 작품도 감상하고 작가들의 새로운 시각을 함께 교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