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권지현 기자] 우리금융그룹이 주력 계열사인 은행에서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둔 반면 카드, 저축은행 등 비(非)은행 계열사는 이번에도 한 자릿수 기여도를 면치 못했다.
은행 외 10곳이 넘는 비은행 계열사 체력 역시 그룹의 펀더멘탈(기초체력)로 반영되는 만큼 우리금융이 비은행 계열사 성장 및 뒷받침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 2조659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2조4380억원)보다 9.1% 증가한 것으로, 4대 금융그룹(KB·신한·하나·우리) 중에서 가장 큰 성장 폭이다. 우리금융은 이번 실적으로 3개 분기 만에 작년 전체 연간 순익(2조5170억원)을 뛰어넘었다. 그룹 자체적으론 지난 2022년(2조6620억원) 3분기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순익이다.
그룹의 호실적은 은행이 이끌었다. 우리은행의 올 3분기 누적 순익은 1년 전(2조2900억원)보다 10.2% 늘어난 2조5240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우리은행은 작년 3분기에 전년 대비 순익이 3.5% 감소했으나 올해 비이자이익이 크게 불면서 1년 만에 상승세를 되찾았다. 그사이 하나은행이 올 3분기 0.5% 성장하는 데 그치면서 하나은행과의 순익 격차는 지난해 9월 말 4760억원에서 올해 2560억원으로 2200억원가량 좁혀졌다.
반면 우리금융의 비은행은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이지 못했다. 현재 우리금융은 은행 외 13개 비은행 계열사를 두고 있다. 지난 9월 말 기준 은행이 그룹 전체 순익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을 제외한 비은행 계열사의 이익 비중은 5.1%로 나타났다. 우리금융의 비은행 계열사들 순익 기여도는 2022년 9월 10.8%였으나 2년 만에 절반을 밑돌게 됐다. 작년 9월 6.1% 수준으로 내려앉은 비은행 이익 비중은 2년 연속 한 자릿수를 기록했다.

계열사 중에서도 우리자산신탁과 우리저축은행의 부진이 뼈아팠다. 우리자산신탁의 올 9월 말 순익은 174억원으로 1년 전(530억원)보다 67.2% 급감했다. 부동산 경기 악화에 따른 대손비용 증가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업황 침체를 감안하더라도 100억원대로 주저앉은 순익은 아쉽다.
같은 시기 하나금융그룹의 자회사 하나자산신탁은 작년 9월 말 순익 656억원에서 올해 568억원으로 13.4% 줄어드는데 그쳐 상대적으로 순익 방어에 성공했다. 우리자산신탁은 지난 2월 우리금융지주가 주주배정 방식으로 유상증자에 참여해 자본총계 기존 2800억원에서 4900억원 수준으로 뛴 덕분에 하나자산신탁과의 체급 차이가 300억원가량으로 대폭 좁혀졌다. 우리저축은행의 경우 3분기 449억원 순손실을 기록, 2022년 이후 2년 연속 200억원 안팎 순익이 줄어들었다.
그룹에서 은행 다음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우리카드는 이익을 거두곤 있지만 성장세가 아쉽다. 우리카드의 9월 말 순익은 1402억원으로 전년 동기(1174억원) 보다 19.4% 성장했다. 같은 기간 업계 순위가 비슷한 하나카드의 경우 1274억원에서 1844억원으로 44.8% 늘어났다. 이에 우리카드와 하나카드 순익 격차는 작년 3분기 100억원에서 올해 442억원으로 확대됐다. 앞서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우리카드를 향해 "그룹의 장남"이라 칭하며 그룹 내 큰 기여도를 주문했었다.
최근 금융권 중요 이슈인 기업가치 제고(밸류업)의 근간이 그룹의 펀더멘탈임을 감안하면 10곳이 넘는 비은행 계열사의 성장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임 회장은 이미 1년 6개월 전인 지난해 4월, "비은행 부문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미래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 공언했다. 남은 임기 내 그룹의 실질적인 도약을 보여줘야 한다는 얘기다.
우리금융은 포트폴리오 확장을 위해 지난 8월 출범시킨 우리투자증권이 성장 궤도에 오르는 과정에서 계열사와 시너지가 발생, 그룹의 비은행 이익 비중을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 우리종합금융은 지난해 9월 184억원 순익을 냈으나 한국포스증권과 합병하면서 올해는 '우리투자증권' 이름으로 95억원을 달성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이번 3분기에 그룹은 시장 컨센서스를 뛰어넘는 실적을 달성했다"며 그간 진행된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노력"을 강조했다. 우리투자증권은 향후 그룹의 기존 기업 고객을 기반으로 ECM과 DCM 사업을 본격 추진, 중장기적으로 시장점유율을 확보해 가겠다는 계산이다.