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권지현 기자] 카카오뱅크가 올해 3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하며 성장 가도를 이어갔다. 경영효율성 지표 개선에도 성공하면서 '저비용 고효율' 구축에 한걸음 더 다가섰다. 다만 수익성 지표는 여전히 시중은행 평균을 하회, 밸류에이션(기업가치 대비 주가 수준) 제고를 위한 과제 역시 받아들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올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 3557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2793억원)보다 27.3%(764억원) 더 거뒀다. 9월 말 기준 사상 최대 규모로, 3개 분기 만에 작년 전체 순익(3549억원)을 넘어섰다.
특히 CIR(총영업이익경비율) 개선세를 주목할 만하다. 'CIR'은 은행의 대표적인 생산성 및 경영효율성 지표로,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을 합한 총영업이익 중 인건비·임대료 등 판매관리비의 비중을 나타낸다. CIR이 낮을수록 작은 비용으로 많은 이익을 내 경영효율성이 좋다는 의미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시중은행과 달리 '무(無)점포'로 인한 비용 효율화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CIR은 인터넷은행의 기업가치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로 활용된다.
카카오뱅크의 3분기 누적 CIR은 34.9%로, 직전 분기(35.4%)보다 0.5%포인트(p), 전년 4분기(37.3%)보다 2.4%p 좋아졌다. 내내 35%를 상회하던 카카오뱅크 CIR은 지난 2023년 1분기(33.1%) 이후 6분기 만에 처음으로 35%를 하회했다. 이익 증대 외에 연초보다 전산운용비가 늘었음에도 인건비와 광고선전비가 줄어 판관비가 감소한 점이 CIR 하락에 기여했다. 작년 말까지만 해도 시중은행 CIR 평균 수준(39%)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던 카카오뱅크는 이번 개선을 통해 비용 효율화 부담을 조금 덜게 됐다.
다만 ROE(자기자본이익률)는 여전히 한 자릿수에 머물러 과제로 남았다. 'ROE'는 기업의 이익창출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자기자본 운영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이뤄졌는지 보여준다. '자본 대비 수익성'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카카오뱅크의 9월 말 ROE는 7.55%로 3개월 전(7.48%) 및 연초(5.97%) 대비 각각 0.07%p, 1.58%p 상승했다. 주택담보대출 등 여신성장률 정체가 예상되자 대출 트래픽을 기반으로 한 수익다각화 전략을 편 것이 성과를 낸 것으로 분석된다.
카카오뱅크 ROE는 2022년 4%대를 기록하다가 지난해 6% 안팎을 나타냈다. 올해 들어 7%대로 올랐다. 다만 ROE 상승세를 확신하기엔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 실제 작년 1분기 카카오뱅크 ROE는 7.16%로 7%대를 보였지만 2분기에 곧바로 6.33%로 떨어지더니 4분기에는 5.97%로 5%대까지 후퇴한 바 있다.
카카오뱅크 ROE는 시중은행 평균에 못 미친다. 올 3분기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ROE 평균은 11.36%로, 전년 말 평균(9.93%) 대비 1.43%p 상승했다. 시중은행의 ROE는 지난해 10% 안팎에서 올해 들어 평균 11%를 돌파했다. 카카오뱅크는 아직 두 자릿수 달성까지 2.4%p 이상 격차가 남아있다. 국내 은행은 통상 ROE를 10% 수준에서 관리해야 자본효율성을 입증할 수 있다. 이는 주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카카오뱅크가 잇달아 최대 순익을 경신하고 있지만 ROE가 시중은행 평균에 한참 못미치면서 ROE 제고에 더 고삐를 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카카오뱅크는 다른 은행주보다 PBR(주가순자산비율)이 높게 형성돼 고평가 논란이 제기됐는데, 카카오뱅크가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을 입증하려면 ROE 10% 달성을 통한 저비용 고효율의 수익구조 달성이 반드시 필요하다.
대출 포트폴리오 대부분을 차지하는 가계대출이 금융당국의 규제로 성장이 둔화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향후 개인사업자 대출 성장과 플랫폼 사업 등 비이자이익 비중 확대가 순익 증대 및 ROE 개선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뱅크는 올해 3분기 개인사업자대출 잔액과 플랫폼수익이 전년 동기보다 각각 112%, 19.1% 증가했다.
김석 카카오뱅크 COO(최고운영책임자)는 지난 6일 3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내년 개인사업자 신용대출과 보증부대출은 올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본다"면서 "내년에 1억원 초과 개인사업자 신용대출 및 담보대출 등 신규 상품을 출시할 예정으로 대출잔액 증가가 꾸준히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