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심준보 기자] 4일 한국거래소에서 코리아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지수를 기반으로 한 12종의 ETF(상장지수펀드)와 1종의 ETN(상장지수증권)이 첫 거래를 시작했다. 정치권의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소식과 맞물려 이날 상장된 모든 ETF가 상승 마감하며 긍정적인 출발을 나타냈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번에 상장된 ETF는 패시브 ETF 9종과 액티브 ETF 3종, 그리고 ETN 1종으로 구성돼 있으며 총 상장 규모는 5110억원이다. 패시브 ETF는 기초지수의 변동률에 유사하게 운용되면서도 분배금 지급(PR) 또는 재투자(TR) 여부와 지급 주기에서 차별화된 특징을 보였다. 액티브 ETF 3종은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비교지수로 삼고 각사의 고유한 액티브 운용 전략을 통해 초과 성과를 추구하고 있다.
12개 자산운용사들의 '코리아 밸류업 지수'는 SK하이닉스(15.2%), 삼성전자(12.7%), 현대차(8.3%), 셀트리온(7.0%), 기아(6.1%), 신한지주(6.0%) 등과 나머지 3% 미만 종목들로 편입돼 있다. 이 지수는 시장 대표성, 수익성, 주주환원, 시장 평가, 자본 효율성 요건을 충족한 100개 종목으로 구성되며, 연 1회 종목을 정기적으로 변경하고 개별 종목의 지수 내 비중 상한은 15%로 제한돼 있다.
밸류업 ETF 12종 모두 상장 첫날 상승 마감했다. 특히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의 액티브 ETF인 'KoAct 코리아밸류업액티브'가 2.73% 상승하여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패시브 ETF도 비슷한 수준의 성과를 보였으며, 자산운용업계 양대산맥인 미래에셋자산운용 'TIGER 코리아밸류업'이 2.53%, 삼성자산운용 'KODEX 코리아밸류업'이 2.65% 상승했다. 아울러 KB자산운용의 'RISE 코리아밸류업'은 2.71%, 한국투자신탁운용 'ACE 코리아밸류업'은 2.60% 상승했다.
이외에 신한자산운용, 키움투자자산운용, 한화자산운용, NH아문디자산운용의 상품들 역시 2.4~2.7% 수준의 상승률을 나타냈다. 다만 트러스톤자산운용의 'TRUSTON 코리아밸류업액티브'는 1.33% 상승에 그쳐 상대적으로 유독 낮은 성과를 보였다. 첫 거래일에 12개 종목의 거래대금은 총 2723억원이었다. 최근 다양한 종류의 ETF들이 무더기 출시되며 평균 거래대금이 50억원 안팎인 상황에서 투자자들의 큰 관심을 입증했다. 이 중 미래에셋자산운용의 ETF가 817만주, 거래대금 801억원으로 가장 활발히 거래됐다. 이 상품은 밸류업 ETF 중 가장 큰 규모인 2040억원 규모로 상장했다.
각 운용사는 낮은 보수를 통한 경쟁도 펼치고 있다. 'TIGER 코리아밸류업 ETF'와 KB자산운용의 'RISE 코리아밸류업 ETF'는 각각 0.008%의 총보수를 책정하며 가장 낮은 보수를 제공하고 있다. 패시브 ETF의 보수가 대체로 낮았으며 0.008~0.009% 수준이었다. 반면 액티브는 0.50%~0.785% 수준의 보수를 책정했다.
낮은 보수 외에도 여러 상품들의 구성종목이 비슷한 만큼 운용사들은 다양한 차별화 전략을 내세웠다. 삼성자산운용은 연 2회 분배금 지급을 통해 투자자들이 정기적인 수익을 실현할 수 있도록 했으며, NH아문디자산운용은 연 1회 지급을 선택해 상대적으로 단순한 구조로 운영하고 있다. KB자산운용은 월배당형 옵션을 제공하여 투자자들에게 매월 정기적인 수익 실현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신한자산운용의 'SOL 코리아밸류업TR'은 패시브 ETF 중에서는 유일하게 배당금을 재투자하여 복리 효과를 노리는 TR 전략을 취하고 있다.
시장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김진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밸류업 지수 편입 종목 중 일부는 정책 기대가 주가에 반영된 면도 있지만 12개 ETF의 동시 출격을 통한 대규모 자금 집행으로 수급 측면에서의 효과를 기대해 볼 만하다"면서 "밸류업 ETF는 밸류업 프로그램 참여 기업들에 대한 투자 활성화와 가치 재평가, 증시 전반적인 기업가치 제고 노력 확산 등에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